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나누기

142명의 배우와 229명의 스텝 들이 만들고 기억하는 이야기, ‘작은 연못’

문화연대 소식지 "상상나누기" 2010년 14호 후일담 3

 

142명의 배우와 229명의 스텝 들이 만들고 기억하는 이야기, ‘작은 연못’
- '작은 연못'시사회 후기

 

정소연

(문화연대 회원사업 담당활동가)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엔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 것도 살지 않지만 먼 엤날 이 연못엔 예쁜 붕어 두 마리 살고 있었다고 전해지지요 깊은 산 작은 연못....”  김민기 노래 <작은 연못>
 
문화연대 회원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정소연입니다. 사람들은 또연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한 시간 전, 저는 영화 ‘작은 연못’ 시사회에 다녀왔습니다. 본래 시사회에 참석한 문화연대 회원님들께 영화에 대한 한마디를 담아 후일담을 작성하려고 준비 했습니다. 그런데 그만 영화가 다 끝나고 사람들이 다 나갈 때까지 제가 자리에서 일어 날 수 없었습니다. 촌스럽다고 하실지 모르겠지만, 너무 많이 울어서 일어 날 수가 없었습니다. 대문바위가 전쟁으로부터 지켜줄 것을 믿고 있는 평화로운 시골 풍경이 펼쳐지는 그 순간부터 지레 겁을 먹고 울어버렸습니다. 저 곳에 곧 쏟아지게 될 12만개의 총알과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에 대한 공포 때문이었습니다.

 

1950년 7월 노근리 철교 밑에서는 전쟁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수 백명의 사람들이 죽었습니다. 그들이 그저, 그 길을 지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격을 하는 미군들 역시 그들이 무고한 시민임을 알고 있었지만 상부에서 내려오는 명령은 “그들을 적군으로 대하라!”
 
손을 잡고 있던 부모가 죽고, 총성을 피하기 위해 울고 있는 자신의 아이를 물속에 죽이는 아버지가 되어야 하는 3일을 담은 영화 ‘작은 연못’의 1시간 26분은 그래서 너무나 무겁고 아프고 화가났습니다.

 

그들이 도대체 왜 그 곳에서, 죽었습니까?

 


영화는 무려 8년이 넘는 시간동안 제작되었습니다. 이유는 돈이 되지 않아 아무도 투자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영화가 꼭 만들어져야 한다 믿었던 142명의 배우들과 229명의 스텝들은 출연료를 받지 않고, 현물을 지원해가며 ‘작은 연못’ 을 제작하였습니다. 현재 영화 ‘작은 연못’ 배급위원회에서는 3월 22일 울산을 시작으로 4월 7일까지 전국 8개 지역에서 약 1만명 규모의 시민사회단체 시사회를 개최하며 극장상영용 필름 구매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 캠페인에 동참하시면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1벌의 상여용 필름을 100명의 참여자와 함께 소유하게 됩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극장에서 ‘작은 연못’을 만날 수 있도록 진행되는 캠페인은 만원이상의 금액으로 참여할 수 있으며 홈페이지와 상영회 당일 참가부스를 통해 신청 할 수 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오는 서울극장 1층에는 스타벅스가 있었습니다. 아직도 전쟁은 계속되고 있고, 노근리의 사람들은 지구 건너편에서 또 다른 죽음을 맞이합니다. 2010년은 한국전쟁 60주년입니다. 이라크에도, 한국에도, 생명이 살아 숨쉬는 그 어느 곳에서도 더 이상의 전쟁이 존재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상상나누기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