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나누기

‘4대강 사업’ 하면 떠오르는 영화

문화연대 소식지 “상상나누기” 2009년 8호 특집기사 ②


‘4대강 사업’ 하면 떠오르는 영화

 

이철재

(환경연합 대안정책국장)

 

"흐림 없이 맑은 눈으로 세상을 보라." 지난 2003년 국내에서 개봉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모노노케히메(Mononoke Hime. 1997년 작. 일본)”에서 가장 가슴에 와 닿는 대사입니다. 이 영화는 제가 대학을 중문학과로 선택하게 만든 ‘영웅본색(英雄本色. 1986년 작. 홍콩)’,‘천녀유혼(天女幽魂. 1987년 작. 홍콩)’을 제치고 ‘내 인생의 영화’가 되었으며, ‘흐림 없이 맑은 눈으로 세상을 보라’는 인생의 좌우명이 되었습니다.

 

지난 8~9월, 내리쬐는 뙤약볕 아래 4대강 국민검증단과 함께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의 주요 쟁점지역을 돌아다녔습니다. 일반 국민의 눈높이로 4대강 사업을 검증했던 4대강 국민검증단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흐림 없이 맑은 눈으로 세상을, 아니 江을 바라보길 요청했습니다. 흐리고 사심으로 가득 찬 눈으로 바라보면 강은 지난 2월 국토해양부의 4대강 살리기 홍보 동영상처럼 ‘물고기가 살지 않고, 철새가 찾지 않는 강’이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는 변한 것이 없습니다. 환경영향평가는 엉터리로 끝났고 강을 망치는 공사는 ‘4대강 희망 살리기’란 이름으로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기공식이 진행되었습니다. 국민의 70~80%가 이 사업을 우려하고 있는데도 그냥 밀어 붙이고 있는 것입니다. 케이블 TV에서 나오는 말처럼 정말 “우라질레이션”같은 상황입니다. 작년 촛불 정국 때, 이명박 대통령이 꼭 봐야 할 영화 1위로 “집으로(2002년 작. 한국)”가 선정되었다고 합니다. 그 마음 동감합니다. 4대강 사업의 추진 과정을 보면 몇 편의 영화와 드라마가  생각납니다. 우선 처음 이야기할 영화는 우리에게 ‘빙산의 일각’의 위험성을 알려 준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1997년 작 ‘타이타닉’입니다.

 

영화 ‘타이타닉(Titanic. 1997년 작. 미국)’은 1997년 아카데미 감독상 등 11개 수상에 빛나는 작품입니다. 영화는 1912년에 있었던 초호화 유람선 타이타닉 호의 비극적 실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배와 함께 목숨을 잃은 사람들이 1,500명에 달합니다. 당시 사람들은 엄청난 비극에 큰 충격을 받았을 것입니다. 더욱이 당시의 최첨단 기술을 결집해 만들어 불침선(不沈船 - 침몰하지 않는 배)이라 불릴 정도로 안전하다고 믿은 배의 침몰은 더욱 큰 충격이었습니다. 영화에서 타이타닉 호는 밀려드는 상류층의 개인 통신을 감당하기 위해 다른 배에서 보내주는 유빙 경고를 무시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바다를 떠다니는 빙산의 경우 수면위로는 전체크기의 1/10만큼 드러난다고 합니다. 이를 두고 ‘빙산의 일각’이란 말이 생겨났습니다.

 

4대강 사업에 대해 시민사회단체, 전문가들은 기본적인 타당성부터 문제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예측의 한계가 너무나도 분명한 자연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기에 더욱 철저한 조사와 연구,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한 지속가능한 사업 등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정부는 마치 유빙 경고를 무시하는 타이타닉 호처럼, 불침선이라 믿었던 타이타닉 호처럼 4대강 사업 성공만을 외치고 있습니다. 경고를 보내는 사람들을 ‘반대를 위한 반대 집단’으로 매도하면서 까지 사업을 강행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대한민국의 수질 관리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에, 걱정할 것이 없다’라는 식으로 수질 오염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작부터 부실한 사업이기에 이 사업의 결과는 너무도 분명합니다. 두려운 것은 2012년 우리는 또 다른 타이타닉 호의 비극을 만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음 영화는 골디 혼, 메릴 스트립, 브루스 윌리스 등 허리우드 최고의 배우가 함께했던 1992년 작 ‘죽어야 사는 여자 (Death Becomes Her, 1992년 작. 미국)’입니다. 영화는 학창시절부터 앙숙이었던 매들린(매릴 스트립)과 헬렌(골디 혼), 그리고 헬렌의 약혼자였다가 매들린과 결혼한 성형외과의사 멘빌(브루스 윌리스)이 주인공입니다. 영화는 계단에서 굴러 목이 180도 돌아간 채 움직이는 매들린과 배에 커다란 총 구멍이 난 채로 걸어 다니는 헬렌 등을 보여 줍니다. 이들은 모두 멘빌 박사를 차지하기 위해 ‘젊음의 묘약’이라는 영원히 죽지 않는 약을 먹었던 것입니다. 매들린과 헬렌은 멘빌에게도 약을 먹이려 하지만, 멘빌 박사는 끝내 거부하고 그녀들에게서 도망칩니다. 결국 몇 십 년 후 멘빌의 장례식에서 매들린과 헬렌은 영원히 산다는 것의 부질없과 자연법칙에 어긋나는 것의 어리석음을 깨닫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뭐 독특한 상상력은 있지만 다소 지루한 블랙코미디입니다.

