상상나누기

180일, 우리는 여전히 모난걸(girl)

문화연대 소식지 "상상나누기" 7호 후일담 ③ 
180일, 우리는 여전히 모난걸(girl)
: 부딪치고 고민하면서 더욱 더 단단하게 모나지기

 

엠건

(모난라디오DJ)
 

6월 1일이 첫방송이었으니, 어느덧 방송 5개월 째에 접어들었다. 마냥 정신없고 시끌벅적했던 준비기간까지 따지자면, 반년이 얼추 넘어간다. 우리가 모난 디제이들이 된 지도.


미디어의 특성을 '하고자하는 이야기를 불특정 다수에게 전하면서 파급력- 영향력을 갖는 것'으로 말한다면, 모난 라디오는 아직 좀 많이 허접한 미디어다. 공중파 라디오의 청취자 규모가 대형마트 쯤 된다면, 모난은 일주일 다 합쳐도 백 명이 될까 말까 한 구멍가게다. 최근 들어 열혈청취자를 자처하는 두 세분이 생기긴 했지만, 그 분들 외의 다른 청취자들과의 교류는 거의 전무하다시피하다. 본래 지향했던 '청소년들과 직접 소통하며 청소년의 목소리를 내는 모난라디오'에 가까워지는 길은 아직도 아득하니 멀게만 보인다.


물론 조회수나 포딕스 구독수를 따져보면, 체감하는 것보다는 청취자가 더 있을 것이다.  운 좋게 언론의 관심을 꽤 받았던 덕에 한 번쯤 와봤거나 가끔씩 들르거나 모난의 존재를 아는 사람들은 나름 많이 생긴 것 같다. 그러나 이에 기뻐하며 참 잘 했어요 하기엔, 샤방한 겉 포장지 안에 들어있는 실체가 너무도 부실하다. 외부의 관심과 호의가 가끔 부담으로 다가오는 건, 모난라디오가 아직 속 빈 강정이란 걸 알기 때문이다.


장난처럼 준비도 없이 덜렁 시작했던 라디오였다. 청소년 라디오를 표방하며 청소년인권에 대한 얘기를 전하고, 사회비판을 끈덕지게 시도하긴 했지만, 빈곤한 논리 등 각자의 허술한 역량으로 인해 그게 속 시원하게 잘 된 것 같진 않다. 심지어 '(청소년 인권) 활동가용 라디오' 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듣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에 있어서 잘 신경 쓰지 못 한 부분은 특히 속이 쓰리다. 청소년들과 소통하겠답시고 고개를 내밀었지만, 그러기위해서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 진 아직도 잘 모르겠다. 방송 자체는 익숙해졌지만, 익숙함과는 별개로 처음보다 라디오가 더 어렵다. 무대뽀로 시작할 때가 좋았지. 무턱대고 난입한 '라디오'라는 동네에서, 이제야 슬슬 주변 지형 같은 게 눈에 보이는 것 같긴 한데, 주변에 툭툭 튀어나와있는 고민거리들을 보다보면 세상에 뭐 이렇게 생각할 게 많은지. 각자의 바쁜 생활들 때문에 점점 더 삐걱거리는 모난 운영, 컨텐츠의 질 개선 문제, 청소년 라디오라는 약간은 위태로운 정체성, 현실적으로 유지하려면 돈 문제도 걸리고..


라디오라는 매체 자체에 대한 고민도 방송을 몇 번이고 하고난 뒤에야 비로소 생겼고, 청취자들과 직접 부딪히면서 '청취자'란 존재에 대한 고민도 자라났다. 무대뽀 시작의 장점이자 단점은 격한 성장 과정을 겪게 된다는 것(?) 모난 반년의 시간 동안 눈에 띄는 성과 같은 건 없었다. 모든 일이 다 그렇겠지만, 이제와 돌아보면 차츰차츰 성장해온 시간이었던 것 같다. 이 성장이 멈추지 않도록, 앞으로도 계속 부딪히고 고민하면서 더욱 더 단단하게 모나지길... 모나고 못난 이야기에도 귀 기울여주는 사람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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