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나누기

미디어판, 돌아보기와 미리보기

문화연대 소식지 "상상나누기" 2010년 10호 특집기사 2

 

미디어판, 돌아보기와 미리보기

- 이명박 정부 미디어정책 평가와 전망

이영주

(內密사회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문화연대 미디어문화센터 부소장)

 

특공대 상륙작전, 혈맹 다지고 내편 제대로 만들기 작전 성공

 

2009년 한 해 동안 미디어판에 무슨 일들이 있었나? 기억의 큰 줄기들만 엮어 보아도 참으로 정신없고 얼얼하다. 신문방송겸영 허용, 종합편성채널 신규 허가, 대기업의 미디어기업 소유 지분 규제 완화 등을 주요 골자로 하는 미디어법 개정안을 둘러싼 일대 쇼가 있었다. KBS, MBC, YTN, 언론재단, 방송통신정책연구원(KISDI),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의 핵심 언론사와 기관에 투입되었던 MB와 대기업 특공대들도 한참 잘 나가는 중이다. 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뇌와 가슴 속에 이식된 칩을 가지고 있으니 MB와 대기업을 ‘큰 바위 얼굴’이라고 우겨대는 칩이다.
이들의 가장 큰 불만은 우리 앞에 ‘큰 바위 얼굴’이 이미 나타났는데, 사람들이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하고 계속해서 미래의 ‘큰 바위 얼굴’을 기다린다는 것이다. 또 국가를 살리고 있는 그 분과 대기업의 노고를 알려고 하지도 않은 채 불만만 쏟아내는 놈들이 너무 너무 보기 싫고 맘 같아선 주먹 하나 날려 얼씬도 못하게 싶은데, 노골적으로 그렇게 하지 못해 부글부글 속이 끓어오른다. 누가 민주주의라는 말을 만들었는가? 요새 이들이 자신들 집단 내부에서 서로에게 던지는 가장 심각한 질문 중 하나라지 아마.
프로그램 제작자들 협박도 해보고, 소송도 걸고, 좌천도 시키고, 친위 노조도 지원하고, 진골과 성골 라인도 쫙 짜서 배치해보고, 마음에 들지 않는 출연자나 진행자들 쫓아도 내보고. 바쁘다 바빠. 이 모든 일들이 ‘그 분’의 눈과 마음에 들어야 할텐데. 내가 살아가는 이유는 바로 ‘그 분’에게 사랑받기 위한 것인데.
협박만 해서 되나? 가끔은 ‘큰 것’ 하나 하사해서 내 편 만드는 일도 해야지. 미디어렙이나 지상파 24시간 방송이라는 당근은 어떨까? ‘그 분’을 조금 못마땅하게 보는 놈들이 많이 모여 사는 MBC도 이 당근은 좋아하지 않을까? 그 녀석들 별거 있어? 돈벌이되고 조직 키울 수 있는 혜택 몇 개면 그냥 넘어 오는거지 뭐. 이미 내 사람이 되어 있는 KBS에는 무얼 줄까? 수신료 좀 올리지 뭐. 한 5000원에서 6000원 정도면 당분간은 꽤 만족하겠지? 원래 한 핏줄들인 조선, 동아, 중앙, 문화일보에겐 종합편성채널이나 방송 겸영권을 뚝 만들어주면 더 끈끈한 형제가 될 것이요, 복합 미디어 기업이라는 대의명분까지 만들어주면 크게 한판 벌여보겠지. 아무튼 이 형제들에게 조금이라도 불편한 장애물들이 없어야 할 것이고, 그 분이 싹 밀어주신다면 되지 않겠는가. 게임 끝이야. 잠시 10년 동안 빌려주었던 권력. 이젠 대대손손 물려줘서 이 권력 만들어준 우리를 영원히 숭배하도록 만들 수 있을거야. 그리고 우리를 싫어하는 놈들. 그냥 벌벌 떨게 하는 거지 뭐. 나에게 오라. 내가 너희들을 구원할 것이요, 그렇지 않는 자들 모두 스스로를 원망하게 할지어다. 

 

