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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호-진단Ⅱ]진일보한 개선의지 부재, 빈껍데기 종합계획

[진단]은 홈리스 대중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된 정책, 제도들의 현황과 문제들을 살펴보는 꼭지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 제7조에 따르면, 노숙인 등의 보호 및 자립 등을 지원하기 위하여 5년마다 ‘노숙인 종합계획’을 수립・시행하도록 하고 있다. 향후 5년간 노숙인 정책의 목표 및 방향을 설정하고, 체계적인 지원까지 이끌어내는 매우 중요한 계획이기에 어떤 과정과 내용으로 만들어질지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지난 2월 3일, 사회보장위원회에서 의결된 ‘제1차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 종합계획’은 법 제정 후 5년이 지나 수립된 계획치고는 매우 부실한 결과물에 불과했다. 그동안 시행되고 있던 주거, 고용, 의료 등의 정책들을 다시 분류하고 열거하였을 뿐, 제도적 맹점들을 개선하기 위한 계획에 관한 내용도, 중·장기 계획으로서의 전망과 전략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2015년 10월 30일, 동자동 쪽방촌 내 공원에서 ‘노숙인 등 복지 종합계획 현장토론회’(이하 종합계획)가 열렸다. 종합계획이 도대체 무엇인지, 무슨 내용이 들어 있는지 조차 모르는 홈리스 당사자들을 위해 복지부가 종합계획을 설명하고 홈리스 당사자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취지에 함께하는 단체들이 만든 자리다. [출처: 홈리스행동]
민주적 절차도, 수립의 근거도 없어
복지부에서 종합계획을 수립하는 과정 자체부터 문제였다. 복지부는 민주적인 의견수렴 과정 없이 비공개・폐쇄적 논의로 일관하였으며, 이에 반(反)빈곤・홈리스운동단체들이 현장토론회를 열고 복지부에 의견을 전달했음에도 종합계획은 이를 전혀 반영하지 않은 채 의결되었다.

또한 종합계획은 “현황·실태조사를 통한 근거중심의 노숙인 지원사업”을 실시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으나 복지부는 법률 시행 이후 단 한 차례의 실태조사도 실시하지 않았다. 지금 당장 시행되어야 하는 종합계획은 근거 없이 마련해놓고, 2016년에 실태조사를 실시하여 5년 후에 있을 2차 종합계획(2021~2025년)에 반영한다는 것인데, 이게 과연 맞는 것일까.

종합계획 구성 요건의 미달
종합계획은 법령이 규정한 종합계획의 요건을 다수 누락하고 있어, 내용은 차치하더라도 그 구성에서부터 종합계획으로서의 위상에 미달한다. 우선, 명칭에서 드러나듯 종합계획은 ‘노숙인 등’을 대상으로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의결된 종합계획은 ‘사업대상’을 ‘거리노숙인, 시설노숙인’으로 임의 규정, 고작 12,300명만을 그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는 정책대상을 편의적으로 축소한 것으로, 이에 따라 ‘노숙인 등’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쪽방・고시원・여관 및 여인숙 등지의 거주자 약 22만 명은 사업대상에서 배제되었다. 둘째, 계획 실행을 위해 법령에서 규정한 ‘재정계획’을 통째로 누락하였다. 셋째, 역시 법령에서 포함하도록 한 “노숙인 등의 증감과 관련된 사회적・경제적ㆍ인구학적 환경 및 그 변화에 대한 전망”도 누락되었다. 애초에 실태조사 없이 계획을 수립했기에 복지부가 전망을 세우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렇게 장기적 전망이 부재한 계획은 임기응변식, 분절적 사업 그 이상이 될 수 없다.

복지부의 종합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서종균 외, 2012, 「노숙인 복지 및 자립지원 종합계획 수립에 관한 연구」, 보건복지부. 25p)에서는 종합계획의 위상에 대해 “노숙인 문제를 실제로 줄이거나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는 정책의 방향을 분명히 밝혀야”하며, 이를 위해 “거리노숙을 하거나 노숙인시설에 거주하는 사람의 수를 얼마나 줄일 것인지에 대한 양적인 목표를 제시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종합계획은 그 목적과 목표가 협소할 뿐만 아니라 고도의 추상성을 띠고 있어, 복지부가 실제로 노숙인 등 복지정책을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실제 세부과제로서 제출된 사업에 대한 과제별 소관부처를 보면 30개 사무 중 19개가 지방정부 단독 사무이며, 복지부 단독 사무는 4개에 지나지 않는다(공동사무 7개). 특히, ‘취약노숙인에 대한 주거우선지원’, ‘의료적 지원 확대’, ‘ 공공일자리 제공활성화’, ‘거리노숙 방지를 위한 노숙인복지시설 보호강화’ 등 핵심 사업의 대다수가 지방정부의 소관으로 분류되었다. “「지방분권특별법」에 따라 지방이양된 사업은 지자체 책임 하에 운영”할 것을 강조함에 따라, 국가사무, 지방사무로 분절된 노숙인 등 복지 체계의 통합은 요원하게 되었다.

현행 노숙인 등의 복지정책에 대한 주요 비판은 첫째, 주거가 아닌 시설중심 대책의 한계, 둘째, 중앙정부의 책임과 역할 부재, 셋째, 장기지속적인 전략의 부재 등에 있다. 따라서 종합계획은 이를 넘어서기 위한 내용을 담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중앙정부는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계획, 그리고 쇄신할 방안을 아무것도 담고 있지 않은 계획만을 내놓았다. 법령이 규정한 최소한의 구성요건도 갖추지 못한 채, 제대로 된 근거도 내용도 없이 부실하게 급조된 이번 계획이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이라는 본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음은 너무나도 자명하다. 복지부는 신속히 전국 단위의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이를 근거로 민주적이고 공개적인 논의를 거쳐 종합계획을 재수립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