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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호-홈리스야학 이야기] 단지 하나의 시간, 하나의 공간

[특집]

  컴퓨터 활용교실 수업사진
홈리스야학 ‘초보교사’의 고민
‘홈리스야학’은 일종의 평생교육 중 하나이다. 그 공간에도 교사가 있고, 학생이 있다. 학생들은 알고 싶어서, 배우고 싶어서, 관심이 있어서 참여한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성인들을 대상으로 수업이 진행된다는 것이다.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평생교육 이념에 따른 것은 아니겠으나, 태아 때부터 무덤에 들어가기 전까지 세대별로 공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공부방법에 대한 에세이가 넘쳐나는 기괴한 사회에 살고 있으면서도 성인교육에 대한 고민은 크지 않다.

나 역시 다르지 않다. 숱한 교육 이론들을 배우고 체득했어도, 교육현장에서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는 시간을 힘겹게 버텨낸다. 뿐만 아니라 교사의 역할을 하는 사람과 학생의 역할을 하는 사람 간의 지속적이고 활발한 상호작용은 필수라고 생각하는 나의 성인교육에 대한 가치관은 현장 경험이 일천한 나에게 항상 도전이 되고 있다. 문제는 바로 이것이다.

모든 수업은 학생을 중심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매 수업을 도전으로 받아들이는 교사가 지금 당장 무언가를 배우려는 학생에게 정확하고 실용적인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까? 내가 진행하고 있는 ‘컴퓨터 활용반’ 수업에서 6명의 학생들은 매 시간마다 저마다의 요구를 쏟아낸다. 실질적으로 컴퓨터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하는 것을 수업목적으로 한 시점에서 이미 교육과정은 방대해지는데, 왜냐하면 6명이 필요로 하는 컴퓨터 활용에 대한 욕구는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초보교사인 나는 여섯 학생의 요구를 들어주지 못하고 있다. 더 배우고 싶은 사람에게도, 수업을 따라오지 못하는 학생에게도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

학생들의 욕구 중심으로!
교사는 커리큘럼(교과 과정)을 작성하고, 이를 기준으로 하여 수업을 진행한다. 문제는 이러한 커리큘럼이 학생의 욕구를 반영하지 못하고, 그 자체가 마치 하나의 규율로 작동되고 있다는 점이다. 학생들은 본인들의 욕구를 커리큘럼에 맞추게 되고, 이에 따라 실제 필요한 것들은 차후로 미뤄져 어쩌면 다음 시간에도 배우지 못할 수 있다. 다행인 점은 이번 학기 컴퓨터 활용반에는 교사가 3명이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업 자체가 커리큘럼을 따르다 보니 학생들의 수업 흥미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떨어진 흥미는 다시 되살리기 어렵고, 수업은 겉으로 보기에 순항하고 있는 것 같지만, 그 결과물은 늘 아쉽기만 하다.

커리큘럼을 반드시 지킬 필요는 없다. 이것은 내가 컴퓨터 활용반에서 늘 강조하는 것이다. 성인교육에서 학생들의 흥미와 관심은 개별 학생들의 욕구에 따라갈 수밖에 없다. 학생들의 욕구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컴퓨터 활용과 같은 수업의 경우에는 특히 그러하다. 사용하지 않을 프로그램을 배울 필요는 없다. 굳이 유행에 따라 살아갈 필요도 없다. 지금 주어진 이 시간은 단지 하나의 시간이 아니다. 뒤따라오는 시간이 함께 엮여 있는 것이다. 하나의 공간에 있어도 배우는 내용이 하나일 필요는 없다. 소중한 시간이다. 학생들은 원하는 것을 배울 권리가 있다. 언젠가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수업시간을 가득 채우는 날이 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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