굳어지는 혈맹과 독점의 제국


어찌되었든 2010년 미디어판에서는 돈 있는 자, MB를 좋아하는 자, MB를 좋아하지 않아도 MB가 깔아주는 판에 숟가락 올리면 이득 볼 수 있는 자들이 판 한번 제대로 벌리게 생겼다. 물론 이 판에서 쇼를 벌리는 사람들끼리 싸움도 한판 제대로 벌어질 것이니 그리 심심하지 않은 한 해가 될 것 같다. 하지만 제대로 심각해지자. 지금 우리는 독과점 시대를 살고 있다. 경제도, 정치도, 교육도, 미디어와 문화도 거대 기업이나 소수 권력 집단에 의해 지배당하는 것이 독과점의 시대다. 이들은 어떠한 견제나 감시, 대항력도 허용하지 않을 태세이다. 그리고 그들은 이 땅을, 이 사회를, 이 국가를, 그리고 헌법과 지구를 파괴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이들은 자신들의 행위를 발전, 개척, 진보, 성장, 글로벌화라고 말하지만 그들이 지나가거나 지나가고자 하는 자리에는 항상 파괴와 해체가 남아있다.
독과점의 시대는 전 지구적인 차원에서 그리고 일 국가 내부에서도 동시에 전개된다. 물론 한 국가 내부에서의 독과점이 전 지구적인 차원에서 전개되는 독과점 구조의 부산물이자 동시에 대응물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 국가 내부에서 전개되는 독과점을 묵인하거나 전략적인 행위로 이야기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국가경쟁력이라는 담론으로부터 진정 자유로운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강력한 국가론을 자신있게 부정하거나 이에 맞설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전 지구적으로 그리고 한국 내부에서 독과점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커지는 기업은 더욱 커지고, 이들은 끊임없이 다른 기업을 인수 합병하거나 다른 시장 영역에 진입하여 얼마 후 해당 시장을 지배하는 사업자가 된다. 전자, 자동차, 석유화학, 의약품, 금융산업 뿐만 아니라 신문, 잡지, 텔레비전, 통신, 출판, 문화산업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경제적 독과점을 뒷받침하는 것은 바로 정치이다. 사적 소유와 이윤 경쟁에 기초한 시장경제 시스템에만 독과점의 문제를 이전시키는데 한계가 있다. 여기에는 바로 정치적 힘이 존재하는데, 정치세력들은 국회나 정부에 거부할 수 없는 영향력을 행사하는 거대 기업의 지속적인 지배력을 보증한다. 그래서 시장경제와 자유경쟁시스템은 허구이며, 가짜이며 이데올로기에 불과하다. 시장경제가 아닌 정치경제적 독과점 체제에 의해 보증되는 집단경제가, 자유경쟁시스템이 아닌 독과점 비경쟁-불평등 구조가 있는 것이다.
미디어 독과점의 시대는 이렇게 전체적인 독과점 자본주의와 함께 형성되고 전개된다. 미디어 독과점의 문제는 단순히 미디어 부문 내의 문제로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전 지구적-일 국가적 독과점 자본주의의 필연적인 부산물이다. 그리고 동시에 미디어 독과점은 독과점 자본주의의 정치적-이데올로기적 공생 체계이자 사회적 신체(social body)를 완성시키는 결과를 야기한다.

 

미디어 독과점의 제국을 흔들어야

 

독과점이 사회적인 악인 이유는 경쟁가격을 대체한 독과점 가격과 함께 가장 집중화된 산업영역에서 가장 높은 이윤을 가져다주는 반면, 가장 경쟁적인 산업영역에서 가장 낮은 이윤을 가져다주는 새로운 이윤체계를 형성시키기 때문이다. 그래서 독과점은 더욱 가속화되는 반면, 오히려 한 국가의 전체적인 생산능력은 이들 독과점 자본에 의해 더욱 규제되고 제한된다. 그리고 동시에 독과점 자본에 의한 노동 통제의 방식 또한 다양화되고 이를 독과점의 정치경제체가 지원한다. 노동유연성, 비정규직 등의 담론들이 생산되고 우리 사회를 움켜쥐게 된 배경에 누가 있었을까? 사실 독과점 시대의 노동유연화는 노동에 의한 전체 생산능력을 쇠퇴시키는 지름길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래서 독과점 기업은 사실 국가의 적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축적률을 위해 전체 사회의 생산능력을 오히려 쇠퇴시키기 때문이다. 또 독과점 기업은 투자를 축소하고 축적에 더 많은 에너지를 투입한다. 그래서 매우 역설적이게도 독과점 시대에 고용은 늘어나지 않거나 오히려 줄어들며 수입 또한 줄어든다. 그런데 우리는 독과점 기업을 ‘국가라는 이름으로' 지지하고 부추긴다.
미디어 독과점 또한 이와 동일하다. 미디어 독과점체는 새로운 미디어 생산영역의 창조와 미디어 노동을 확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를 축소시키고 노동 영역을 축소시킨다. 외국의 미디어 기업의 인수합병에 따른 결과들은 이를 증명한다. 미디어 독과점의 문제는 이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듯이 여론과 정치적 의견, 사상과 문화를 통제하고 축소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다른 산업 영역의 독과점이 결과적으로는 상품과 서비스의 다양성이나 선택의 기회를 가져오는 것 보다 그 반대의 결과를 가져오는 것과 유사하게 미디어 독과점 또한 이와 동일하다. 결국 미디어 독과점은 보다 다양한 미디어 생산자들의 축소를 가져오고 전체적인 미디어 생산능력을 쇠퇴시킨다. 이 또한 국가의 적이다. 국가의 경쟁력을 따진다면, 다양한 사상과 의견, 표현과 문화가 분출되고 이로부터 풍부한 상상력과 창의성이 출현할 수 있기 때문인데, 미디어 독과점은 이를 오히려 저해하기 때문이다.
미디어 독과점의 시대에 미디어의 사회적 기능은 실패하고, 권력과 독과점 기업의 스핀 닥터(spin doctor)들이 맹위를 떨친다. 새로운 제국들이 우리를 에워싼다. 삼성제국, SKY(서울대 연대 고대) 제국, 조중동 제국. 미디어렙과 종편채널허가. 지역방송의 또 다른 위기와 서울 제국의 영속화. 이제 정신차리고 이러한 제국의 구조를 들여다보자. 그리고 이 거대한 연합 제국에 도전하거나 맞서고자 하는 사람들을 향한 가시적-비가시적 억압과 배제의 방식들을 드러내보자. 이 문제는 단순히 KBS 사장 선출의 문제일도 MBC의 항복의 문제도 아니다. 또 미디어의 보수화의 문제로도 국한되지 않는다. 독과점과 제국의 구조를 드러내야 하며, 이로부터 미디어판을 둘러싼 저항적이고 동시에 대안적인 실천들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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