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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호-진단] 2016년 노숙인 등의 실태조사 결과 및 향후 대책(안)에 대한 평가

정부는 홈리스 권익 보장 위해 책임 다해야

[진단]은 홈리스 대중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된 정책, 제도들의 현황과 문제들을 살펴보는 꼭지

2017년 9월 28일. 보건복지부는 <2016년 노숙인 등의 실태조사 결과 및 향후 대책(안)>을 발표하였다. 이번 실태조사는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노숙인복지법)」이 시행된 이후 최초 진행된 조사로서, 노숙인복지법 제9조(실태조사)에 의거, 근거 중심의 종합계획 수립을 위해 진행되었다. 이 글에서는 복지부가 발표한 2016년도 노숙인 등의 실태조사 및 향후 대책(안)의 내용을 소개, 평가하고자 한다.

노숙인복지법 제9조 제1항

“보건복지부장관은 이 법의 적절한 시행을 위하여 노숙인 등의 현황·욕구 및 심리와 이들에 대한 공공 및 민간의 지원 상황에 대하여 5년마다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공표하여야 한다.”


2016년 노숙인 등의 실태조사 결과

실태조사는 1차 조사(일시집계조사)와 2차 조사(면접조사)를 통해 진행되었다. 복지부는 1차 조사를 통해 거리·시설·쪽방의 홈리스 규모를 파악한 뒤, 집계된 홈리스 가운데 일부(거리홈리스 219명, 시설 이용자 1,511명, 쪽방 주민 302명)를 대상으로 생활실태 및 심리·복지 욕구 등을 조사하였다. 1차 조사(일시집계조사)는 2016년 10월 20일(목) 00:00 ~ 05:00시 동안 전국 동시조사로 진행되었으며, 2차 조사(면접조사)는 2016년 11월 17일부터 2016년 12월 20일까지 근 한 달간 진행되었다.

실태조사 결과는 다음과 같다. 전국 홈리스의 수는 17,532명으로 거리 홈리스(노숙인종합지원센터·일시보호시설 포함) 2,015명, 시설(자활·재활·요양시설)이용자 9,325명, 쪽방주민 6,192명으로 파악되었다. 지역별로는 서울, 경기, 대구 순으로 홈리스 규모가 많았으며, 남성 13,339명(76.1%), 여성 4,117명(23.5%)으로 나타났다. 생활시설 홈리스의 경우, 50대(33.4%)의 비중이 가장 높았으며, 쪽방 주민은 60대(30.8%), 50대(29.0%) 순이었다.

노숙을 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이혼 및 가족해체, 배우자 사망, 가정폭력, 질병 및 장애 등의 사유가 54.2%, 실직, 사업실패, 파산, 임대료 연체 등의 경제적 빈곤이 33.4%, 기초생활보장 수급 정지, 복지서비스 정보부재 등의 사회서비스 부족이 6.4%로 나타났다.

사회복지제도 및 서비스 평가에서는 시설이용 및 입소서비스(27.0%)가 가장 도움이 되었으며, 다음으로는 무료급식 등 식사지원서비스(16.7%), 의료급여 및 의료서비스 이용(13.2%), 기초생활보장 생계비 수급(12.2%) 등의 순서로 나타났다. 또한 향후 필요한 서비스에 대한 조사결과 소득보조(36.9%)가 가장 많이 필요하다고 조사되었으며, 다음으로는 주거지원(23.5%), 의료지원(13.0%), 고용지원(11.1%), 심리지원(5.0%), 채무상담(1.8%), 급식지원(2.7%) 등으로 조사되었다.

건강수준 및 의료이용 실태의 경우, 질환 종류별 유병률은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등 대사성질환 36.1%, 치아질환·잇몸질환·치아결손 등 치과질환 29.5%, 조현병·우울증·알코올중독·약물중독 등 정신질환 28.6% 순으로 나타났다.

