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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호-진단] 어느 여성홈리스의 죽음

그이를 죽음에 이르게 만든 ‘진짜 원인’은 무엇인가

[진단]은 홈리스 대중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된 정책, 제도들의 현황과 문제들을 살펴보는 꼭지

지난 4월 21일, 대전의 어느 공터에서 한 여성의 싸늘한 주검이 가방에 담긴 채 발견되었다. 경찰에 따르면, 범인(남성)은 대전역 인근에서 노숙을 하던 피해자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간 뒤 술김에 살해했다고 한다. 피해자인 여성은 그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을 구하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했다. 과연 그녀는 어떤 사정이 있었기에 대전역에서 노숙을 하게 됐으며, 그다지 친하지도 않은 사람을 따라나섰던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그녀를 죽음에 이르게 한 ‘진짜 원인’은 또한 무엇이었을까?


그녀는 과연 어떤 상황에 놓여있었던 것일까

이 여성에게 어떤 사정이 있었는지 우리가 정확히 알 길은 없다. 다만 일반적인 여성홈리스가 직면할 수밖에 없는 여러 문제들을 떠올림으로써 그녀의 사정을 조금이나마 추측해 볼 수는 있을 것이다. 아마 이 여성에게는 힘이 되어줄 수 있는 친지나 지인들이 없었을 것이다. 또한 갈 곳이 없어서 그나마 안전할 거란 기대를 갖고 대전역을 찾았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역전에 가야만 배를 굶지 않고 말벗이 되는 친구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일 수도 있다. 어쩌면 대전역 근처에서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던 것일지도 모른다. 어쩌다가 일을 구하여 월급이라도 받게 된다면, 그 돈으로 들어갈 수 있는 방은 있는지 이야기도 들을 겸 역전 근처를 떠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여하간 도움이 필요했던 이 여성은 대전역으로 향하는 것 말고는 별다른 방법을 찾지 못했던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동시에 그녀는 역전에서의 삶에 매우 지쳐있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매일 밤마다 술에 취한 행인에게 해코지를 당할까 전전긍긍했을 수도 있다. 여성으로서 거리에서 잔다는 것이 심적으로 힘들어서, 그 불안감 때문에 밤새 걷기만 하다 밝은 대낮이 되어서야 비로소 역전 구석에서 꾸벅꾸벅 졸았을 것이다. 구석진 건물의 화장실에서 쭈그려 앉아 쪽잠을 자는 생활을 했을지도 모른다. 매일 깨끗한 속옷을 갈아입고 싶었겠지만, 땀에 찌든 옷을 수일동안 입어서 찝찝했을 것이다. 깨끗하게 씻고 싶어도 남성들이 더 많은 이용시설에 여성 혼자 이용한다는 것이 불편했을 것이다. 아웃리치 상담원을 만났더라도, 현재의 노숙인 복지지원으로는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별로 지원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허탈해 했을지도 모른다. 결국 이런 생활이 너무 힘든 나머지, 따뜻한 방에서 잠이라도 편히 잘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별로 친하지도 않은 사람을 따라가게 되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녀를 죽음에 이르게 한 ‘진짜 원인’

이 여성이 애초에 거리로 내몰리지 않도록 사회안전망이 작동되었더라면, 혹은 어쩔 수 없이 거리로 나왔더라도 필요한 지원을 신속하게 받았다면 어땠을까? 안전하고 쾌적한 주거가 제공되고, 주거비와 생계비를 지원받을 수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최소한 안심할 수 있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여성전용 일시보호공간이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아마도 여성은 살아있었을 것이다. 실직을 했거나 생계곤란에 처해 있었을 때 기초생활보장제도를 통해 지원을 받았다면 그녀는 아마도 살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6개월 이하’라는 기준 없이 긴급복지지원이 가능했다면 그녀는 아마도 살 수 있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노숙인 복지체계가 제때, 적절한 자원을 지원했더라면 그녀가 그토록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하는 일 따위는 없었을 것이란 점이다.


현행 노숙인 복지체계의 문제, 이제는 정말 바꿔야 할 때

현재 전국의 노숙인 일시보호시설은 거의 대부분 남녀가 함께 이용하도록 되어 있다. 그마저도 서울지역에 몰려 있는 실정으로, 위의 사건이 벌어졌던 대전시의 경우 운영되고 있는 일시보호시설은 단 한 곳에 불과하다. 여성전용 일시보호시설은 서울에 1개소가 설치되어 운영되고 있을 뿐, 여성홈리스가 몇 안 되는 지방에는 전혀 없는 상태다.

이러한 현실에서 지방에 거주하는 여성홈리스가 일시보호시설을 찾아 적절한 지원을 받는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을 일일 것이다. 더욱이 가정폭력을 경험한 여성홈리스의 경우, 남성들과 공간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시설입소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

결국 이번 대전역 여성홈리스 사망(살해)사건은 한국사회의 취약한 사회안전망은 물론, 남성 중심적인 현행 노숙인 복지체계의 문제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 할 것이다. 그간 이 문제에 대한 지적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으며, 여성전용 일시보호시설 및 지원주택 개소 등 일부 소기의 성과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수많은 여성홈리스의 안전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여성홈리스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현행 노숙인 복지체계가 계속되는 한, 여성홈리스의 안전은 끊임없이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 그이를 추모하며...

빈곤한 여성으로 더 힘들었던 삶을 살았던 당신, 노숙이라는 위기 속에서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한 채 두려움을 느끼며 죽어갔던 당신을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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