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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호-특집]2016년 홈리스를 둘러싼 현실 전망

[특집]

2016년 홈리스를 둘러싼 현실을 전망하기에 앞서 2015년의 전망과 그 경과에 대해 짚어보자. 본지는 2015년 첫 호(홈리스뉴스 29호)에 실린 ‘홈리스의 현실, 홈리스의 과제’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당해 연도의 홈리스 현실에 대한 전망을 △기초생활보장법 개악에 따른 혼란, △상층 중심의 노숙인 등 복지체계 개편, △홈리스 상태의 고착화 등 크게 세 가지 측면으로 나누어 진단한 바 있다.
차례대로 살펴보기로 하자. 먼저, 전망했던 대로 2015년 7월 개악된 기초생활보장법이 시행됨에 따라 홈리스를 비롯한 빈곤 당사자들의 혼란과 두려움이 가중되었다. 제도 운영방식의 대대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맞춤형’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게 정작 제도의 주체인 수급권자와 수급예정자들이 복잡하게 변한 제도의 내용을 제대로 안내・전달받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사례가 속출했다. 한편으로 제도 내적인 문제들 역시 발생하게 되었는데, 가령 급지별로 차등 지원되는 주거급여의 경우 시행 전부터 많은 이들이 우려했던 것처럼 실질적인 보장 수준에 심각한 결함을 보이면서 제도 개선에 대한 요구들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다음으로, 상층 중심의 노숙인 등 복지체계 개편과 관련해서 본지는 ‘노숙인 등 복지법’의 개정 역시 법 제정 시와 마찬가지로 홈리스 당사자들을 배제한 채 이익집단들과 일부 국회의원들의 영합 속에서 조용히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하였다. 실제로 2015년 12월 이뤄진 ‘노숙인 등 복지법’의 2차 개정과정에서 당사자들의 목소리와 요구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그간 끊임없이 제기되던 임의조항 중심, 권리보장의 취약성 등과 같은 핵심적인 문제는 그대로 둔 채 일부 조항을 추가하는 선에서 개정이 마무리됨으로써 홈리스 지원체계는 답보상태에 머무르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홈리스 지원체계의 혁신이 요원해짐에 따라 홈리스 상태의 악화・고착화가 진행될 것이라는 예상대로, 서울시의 생색내기식 일자리 대책, 노숙인1종 의료급여의 사각지대 문제 등과 같은 고질적인 병폐들이 작년 한 해 동안 반복되어 나타났다. 그러나 이는 2015년 한 해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책 및 제도 개선의 문제에 있어 당사자의 개입이 담보되지 못한다면, 홈리스 상태가 악화・고착화되는 상황은 올해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쪽방 지역 개발로 갈 곳이 사라져가는 홈리스
이제 2016년 홈리스 현실에 대한 전망으로 넘어가 보자. 지난해 2월, 동자동(9-20)에서는 쪽방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건물주가 안전진단 결과를 빌미로 삼아 입주민들을 내쫓으려 했던 일이 발생했다. 이어 10월에는 도시환경정비사업의 시행인가를 앞두고 남대문로5가 253번지 일대의 쪽방 주민들이 쫓겨나는 일이 벌어졌다. 현재 영등포 쪽방촌 일부도 도시환경정비사업이 예정되어 있어 앞으로 주요 쪽방지역의 쪽방 수는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이 같은 수익성 추구를 위한 건물 리모델링, 도심기능 복원을 명목으로 시행되는 도시환경정비사업의 진행 과정에서 아무런 대책 없이 쫓겨나는 쪽방 주민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홈리스의 경제 사정에 맞는 주거가 전무한 현실에서 살던 곳에서 쫓겨난 대부분의 쪽방 주민들은 다시 주변의 쪽방을 찾아 이주할 터인데, 쪽방의 수가 줄고 있는 현실에서 이는 자연스레 쪽방의 임대료 상승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쪽방을 발판으로 홈리스 상태를 벗어나고자 하는 이들은 더욱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될 것이다.
현재 서울시에서는 ‘저렴한 쪽방 임대 지원사업’ 및 ‘고시원 및 숙박시설 활용 저렴주택 공급’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나, 이러한 조치만으로 홈리스들의 대안주거 지원체계가 확립될 것이라 기대할 수는 없다. 따라서 더 이상 대책 없이 쫓겨나는 주민들이 없도록 쪽방지역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주민들의 요구를 반영한 발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쪽방지역 주민 스스로가 지역의 권리 주체로 서서 쪽방의 순기능을 담보할 수 있는 주거가 무엇일지에 관한 담론을 형성함으로써 서울시의 적극적인 개입을 유도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쪽방지역의 개발대응은 순조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 경제 살리기를 위해 밀려나는 홈리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역 7017프로젝트’에 대해 “사람이 모이면서 생기는 에너지가 지역 재생과 부흥의 촉매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으나,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쫓겨나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2002년 월드컵 때도 그랬고 2010년 G20 정상회의 때도 그랬던 것처럼, 이번 고가도로 공원화사업, 이태원과 용산역 그리고 용산전자상가를 잇는 관광벨트 또한 마찬가지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먼저 서울역 고가도로 공원화 사업의 경우, 엘리베이터 설치를 이유로 서울역 앞에 위치한 희망지원센터의 이전이 추진되고 있는 등 본격적인 공사가 채 시작되기도 전에 벌써 거리홈리스를 비가시화하려는 전략적 조치들이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 사업이 진행되면 될수록 거리홈리스에 대한 퇴거조치가 강화될 것임은 자명한데, 이미 서울시는 초기에 만들어진 서울역 7017프로젝트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고가 녹지공원의 노숙인의 장기체류나 안전사고 등의 문제가 없도록 수시 거리 순찰 및 경찰과의 협력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며 설계 시 이를 고려하여 노숙인 유입이 최소화 되도록 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라 밝힌 바 있다(http://115.84.164.149). 이태원-용산역-전자상가로 이어지는 관광벨트 조성계획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작년 12월 용산역 내부에 오픈한 면세점을 중심으로 쇠락한 지역 및 지역경제를 재활성화하려는 계획들이 속속들이 추진되고 있으며, 현재 전자상가 방면에는 대형 호텔이 조성 중에 있다. 이로 인해 10년이 넘게 용산역 부근 공원 텐트촌에서 살고 있는 20여 명의 홈리스가 퇴거 위기에 놓이게 되었으나, 이들을 위한 제대로 된 이주대책은 전혀 논의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단결된 힘이 필요한 시기
2016년, 쪽방은 점차 사라져가고 거리홈리스는 잠시나마 몸을 기댈 수 있는 아주 작은 공간마저 위협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대도시에서 홈리스를 밀어내는 온갖 비열한 방식들과 작태들은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그 끝을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예정된 수순이라 어쩔 수 없다고, 그 동안이라도 잘 머물러서 다행이라고 말할 수 없는 까닭은 이것이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생존의 문제, 그리고 박탈의 위협에 직면한 이들의 목소리가 절실하다. 그리고 같은 목소리를 내는 이들 간의 단결된 힘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