몸이 아플 때 ‘노숙인시설이나 사회복지기관에 도움을 청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28.1%였고, 다음으로 개인병원 진료(18.1%), 무료진료소 진료(16.8%), 국공립병원 진료(15.1%) 순이었다. 특히 거리 홈리스의 경우, ‘병원에 가지 않고 참는다’고 응답한 비율도 31.1%로 높게 조사되었다.

주거의 경우, 노숙 이전에는 주택에서 거주한 경우(89.7%)가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비정형주거(쪽방·고시원·비닐하우스 등) 4.6%, 병원·사회복지시설 3.8% 등의 순이었다. 노숙 이후에는 노숙인생활시설에서 거주한 경우(73.9%)가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는 거리(15.2%), 비정형주거(4.3%) 등의 순으로 조사되었다. 또한 거리 홈리스가 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단체생활과 규칙 때문’이라는 응답이 31.2%, ‘실내 공간이 답답해서’ 21.1% ‘잘 몰라서’ 18.9% 순으로 나타났다.

그 밖에 노숙 생활 중 피해경험을 살펴보면, 구타·가혹행위 8.1%, 명의도용·사기 6.0%, 금품갈취 5.3%, 성추행 등 2.0% 등의 순으로 나타났으며, 일자리를 얻는 데 가장 큰 문제는 건강문제 33.3%, 필요한 프로그램 부족 29.5%, 취업알선 또는 구직정보 부족 17.2% 등의 순으로 조사되었다.


보건복지부가 밝힌 향후 보완방향은?

보건복지부는 2016년도 노숙인 등의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종합계획 등에 대한 보완방향을 함께 제시했다. 그러나 앞서 소개된 실태조사는 제1차 종합계획이 수립되기 전에 이미 실행되었어야할 조사였다.

종합계획은 “현황·실태조사를 통한 근거중심의 노숙인 지원사업”을 실시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법률 시행 이후 단 한 차례의 실태조사도 실시한 바가 없었으며, 이번에 진행된 2016년도 실태조사를 통해 제1차 종합계획을 보완, 5년 후에 있을 2차 종합계획(2021년~2025년)에 반영하겠다는 전도된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따라서 제1차 종합계획은 현황 및 실태조사에 근거한 계획이 아니었으며, 한 사람의 삶을 탁상공론 등을 통해 수립해온 것이다.

또한 보건복지부는 노숙인 등의 규모에 있어 거리·시설·쪽방 주민 등만을 파악, 총 17,532명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하였다. 이는 실태조사가 쪽방·고시원·여관여인숙 등지의 거주자를 포함한 약 22만 명에 달하는 ‘노숙인 등’에 대해 조사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거리와 시설 이외의 20여 만 명에 달하는 ‘노숙인 등’을 종합계획 전 영역에서 배제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즉, 정부는 복지의 사각지대를 줄이겠다고 얘기하지만, 눈앞에 보이는 복지의 사각지대를 직시하면서도 철저히 외면한 것이다.

세부적으로 각 항목별 향후 보완방향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홈리스 의료지원의 경우, 노숙인 의료급여 1종 수급권자 지정 및 지정병원 확대, 무료진료소 전문성 강화, 거리홈리스를 대상으로 1:1 상담을 통한 선택적 의료지원 가능한 시설 입소 유도, 노숙인종합지원센터 위기관리사업팀 전문성 강화 등이 향후 보완방향으로 제시되었다. 그러나 위 보완방향은 기존에 제시된 종합계획과 크게 다를 바가 없으며, 홈리스 의료지원체계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의지도 보여주지 못 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노숙인 의료급여 1종은 까다로운 조건 등으로 인해 이용할 수 있는 홈리스가 많지 않다는 것이 비판되어왔지만, 노숙인 의료급여 1종의 조건(노숙기간이 3개월 이상 유지된 자로 건강보험 미 가입자 및 6개월 이상 체납자)등은 여전히 유지되었다. 또한 노숙인 의료급여 1종만 지정병원을 이용해야 하는 의료 사각지대는 해소되지 못 한 채 지정병원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고만 발표하여, 근처에 병원이 산재해있음에도 병원이용을 하지 못해 사망하는 홈리스가 발생하는 일들을 정부는 계속 지켜보겠다는 뜻에 불과하였다. 또한 거리 홈리스 등에게 시설 입소를 유도하겠다는 것은 기존 홈리스 의료지원체계를 강화하지 않고, 시설 내 만성적 홈리스를 양산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으로 밖에 평가되지 못하고 있다.

