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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호-세계의 홈리스] 가난한 이들을 감옥으로 보내는 사회

[세계의 홈리스] 미국, 유럽 등 세계의 홈리스 소식을 한국의 현실과 비교하여 시사점을 찾아보는 꼭지

중세시대 유럽에서는 빚을 갚지 못한 사람들을 가둬두는 채무자 감옥이 있었다고 합니다. 찰스 디킨스의 소설에도 이러한 채무자 감옥에 갇힌 아버지로 인해 극심한 빈곤으로 고통 받았던 어린 시절의 경험들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청교도 정신이 미국을 지배했던 시절, 미국에서도 채무자 감옥이 곳곳에 세워졌습니다. 하지만, 감옥에 갇힌 채로는 경제활동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채무자들이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일을 더욱 어려웠습니다. 이후 1830년대에 채무자들을 가두는 것이 야만적이며 어리석은 일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면서 채무자들을 가두었던 감옥이 폐쇄되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은 파산법이 제정된 배경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채무자 감옥의 부활
2016년 지금도, 여전히 채무자 감옥이 존재한다는 건 100% 진실입니다. 이런 사람들이 감옥에 가는 이유 중에 중요한 한 가지는 정부에서 부과한 벌금을 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가난의 범죄화/형벌화 혹은 홈리스의 범죄화/형벌화(구걸 행위를 금지하거나 급식이나 음식을 나눠주는 행위를 금지하는 등 홈리스 상태와 관련된 행위를 범죄화하는 경향)는 채무자 감옥의 존재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습니다.
미국 각지에 이러한 부당한 체계들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또한 대량으로 사람을 감옥에 가두는 시스템의 비용이 점점 더 증가하면서 국가와 지방정부는 수용에 드는 비용 부담을 수감자에게 전가하기 시작했습니다. 심지어 국선변호인의 선임과 관련된 비용도 수감자에게 부담시키기 시작했습니다. 21세기 미국에서는 가난한 사람을 범죄자로 만드는 채무자 감옥의 다양한 시스템을 부활시키고 있습니다.

벌금을 납부할 수 없어 감옥에 가는 사람들
  2012~2015년 경범죄 범칙금 부과 및 납부 현황 [출처: 경찰청]
한국에서 2012년 경범죄처벌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구걸행위, 무임승차, 무전취식 등이 새롭게 경범죄에 포함되었는데, 이러한 행위를 위반할 경우에는 5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게 되었습니다. 구걸은 분명 빈곤에서 파생합니다. 생계와 고용이 파탄난 빈곤층이 자구책으로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삶의 형태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행위에 벌금을 부과하면서 당시 빈곤을 형벌로 다스리겠다는, 사실상 가난을 죄로 만드는 경향이 한국에서도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었습니다.

최근 통계를 살펴보면, 경범죄 처벌법 개정 이후 적발 건수나 범칙금 부과가 점점 증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범죄 적발 건수 중 구걸행위 등으로 인한 처벌 건수와 같은 상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는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관련 법규

벌금은 판결확정일로부터 30일 이내에 납입하여야 하며, 선고와 동시에 그 금액을 완납할 때까지 노역장유치를 명할 수 있다(형법 제69조 제1항). 벌금을 납입하지 않은 자는 1일 이상, 3년 이하의 기간 동안 노역장에 유치하여 작업에 복무하게 한다(동조 제2항).
벌금형은 비교적 가벼운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굳이 교도소에 보내지 않는 대신 벌금 납부로 죗값을 치르게 하는 형벌입니다. 벌금형 집행을 담보하기 위해서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유치기간을 정하여 동시에 선고하고,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한 자는 노역장에 유치하여 작업을 시킵니다. 문제는 노역장에 유치되는 이들은 대부분 돈이 없는 사람들이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그들에게 벌금형은 사실상 징역형과 다를 바 없습니다. 노역장 유치사건의 벌금액 분포를 보면 300만원 이하인 경우가 약 84% 정도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세계적인 금융위기의 여파가 영향을 미쳤던 지난 2009년, 벌금미납으로 노역장 유치집행을 받은 사람의 수는 43,199명에 달했으며, 2011년의 38,242명은 당해 연도(2011년 말 기준) 기결수용자(재판이 끝난 후 형이 확정된 사람)의 수(31,198명)를 넘어 전체 교정시설 수용자 수(45,038명)에 육박하는 숫자입니다(출처: 대검찰청 공판송무부 집행과). 그들 대부분은 빈곤층에 해당하는 사람들로, 벌금을 낼 돈이 없어 돈과 자유를 맞바꾸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노역장 유치 집행을 받은 사람 중에서 경범죄 처벌법과 관련된 비중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이러한 통계만으로 한국에서 가난의 범죄화/형벌화 현상이 실증적으로 명확히 드러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런 경향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은 명확합니다.

현대의 채무자 감옥은 가난한 사람들을 적대시하고 낙인찍고 처벌하는 것을 동기로 삼고 있습니다. 그것은 결코 우리를 안전하게 만들 수 없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