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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호-홈리스 추모제 특별판] 존엄하게 떠날 권리, 애도할 권리

홈리스의 삶이 빈곤과 차별로 얼룩진 것과 같이 그들의 죽음 역시 그러하다. 연고자가 있든 없든, 홈리스들은 배웅하는 이 없이 마지막을 맞는 경우가 많다. 빈곤화의 과정은 가족, 친지 관계에도 큰 원심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죽음을 다루는 법률, 제도의 문제들은 이들의 존엄을 더욱 해하고 있다.

  쪽방 거주 기초수급자이셨던 박모님의 무연고 장례. 아들의 시체포기로 단체 활동가 몇몇이 잠시 빈소를 지켰다.
무연고 사망자의 현실
11월 26일, 헌법재판소는 생전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무연고 시신을 해부용으로 제공하도록 한 ‘시체 해부 및 보존에 관한 법률(약칭, 시체해부법)’은 위헌임을 선고하였다. 현재, 시체해부법(12조 1항)은 무연고시체에 대해 “교육 또는 연구를 위하여 시체를 제공할 것을 요청할 때에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그 요청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 신체의 자기결정권을 부정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지난 11월 30일, 새누리당 의원 10인은 “시체 본인의 생전 반대의사가 없는 한” 시신제공이 가능하도록 하는, 도리어 헌재의 결정을 역행하는 시체해부법 개정안을 발의하였다.
한편,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사법)’은 제12조를 통해 “무연고 시신 등의 처리” 규정을 두고 있다. 그에 따라 연고자가 없거나 연고자가 시체 인수를 거부한 사체의 경우는 시체 처리 규정에 의해 ‘처리’되게 된다. 고인을 위한 최소한의 장례절차조차 없으며, 안치실에서 화장장으로 바로 이동하는, 이른바 ‘직장(直葬)’의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지인들마저도 고인을 애도할 수 없다. 뿐 아니라, 무연고 사망자 공고 시점이 무연고 사망자 화장 및 봉안이 완료된 “무연고 시신을 처리한 때”로 규정되어 있어 고인의 지인들은 부고조차 들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것이 대부분의 홈리스들이 세상을 떠나는 방식, 홈리스들이 동료들을 떠나보내는 방식이다. 동료를 장례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몇 달 혹은 몇 년이 지나서야 때 아닌 부고를 들어야 하는 것이다.

장례를 허락하지 않는 장제급여
장례가 허락되지 않는 것은 무연고 사망자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수급자의 사망 시 1구 당 75만원의 장제급여를 지급하도록 하고 있으나 그 비용에서 알 수 있듯, 수급자의 장례를 허락하지 않고 있다. 실제, 복지부는 장제급여의 성격을 “사체의 검안, 운반, 화장 또는 매장 기타 장제조치”를 행하는 데 필요한 금품으로 규정하여, 빈소마련과 같은 장례절차를 원천적으로 배제하고 있다.

“현실태상 75만원의 금액으로 장제를 모두 치루는 것이 어렵다는 것은 알고 있으나, 장제급여의 성격이 수급자 가구의 금품으로 장제를 치르되 부족한 부분에 대한 보충적 성격의 급여로서 지급하는 것입니다” <보건복지부 민원답변(2015. 9. 15)>

공영장례 보장, 장제급여 현실화
연고자가 있든 없든, 가난하든 그렇지 않든 존엄하게 살고 존엄하게 떠나는 일은 공평하게 보장되어야 한다. 돌봐 줄 이 없다고 누군가의 사체가 제3자의 손에 넘겨져서는 안 되며, 가난하게 죽었다고 애도하고 위로받을 기회마저 박탈당해서는 안 된다. 공영장례제도 도입, 장제급여의 현실화로 존엄함 죽음, 남은 이들의 애도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