홈리스 주거지원의 경우, <제1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2018~2020)>의 추진으로 2018년 10월부터 주거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되고, 노숙인 시설 3개월 이상 거주자를 대상으로 임대주택을 매년 60호 우선 공급, 여성 등 취약 홈리스에 대한 임시주거비 우선 지원 등이 보완방향으로 제시되었다. 그러나 의료지원과 마찬가지로 개선된 보완방향은 아니었는데 주거급여의 경우, 2018년 10월부터 주거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되어 기초생활 주거급여 수혜 대상이 확대될 전망이지만, 낮은 주거급여는 현실적인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우며 주거상향이동을 위한 지원 등은 고려되고 있지 않다. 또한 주민등록이 말소되고 주거를 상실한 홈리스의 특성상, 적절한 주거의 지원이 없이는 주거급여를 받는 것도 어려운 실정이다.

한편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의 경우 물량부족의 이유 등으로 LH공사는 각 지자체에 신청접수를 받지 말라는 공문을 발송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로인해 신청서를 접수하려고 하여도 이내 실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며, 물량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신청할 수 없다는 것은 가장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는 홈리스들의 주거지원을 생각하지 않으면서 홈리스의 문제를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해버리는 이중적 태도를 비판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또한 홈리스 여성의 경우, 임시주거비 우선 지원 대상이지만 홈리스 여성의 위한 종합지원센터 및 거주할 수 있는 적절한 주거의 부재 등으로 임시주거비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며 이에 지원주택이 논의되고 있지만, 현재 홈리스 여성을 위한 지원주택은 서울시에 1곳만이 시범운영 될 뿐이다.

그 밖에 몇 십년간 시설 내 인권침해의 행태가 지속적으로 나타나면서, 시설 종사자들의 인권교육 및 종사자 배치기준 강화, 노숙인 생활시설 정밀실태조사 실시, 지역 내 경찰관서와의 아웃리치 강화 등의 보완방향이 발표되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탈시설화가 진행되었어야 할 대규모 수용시설은 여전히 운영 중이며, 입·퇴소 및 거리 노숙이 반복되는 ‘회전문 현상’은 시설 중심의 입소 정책으로 인해 만성적 홈리스를 양산시키고, 탈(脫)시설 홈리스에 대한 지원체계가 미비하다는 문제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즉, 대규모 수용시설이 존재하고 끊임없이 인권침해의 행태가 발생되는데도, 종사자 및 시설의 강화와 수용을 적극 유도하는 것은 정부가 사람의 삶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였다고 평가되기 어렵다. 또한 저임금, 단기계약직의 불안정한 공공근로와 민간일자리 증가 등은 홈리스들에게 적절한 일자리가 지원되기 못 하고 있는 현실이다.


보건복지부, 홈리스 정책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이로써 2016년도 노숙인 등의 실태조사 결과 및 향후 대책(안) 평가를 살펴보았다. 이제 정부는 실태조사를 통해, 1차 종합계획을 보완, 2차 종합계획을 수립할 것이다. 실태조사는 한국의 홈리스들이 어떻게 생활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5년 주기 행사가 아니라, 한 사람의 삶을 위한 정부의 의지이고, 철학이다. 이에 정부는 실태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한 해의 업이 끝났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일 것이며, 늦고 허술하게 진행된 실태조사를 강화하고, 현실적인 종합계획 수립을 통해 홈리스 문제를 해결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정부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노숙 등을 예방하고 노숙인 등의 권익을 보장하기 위한 책임을 가져야 한다”고 실태조사 보고서 첫 페이지에 기술해놓은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