 

대통령과 정부는 4대강 강에 대해 항상 똑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강은 오랫동안 방치되어 썩어 퇴적물만 쌓여 홍수가 나고 갈수기에는 물이 부족하다’고 말입니다. 그래서 이명박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4대강 재탄생’을 말하고 있습니다. 재탄생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새로운 생명을 준다는 것이지요. 그러기 위해 우리의 강은 죽어야 합니다. 아니 죽어야만 합니다. 그래야 저들의 논리가 성립되니까요. 불행히도 우리 정부는 ‘죽어야 사는 여자’가 아닌 강이 ‘죽어야 사는 정부’가 되어 버렸습니다.

 

다음 영화는 미량독성화학물질 관리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Host. 2006. 한국)’입니다. 영화에서 괴물은 주한미군이 몰래 버린 포름알데히드(일명 포르말린)에 의해 생겨난 돌연변이로 다뤄지고 있습니다. 그 괴물에 의해 평화는 깨지고 가족은 파탄을 맞게 됩니다. 결국 분노한 가족에 의해 불태워진 괴물은 마지막 장면의 고요함 속에서 2탄이 나오리란 느낌을 받게 합니다. 아니나 다를까 최근 ‘괴물 2’가 준비되고 있다고 합니다.   포름알데히드는 방부제 등으로 사용되는 물질로 별도의 수거과정을 통해 엄격히 관리되어야 하는 독성물질입니다. 실제로 포름알데히드가 돌연변이를 일으킬 가능성은 전문가에 따라 의견이 다르지만 현실 가능성은 많지 않을 듯합니다. 우리나라의 수질 오염 대책은 BOD(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 중심의 단순 하수처리에서 서서히 미량 독성 화학물질 관리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90년 대 초반에 있었던 페놀 사태 당시 사전에 독성물질 실험용 물벼룩 시험 같은 방법이 도입되었다면 아마도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독성물질 관리는 선진국형 수질 관리 시스템인 것이죠. 그러나 정부의 4대강 사업으로 우리는 다시 BOD를 논하고 있습니다. 본류의 수질 개선을 위해 지천 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이 이미 증명이 되었지만 또다시 본류에 투자합니다. 그것도 수질 개선이 아닌 수질을 오염시키는 일에 막대한 예산을 사용할 예정입니다. 뭐 이 정부의 특징이 ‘거꾸로 달리기’이니 수질 관리도 다를 수 없겠지요. 하지만 먹는 물 관리 시스템을 뒤로 돌리는 것은 국민의 목숨을 담보로 위험한 도박을 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야기할 영화는, 아니 드라마입니다. 막장 드라마로 유명했던‘아내의 유혹 (2008. SBS)’입니다. 시어머니에게 구박받고 남편에게 버림받은 구은재는 복수의 화신이 되어 민서희로 변신해 예전 시댁과 남편에게 복수한다는 내용입니다. 드라마 내용 중 비현실성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았지만, 단연 압권은 구은재가 민서희로 변신하는 과정일 것입니다. 눈 밑에 점하나 찍고 서로 다른 인물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시청자에 대한 모욕입니다. 4대강 사업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한반도 대운하와 점 하나 찍어 다른 것이 4대강 사업입니다. 지난 6월 30일 이명박 대통령은 라디오 연설을 통해‘임기 중에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하지 않겠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나머지 배가 다닐 수 있는 기본 시설은 모두 4대강 사업을 통해 시행됩니다. 그리고 최근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대운하 1단계라는 심증은 더욱 확고해졌습니다. 이 부분에서는 영화 ‘언더그라운드(Underground, 1995작. 유고슬라비아 등)’가 생각납니다. 전쟁은 끝났지만 자신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지하세계 사람들에게 계속 전쟁 중이라 속이는 영화였죠. 자신의 권력을 위해 대운하 사업을 4대강 사업이라 속이는 것은 너무도 비슷한 느낌입니다. 이외에도 4대강 사업을 보면서 떠오르는 영화가 많을 것 같습니다.

 

지금 정부는 국가재정법, 하천법, 환경정책기본법, 환경영향평가법, 문화재보호법 등의 법률을 위반해 가며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2010년 예산 심의가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공사를 강행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4대강 사업은 부당한 정권의 부실한 사업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대로 그냥 두고 보시겠습니까? 스파이더맨(Spider-Man, 2002년 작. 미국)에서 주인공 피터는 초능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전당포 강도를 ‘나와 상관없으니까’라는 생각으로 방조 합니다. 그리고 이어서 사랑하는 벤 아저씨가 그 강도에 의해 죽임을 당합니다. 마찬가지 아닐까 합니다. 지금 4대강 사업을 방조하는 것은 선배들이 피 흘려 이룩한 민주주의를 거꾸로 돌리는 것이며, 우리의 자연을 돌이킬 수 없는 파괴로 만드는 것입니다. 이 나라의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옵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많습니다. 지난 11월 말에 환경연합(www.kfem.or.kr)은 강을 망치는 불량양심 인사를 발표했습니다. 역사가 기억해 국민이 심판하기 위해 기록한 것입니다. 잊지 말고 말도 안 되는 4대강 사업을 추진하는 정부와 그 추종 세력을 심판 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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