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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호-진단Ⅰ]거주불명등록자의 투표 참여 현실화를 위한 방안

[진단]은 홈리스 대중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된 정책, 제도들의 현황과 문제들을 살펴보는 꼭지

지난 달 말부터 아흐레간 이어진 국회에서의 테러방지법안 반대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으로 세간은 떠들썩했다. 정치권에 대한 관심은 연일 고조되었고 화제는 자연스레 4월 13일 있을 20대 총선으로 이어졌다. 기존의 당이 분당되고 새로운 당들이 창당되었다. 여야를 불문하고 공천 관련한 소식들이 전해졌고, 컷오프로 배제된 이들의 반발과 갈등이 줄을 이었다. 아마도 이런 분위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고 앞으로 더 많이 우리의 주의를 끌 것이다. 이번 총선의 결과가 내년에 있을 대선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많은 것이 달린 중요한 선거인만큼 언론에서 앞다투어 다루는 것이 당연하고 새삼스럽지도 않지만, 이 와중에 선거와 관련한 것임에도 거의 주목받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바로 거주불명등록자의 투표권이다. 이하의 논의는 거주불명등록자의 대다수가 홈리스임을 전제한다.

여기서 잠깐! 거주불명등록 제도란?

주민등록을 말소하는 대신 거주불명자의 주소를 최종 신고된 주소지와 관할 동 주민센터 주소에 거주불명으로 등록하도록 해 기본권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한 제도이다.


필자는 1년 전쯤 비슷한 문제에 대해 칼럼을 기고한 적이 있다. 지난 2014년에 진선미 의원실에서 발표한 조사결과를 접하고 나서였다. 서울지역 10개 동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12년 대선 당시 거주불명등록자는 전체 유권자의 7.3%였지만, 이 가운데 투표에 참가한 이는 단 6명, 0.1%에 불과했다. 이후 2013년부터 사전투표제가 도입되어 선거 당일 투표가 어려운 선거인이 별도의 부재자신고 없이 전국 어느 사전투표소에서나 투표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었다. 그러나 사전투표제가 도입된 이후 실시된 2014년 6.4 지방선거결과를 보더라도 전체 유권자의 7.1%를 차지하는 거주불명등록자 가운데 실제 투표에 참가한 비율은 고작 0.2% 밖에 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투표율이 2배 올랐다고 말할 사람은 감히 없을 것이다. 사전투표제도가 제도 도입 초반임을 감안하더라도 크게 효과가 없었던 셈이다.

투표율이 낮은 원인을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투표는 하고 싶으나 주민등록이 말소되어 투표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하거나, 당장 한 끼를 해결하기 어려운 처지에 투표할 여유가 없을 수도 있다. 아니면 선거에서 누가 당선되건 변하는 건 없다고 믿는 정치적 무기력과 무관심도 있겠다. 원인이 다양한 만큼 해결책도 다각도에서 모색되어야 한다. 선거권 논의에 앞서 거주불명등록제도에 대해 잠깐 짚고 넘어가자. 사실 주거불명에 따른 주민등록말소제도를 폐지하고 거주불명등록제로 전환하면서 기초생활수급자 지정해제, 건강보험 자격정지, 선거권 및 의무교육 제한 등 국민의 권리 의무행사가 제한되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으나 그 실효성에 대해서는 매우 의문이다. ‘말소자’라는 어감이 주는 부정적인 인상을 지우고자 했을 뿐, 거주불명등록자로 등록되면 기초생활보장 수급을 받을 수 없고, 건강보험 자격도 정지되며, 각종 금융거래나 취업기회가 제한되는 것은 여전하다. 결국 주민등록 재등록을 신청해야 해야 하는데 당장 수중에 돈 천원이 없는 홈리스에게 몇 만원의 과태료를 물어가며 재등록을 하라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이러한 미봉책은 첫 번째 문제로 고스란히 옮아간다. 거주불명등록자의 주소를 최종 신고된 주소지와 관할 동 주민센터 주소에 등록하도록 했으니, 그 지역에 가서 투표를 하거나 그도 여의치 않다면 사전투표 기간에 아무 투표소에 가서 투표하면 되지 않느냐고 쉽게 반문할지 모른다. 그러나 특히 거리생활을 하는 홈리스의 상당수는 신분증을 가지고 있지 않은데, 투표를 하기 위해서는 신분증이 반드시 필요하다. 결국 재등록을 하고 신분증을 발급받지 않는 이상 투표는 언감생심이며, 위의 과정이 도돌이표된다.

이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첫째, 투표소에서 즉석으로 재등록을 할 수 있게 하고 과태료를 면제해 재등록을 유도하거나 지문인식시스템을 통해 즉석에서 본인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 등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둘째, 기초생활보장제도, 긴급복지지원제도, 임시주거지원사업 등을 통해 홈리스가 투표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생계와 관련된 최소한의 물적 토대가 마련되어야 한다.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서라면 사전신고나 사전투표제 정도면 됐지 먹고사는 문제까지 도와야 하느냐고? 하지만 이런 반응은 가정폭력 피해아동이나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의무교육은 법적으로 제공되고 있으니 이를 받지 않는 것은 너희 탓이라고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실제 권리를 실현할 여건을 제공하지 않으면서 단순한 기회의 제공으로 정부의 책임을 다했다고 하는 것은 일종의 직무유기이다. 따라서 이 역시 중앙정부의 의지가 관건일 것이다. 오히려 선거관리위원회와 보건복지부가 협조하여 투표소에 복지상담 부스를 마련하여 양자를 연계한다면, 투표율도 높이고 복지수요자도 발굴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 셋째, 투표참여 독려를 위한 지속적인 홍보와 정보제공, 교육이 필요하다. 선거관리위원회, 시민단체, 노숙인시설협회 등이 효율적으로 연계하여 거주불명등록자에게 투표의 필요성과 투표방법을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 그동안 접근성 향상을 위해 홈리스 밀집 지역에 투표소를 추가로 설치하는 방안이 지속적으로 제기된 바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선거관리위원회가 이번 총선부터 서울역사와 용산역사에 투표소를 설치하기로 한 점은 고무적이라 할 만하다. 아울러 투표하는 홈리스에게 실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제공하는 등의 피부에 와 닿는 방법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철도안전법의 시행으로 역사 내 숙식을 불법으로 규정하면서 경찰공무원이나 역사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부정적인 시각도 홈리스에겐 무시 못 할 일이다. 참정권의 행사는 헌법에 보장된 권리이며, 이를 행사함에 있어 불편함이 없도록 관련 공무원이나 안내하는 직원들에 대한 교육 또한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이 같은 방향성은 해외의 사례에서도 발견된다. 미국의 경우 정부가 거주불명등록자를 시민사회단체와 연계하여 선거와 관련한 교육과 홍보를 실시하고 있다. 영국도 마찬가지로 선거관리위원회가 지역 홈리스기관들과 적극적으로 협력하여 선거인명부 등록을 위한 지침을 마련하고, 이들 기관과 파트너쉽을 체결하여 선거참여를 위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호주의 경우 대학, NGO, 선거관리위원회가 홈리스들의 선거참여 여부 조사 및 홍보방안 마련을 위해 협력하고 있다. 또한 선거 당일 무료 급식과 기본적인 선거 정보를 제공하며, 교통수단도 제공한다. 이처럼 주요 국가들의 경우, 정부가 단독으로 움직이기 보다는 시민사회단체와 연계하거나 이들을 지원하는 식으로 운영이 되고 있다. 위와 같은 사례를 참고하여 중앙정부와 선거관리위원회가 더욱 책임감을 가지고 거주불명등록자에 대한 선거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나서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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