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나누기

정말 예술인복지를 원한다면

문화연대 소식지 "상상나누기" 2010년 11호 특집기사 3

 

정말 예술인복지를 원한다면

 

김택
(작가)

 

실패했던 예술인회관 건립사업을 12년 만에 재개하겠다며 예총이 지난 8일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예총에 따르면 예술인회관은 지하 2층, 지상 20층 규모로 9개 층은 예술인들을 위한 창작공간으로 임대하고 3개 층은 예총 본부와 회원단체 사무실, 2개 층은 실용예술학교로 사용하고 지하에는 1,000석 규모의 컨벤션극장과 갤러리가 들어설 예정이란다.

 

예총은 정부와 정치계를 상대로 "이번에는 애초의 목적대로 예술인 창작 및 예술인 교류 등의 용도로 건립을 추진하는 것"이라 다짐했고 이에 대해 정부는 국고로 환수키로 했던 166억 원에 대한 환수를 취소하는 것은 물론 추가로 100억 원을 더 지원한다고 밝혔다. 예총은 총공사비 700억 원 중 모자라는 434억 원은 담보대출로 해결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아리송하다. 건축비로 434억 원이나 되는 빚을 끌어다 쓰게 되면 그야말로 ‘빚더미 건물’이 될 텐데 도대체 누가 이 건물에 입주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또 예총말대로 총 22개 층중 16개 층을 예술인복지를 위해 창작공간과 문화시설로 사용하게 된다면 나머지 6개 층에 대해서는 일반사무실 임대를 놓아 재정을 확보하겠다는 건지, 아니면 창작실이든 뭐든 간에 가리지 않고 22개 전 층을 목동주변 시세에 맞춰 임대료를 받겠다는 건지, 그도 아니면 어찌됐건 건물을 일단 지어놓고 돈 없으면 120만 예술인 운운하며 국민세금으로 운영하겠다는 속셈인지 아리송하다. 

 

예총의 계획대로라면 위험하다. 우선 건물을 완공하기 위해 끌어들일 담보대출 434억 원의 이자율을 연 5%만 쳐도 매년 21억 원 이상의 이자를 지불해야하고 원금상환시기에 맞춰 원금도 갚아나가야 하는 ‘빚더미 불안한 건물’이다. 그런데다가 예총이란 단체 자체가 도덕성면에서나 경영능력 면에서 퇴출감인 말 많고 탈 많은 경영진이다. 더욱이 심각한 건 건물디자인이 15년 먹은 ‘묵은디기 구가다’건물이란 점이다. 즉 완공되는 순간 예술인은 꿈도 못 꿀 비싼 건물, 기업은 후져서 거들떠보지도 않는 애물단지가 될 것이다. 이런 건물을 누가 환영하겠는가! 솔직히 불과 1년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정부와 정치인들이 참 바보스럽게 보인다.

 

혹시 예술인들 중에 이 건물이 예술인복지와 창작여건 개선을 위해 사용될 것이라고 믿는 분이 있는가. 저~기 멀리 제주에서 부산에서 광주에서 강릉에서 대전에서 서울을 올려다보며, 서울 한 복판에 덩그러니 설 빌딩하나만 목 빠지게 바라보면서 자신에게도 언젠가 혜택이 돌아올 것이라고 믿는 순진한 ‘똥구녕 찢어지는’ 예술가분들이 있는가. 일찌감치 꿈 깨시라!

 

정부와 정치인들은 예총이 헛소리하는 지금 바로 이 시간에도 난방도 잘 안 되는 작업실에서 이빨을! 딱딱 부딪치며 창작에 몰두하고 있을 수많은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이미 한번 예총을 통해 실패했던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고 이제는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자. 서울처럼 비싼 곳에다 중앙집권 식 큰 빌딩하나 짓고 생색내기보다는 국고보조금 266억 원을 전국 방방곳곳에 골고루 뿌리는 것이 예술인복지를 위해 차라리 유익할 것이다. 서울은 몰라도 지방에서 1천만 원이면 예술가에겐 큰돈이다. 이 돈이면 1천만 원짜리 전세작업실 2,660개를 서울과 광역시를 포함한 총 79개 중소 도시에 각각 33개씩 마련해줄 수 있다. 전국 방방곳곳에 2,660개 장기임대 전세작업실 보증금을 마련해주자. 최소 5년이면 좋고 10년 이상이면 더더욱 좋다. 가난한 예술가들이 누가 작업실을 소유하기까지 바라겠는가. 그저 값싸게 오랫동안 잘 사용하기를 바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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