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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호-진단] 서울역 강제퇴거 조치 이후 5년, 첫번째

[진단]은 홈리스 대중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된 정책, 제도들의 현황과 문제들을 살펴보는 꼭지

코레일의 ‘서울역 노숙인 강제퇴거 조치’ 이후 만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코레일의 ‘서울역 노숙인 강제퇴거 조치’ 이후 만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이에 저희 홈리스뉴스 편집부에서는 서울역 조치 이후 공공역사 및 지하보도 내 거리홈리스에 대한 개입방식의 변화를 분석하는 한편, 추후 예상되는 문제들을 총괄적으로 점검하는 기획기사를 격월 주기로 앞으로 세 차례에 걸쳐 연재할 예정입니다.

‘어떤’ 안전인가?
누군가 오늘날 한국사회의 주요 화두를 생각나는 대로 나열해 보라고 한다면, 아마도 ‘안전’이라는 주제, 특히 ‘국민(시민)의 안전’이라는 주제를 빼놓을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이 국민의 안전은 국가기관은 물론 학계와 언론,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 매우 빈번히 이야기되는 논제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는데, 최근 몇 년 사이 이 같은 추세는 더욱 강화되어 이제는 거의 매일 온갖 범주의 안전과 관련한 쟁점들이 쏟아져 나오기에 이르렀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안전(安全)은 “위험이 생기거나 사고가 날 염려가 없음. 또는 그런 상태”라는 뜻으로 정의된다. 따라서 국민의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는 말은 국민이 직면하게 될 위험과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여 그 같은 상태에 처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당연하게도 현대사회에서 이 같은 역할을 맡는 주체는 바로 국가이다. 그런데 이때 유념해야 할 것은 ‘위험’, ‘안전’, ‘사고’ 따위의 개념이 지극히 추상적이어서 모두가 똑같이 ‘국민의 안전’을 말할지라도 그것이 반드시 동일한 의미로 수렴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이를 테면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사드배치와 관련하여 정부가 말하는 국민의 안전과 성주시 지역주민들이 말하는 국민의 안전이 극렬하게 대립하고 있는 현실을 상기해 보라). 따라서 우리는 누가 어떠한 맥락에서 무엇에 초점을 두고 국민의 안전을 운운하는지 반드시 주의 깊게 살펴야만 한다. 다시 말하자면, 아무개가 주장하는 안전이 과연 어떤 위험으로부터의 안전을 의미하는 것인지 따져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적 안전에서 범죄로부터의 안전으로
그런데 국민의 안전이라는 주제는 지난 97년 외환위기(IMF) 직후의 정국에서 이미 사회의 핵심 논제로 떠오른 바 있다. 그러나 당시의 정국에서 쟁점으로 떠올랐던 안전의 의미와 오늘날 논의되고 있는 안전의 의미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하는데, 이는 지난 십수년 사이 한국사회의 공적 담론의 장에서 안전의 의미가 질적인 변형을 겪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과거 외환위기가 야기한 대량실업 사태를 기점으로 하여 등장한 안전이 실업과 같은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적 안전’의 의미였다면, 현재 국가적 차원에서 강조되고 있는 안전은 ‘범죄로부터의 안전’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전자가 국민 모두를 포함하는 보편성의 개념이자 주로 복지정책을 중심으로 추구되는 것이라면, 후자는 필연적으로 ‘정상적인 국민’과 ‘비정상적인 국민’을 구분하는 배제와 적대의 논리를 함축하는 개별성의 개념이며 주로 치안정책(형사정책)을 통해 추구된다.

그러나 이 같은 안전의 의미 변화를 완전한 단절로 사고하여 ‘복지의 관점에서 치안적 관점으로의 이행’이라는 단순한 주장으로 치환하거나 또는 특정 보수주의 정권의 공안주의・권위주의적 통치를 위한 전략의 하나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 실제로 ‘범죄로부터의 안전’은 현 정권이 출범할 때부터 내세웠던 국정과제 상의 중요한 주제 가운데 하나지만, 이는 지난 대선 당시 상대 후보였던 문재인의 주요 공약에서도 마찬가지로 찾아볼 수 있는 것으로 특정 정파의 성향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라 보기는 힘들다.

안전의 의미 변화와 서울역 강제퇴거 조치
지면의 제약에도 불구하고, 또한 논지의 산만함을 무릅쓰고 안전에 대한 일반적 논의를 이리도 장황하게(혹은 생뚱맞게) 늘어놓는 이유는, 현재 공공역사나 지하도와 같은 공간에서 취해지고 있는 거리홈리스에 대한 이러저러한 제도적 실천들이 이상과 같은 안전의 의미 변화와 맞물려 경향적으로 공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8월에 시행된 코레일의 ‘서울역 노숙인 강제퇴거 조치’는 이 같은 공진화가 본격적으로 드러난 일종의 징후적인 사건이라 부를 만 하다. 물론 그 이전에도 거리홈리스를 주변부 지역(투자의 가치가 없는 지역)으로 축출하고자 시도했던 사례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2011년의 조치는 첫째, 특정한 공공장소에서 거리홈리스라는 인구집단 전체를 영구적으로 존재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추진된 것이라는 점, 둘째, 퇴거의 명분으로 시민의 편의와 안전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에서 그 이전의 사례들과는 명백히 구분된다. 특히 두 번째 측면은 매우 문제적인 지점이라 하겠는데, 우리는 이것이 특정 공공장소에 머물 수 있는 자격을 특권화함과 동시에 이를 치안의 논리를 통해 정당화함으로써 외려 ‘공공성’의 개념을 훼손시키는 것이 아니라 역전시키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한편, 코레일은 그해 11월 서울시 측이 전달한 퇴거조치 재고요청에 대해 거부의사를 분명히 밝히면서 오히려 “지금까지 추진해왔던 서울시의 노숙인 대책에 대해 되짚어 보기 바란다”며 훈계조로 권유한 바 있다. 상급 지방정부인 서울시가 겪은 이 굴욕(?)야말로 어쩌면 국민(시민)들을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국가란 더 이상 가능하지 않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분명한 것은 2011년 조치 이후 거리홈리스 밀집지역에 대한 치안적 개입이 전반적으로 강화되기는 했으나, 이것이 복지 차원의 개입을 완전히 대체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다음 원고에서는 서울역 강제퇴거 조치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공공장소 내 거리홈리스에 대한 이 두 가지 개입방식이 어떻게 변화되어 갔으며, 그리고 상호 어떠한 관계 속에서 작동해 나갔는지를 구체적인 자료를 통해 살펴보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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