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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뉴스 27호-다림질]세계일보의 ‘노숙인 2세’ 보도에 대한 비판

[다림질]은 홈리스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확대하는 문화를 ‘다림질’해보는 꼭지입니다.

세계일보는 10월 22일~24일, 9회에 거쳐 “잊혀진 사람들, 노숙인”이란 기획을 보도하였다. 그 중 4개의 기사가 홈리스의 성(性)과 자녀를 주제로 할 만큼 해당 기획에서 두 주제의 비중은 컸다. 위 주제들은 대중의 집중이 높은 반면, 취재원의 사생활과 인격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민감한 성질의 것이다. 따라서 기자는 이를 다룸에 있어 취재원의 동의는 물론 향후 파장을 염두하며 신중을 다했어야 했다. 그러나 “술 취한 어른들을 친구삼아 노는 '광장의 아이들'”이란 기사는 다분히 경솔했고, 결국 취재원에게 상당한 피해와 고통을 주고 말았다.

기자는 서울역 노숙 체험 행사에 참여하며 성우(가명) 모자를 만났다. 그리고 성우 엄마와 나눈 이야기와 그들에 대한 관찰을 골자로 위 기사를 작성하였다. 그러나 취재 당시 성우 엄마는 취재를 강경하게 거부하였다. 그럼에도 기자는 동 주민센터를 찾아가고 구청에 전화하여 성우 모자의 생활사를 조사하였다. 뿐 아니라 그들의 사례관리를 하고 있는 아동보호전문기관에까지 연락하였다. 결국 행정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성우 엄마에게 아동방임 혐의를 적용, 이 둘을 분리시켰고 현재 성우는 아동보호시설에 입소돼 있는 상태다.

한국기자협회는 ‘윤리강령’을 통해 “정당한 방법으로 정보를 취득”하라 권고한다. 과정의 정당성이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따라서 기자는 성우 엄마가 취재를 거부하고, 필자가 재차 이 의사를 전달했을 때 취재를 중단했어야 했다. 또한 언론중재법은 “명예,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인격적 가치 등에 관한 권리”를 침해하지 말 것을 규정하고 있다. 한국기자협회의 ‘인권보도준칙’도 위와 같은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물론 기사에 성우 모자를 식별할 수 있는 사진이나 실명과 같은 개인정보가 노출된 것은 아니다. 따라서 기자가 인격권과 사생활을 침해했다는 법적 쟁송에 휘말릴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불 처벌은 윤리적 정당성에 미달한다. 성우 모자의 사정과 일상은 기자의 하루 노숙체험을 통한 관찰과 주변인들에게서 취득한 정보로 편집된 채 불특정 대중에게 고스란히 노출되었다. 익명으로 포장됐다고 내 이야기가 남의 것으로 둔갑되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기자는 익명성을 집필에만 반영 했을 뿐, 취재 과정에서 성우 모자의 사적정보를 최대한 수집하고 활용했다. 이러한 과정을 배경으로 한 기사는 아무리 익명성이란 기술적 장치를 내세우더라도 그 존재 자체로 사생활과 인격권 침해의 산물일 수밖에 없다.
위 취재와 보도에 대한 아동보호당국의 대응 역시 안타깝다. 취재가 진행되자 자치구와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성우 모자를 신속히 분리시켰다. 그러나 그들은 성우 모자가 왜 서울역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는지 주목하지 않았다. 두 평 내외의 쪽방에서 모자가 하루의 몇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지, 그들이 사는 쪽방이 임대주택 입주 자격에 포함되는 지역인지, 아동복지법이 규정한 통합서비스지원은 왜 작동하지 않았는지 따져 묻지 않았다.

내가 아는 성우 엄마는 서울역이란 공간에서 아이가 거칠어지는 것에 마음 다친 사람이다. 교육에 좋은 문화의 공간으로 아이의 손을 이끌고 싶어 했던 엄마다. 그러나 아무리 위대하다한들 엄마의 사랑만으로 이를 이룰 수는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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