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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뉴스 26호-다림질] 이윤보다 생명을, 가난한 이들의 죽음을 멈추기 위해

[어깨걸기]는 홈리스행동과 뜻을 함께하는 연대 단위의 소식과 홈리스행동의 연대 활동을 소개하는 꼭지입니다.

노인 두 명 중 한명이 가난하고, 국민 100명 중 15명이 빈곤층이다. 국민 4명 중 한명은 최근 5년 중 한해 이상 절대빈곤을 경험했다. 하루 평균 44명이 자살로 목숨을 잃고 이들 5명 중 한명은 생활고가 직접적인 계기가 된다. 10대를 제외한 전 연령에서 자살충동 원인 1위가 생활고다. 기아로 신음하는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OECD가입국가, 경제대국이라 불리는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우리나라의 빈곤율은 14.6%로 700만명에 달하지만 가장 가난한 국민들에게 돌아가는 복지,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자는 130만명에 불과하다. 극심한 가난에 빠져 있는 거리의 노숙인, 빈곤층과 장애인 시설에서 생활하는 이들, 노예노동에 시달리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저임금, 불안정한 노동에 시달리는 이들, 부채로 신음하는 사람들 모두가 이 땅에서 일어나는 빈곤의 피해자다.

가난은 어떻게 발생하는가?
상위 20%의 평균소득과 하위 20%의 평균소득을 비교한 소득분배율을 보면 2006년 그 차이는 6.65배였으나 2011년에는 7.86배로 늘어났다. 생산된 부가 갈수록 더 불평등하게 분배되고 있는 것이다. 기업의 영업이익에 비해 임금증가율은 둔화되고 있다. 물가가 오르는 것에 비해 임금은 적게 인상되어 실질임금은 하락하지만 기업들은 배부른 상황이다. 삼성전자 임원의 임금은 노동자 평균임금의 145배에 달한다. 삼성전자 임원은 정말 보통의 노동자들보다 145배 더 많은 이윤을 만든단 말인가?
자산격차의 경우 훨씬 심각하다. 하위 10% 대비 상위 10%의 자산 차이는 278배다. 상위 1%는 우리나라 전체 주식배당소득의 72%, 이자소득의 45%를 가져가고 있다. ‘돈 있어야 돈 번다’는 것은 억측이 아니라 1% 부자들에게 실제 일어나는 일이다. 그 결과 우리나라 최고 부자 4명은 이씨 혹은 정씨다. 1위인 이건희의 자산은 13조, 3위인 이재용의 자산은 4조에 달하며 이들은 부자관계다. 2위인 정몽구의 재산은 7조, 4위 정의선의 자산은 3.5조로 이들 역시 아버지와 아들이다. 부자(父子)만이 부자(富者)를 만든다.

담뱃세는 인상하고 증여세는 없애고?
이렇게 심각한 빈부격차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유일한 존재는 ‘정부’다. 기업의 이윤을 제어하거나 노동자들에게 더 많이 돌려주거나 복지제도를 강화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격차는 해와 달만큼 멀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부의 선택은 정반대로 이뤄지고 있다. 얼마 전 담뱃세 인상에서도 볼 수 있듯이 정부는 복지제도에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며 주민세, 담뱃세 등 서민들의 주머니를 노리고 있지만 정작 부자들에게는 온갖 감면 혜택을 주고 있다. 논란 끝에 통과되지는 않았지만 새누리당 의원들은 손주 1명당 1억까지는 교육비 명목의 증여를 할 수 있게 해달라는 법안을 발의했다. 한국의 조세제도는 기부금, 의료비, 교육비, 보험료 등에 소득공제제도를 허용하고 있어, 소득수준이 높은 사람들이 더 많은 혜택을 볼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전기를 많이 쓰는 대기업들에게는 수조에 달하는 감면혜택을 주지만 전기세조차 내지 못하는 빈곤층의 전기는 끊어버리는 야박한 모습이 바로 거꾸로 가는 이 나라 정책의 단면을 보여준다.

한국의 사회복지는 OECD 꼴찌 수준
빈곤문제 해결을 위해 가장 먼저 손보아야 할 것이 있다면 빈곤층에 대한 우선 지원이다. 올해 초, 송파 세 모녀의 죽음 이후 정부와 정치권은 제도개선이 시급하다며 호들갑을 떨었지만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다. 도리어 ‘세 모녀 방지책’이라고 정부가 내놓은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은 기초생활보장법을 파괴하는 개악안에 가까워 반발을 사고 있는 상황이다.
사회복지에 지출하는 금액을 비교하면 2012년 OECD 평균이 21.8%인 것에 반해 한국은 9.3%에 불과하다. 꼴찌 멕시코를 제치고 뒤에서 2등을 한 것이다. 가장 가난한 국민들을 지원한다는 기초생활보장법은 빈곤층이 700만에 이르는 상황에서 단 130만명만을 지원하고 있다. 심각해지고 있는 빈곤상황과 반대로 그 숫자는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높은 주거비, 의료비 및 교육비와 낮은 임금으로 인해 빈곤이 퍼져나가고 있지만 정부는 수도・가스・전기・의료・철도 등 제반 공공시설에 대한 민영화를 진행하고 있으며, 노동자들의 임금을 더 낮추는 정책을 내놓고 있다.

10월 17일은 UN이 정한 빈곤철폐의 날이다. 우리 사회의 진보・사회・노동단체들은 ‘1017 빈곤철폐의 날 조직위원회’를 공동으로 꾸리고, 빈곤은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사회문제임을 천명하고 투쟁해왔다. 2014년은 세 모녀의 죽음과 세월호의 침몰로 전 국민이 충격에 빠진 해다. 가난이 죽음보다 두려운 세상, 돈 없는 사람에게는 위험한 사회를 그대로 둔다면 우리 모두는 침몰하는 배에 함께 탄 것이다 다름없다. 더 이상 가만히 있지 말자. 10월 17일 빈곤철폐의 날, 가난한 이들의 권리를 요구하는 힘찬 목소리를 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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