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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호-홈리스와 노동] 시간당 375원의 노동

[홈리스와 노동]은 노동을 중심으로 본 홈리스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꼭지

이 글은 지난 5월 19일 밤 11시부터 익일 새벽 3시까지 ‘홈리스 노동팀’ 참가자 중 3명이 종로 일대를 돌아다니며 폐지 수집을 하면서 겪은 일과 생각을 정리한 글입니다.

“한 수레 모아도 2,800원… 애물된 고물” 우리가 오늘 폐지수집 하러 간다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 때마침 인터넷에 위와 같은 제목의 기사가 떴다. 한 수레에 2,800원이라니! 홈리스 아저씨들에게 고물 값이 똥값이 됐다는 이야기는 여러 번 전해 듣긴 했지만 2,800원의 충격은 너무나 컸다. 폐지는 1kg당 80원, 고철은 100원을 쳐준다 한다. 2013년에 폐지가 124원, 고철이 194원이었다고 하니 3분의 2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기사에서는 가격 하락의 원인을 경기 침체에서 찾고 있었다. 경기 침체로 재활용 원자재 수요는 감소했는데 그에 비해 고물 줍는 사람들은 여전하니 그야말로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 가격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밤 11시, 종각역
폐지줍기 시작이다. 오늘 우리의 작업계획. 밤11시부터 새벽 3시까지 폐지줍기 작업. 새벽 3시~5시까지 휴식. 새벽 5시에 고물상이 문을 열면 주은 폐지를 팔고 퇴근이다. 목표는 1미터가 조금 넘는 구루마에 폐지를 가득 채우는 것. 사실 아침에 본 2,800원의 압박이 너무 커 당최 우리는 얼마를 벌 수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조마조마 하기도 했다.

밤 거리, 사람들, 쓰레기, 동료들…
종각역에서 조계사 방향으로 일단 길을 건넜다. 사람들의 시선이 조금 신경 쓰이기도 하지만 날은 어둡고 사람들은 취해있으니 무슨 상관이랴 싶다. 박스다! 첫 수집이다. 박스를 주워 잘 펴서 구루마 위에 얹는다. 그렇게 조계사 앞을 지나 인사동 초입까지 오니 박스가 꽤 모였다. 모양새 좋게 모여져 있는 박스들은 손대지 않기로 했다. 우리의 체험이 생계로 폐지수집을 하시는 분들에게 폐를 끼치는 것 같아 영 마음이 불편해서였다. 그래서 좀 지저분해보이는, 쓰레기 더미에 섞여 있는 박스들만 줍기로 했다. 그런데 인사동 중심가를 지날 때 쯤, 저 멀리 할머니 한 분이 박스를 줍고 계시는 것을 보았다. 우리는 너무 놀라 카트를 끌고 골목 안으로 숨었다. 왠지 마주치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도망치듯 몸을 숨긴 것이다.

작업하는 내내 폐지를 주우시는 분들을 많이 마주치게 되었다. 실력 면에서는 여러모로 우리와 비교가 된다. 일단 폐지를 쌓은 모양새부터 그렇다. 무엇이 문제인지 균형을 잘 맞춘다고 맞췄는데도 조금 가서 무너지고 조금 가서 무너지고를 반복하는 우리의 폐지들과는 다르게 다른 분들의 것은 폐지와 구루마가 마치 혼연일체가 된 듯 흔들림이 없어보였다.

폐지를 고르는 안목도 다르다. 우리는 처음에 이것저것 안 가리고 마구 주었는데 나중에 보니 “아, 이런 것은 줍지 말았어야 했는데” 하는 것들이 있었다. 그 중 제일이 계란판이었다. 한국 사람들이 이렇게 계란을 많이 먹나 싶을 정도로 식당가에 계란판들이 많이 나와 있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좋아라 주었는데 나중에 보니 이것이 완전히 애물단지라, 다른 박스들과는 규격이 확연히 달라 쌓기도 애매한데다 부피는 크고 무게는 안 나가고… 계란판이 왜 그렇게 많이 남겨져 있었는지를 나중에서야 깨달았다.

새벽 5시, 기다림의 시간
새벽 2시 반. 종로를 한 바퀴 돌고 나니 폐지가 제법 쌓여 내 시야를 가릴 정도가 되었다. 이제는 몸무게를 실어 젖혀야 구루마가 젖혀질 정도다. 각자 내기를 걸어본다. 38kg, 40kg, 42kg. 가장 근접한 사람이 커피를 사기로 했다. 우리가 폐지줍기를 해보자고 결심한 것은 홈리스들이 대표적으로 많이 하는 노동이 바로 이 폐지수집인데 항상 말로만 들었지 실제로 어떤지 잘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실제로 해본 폐지수집은 참으로 외로운 노동이라는 것을 알았다. 우리는 그래도 몇 명이서 같이 움직여서 좀 덜했지만 혼자서라면 참 외롭겠다 싶었다. 폐지를 찾아 밤거리를 헤맨다는 것도 처량하거니와 그 와중에 마주치는 사람들과 우리사이의 괴리감도 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무거운 구루마를 끌고 계속해서 걸어 다녀야 하니 육체적으로도 힘든 노동이다.

새벽 3시. 우리는 탑골공원 뒤 고물상 앞에서 기다리기 시작했다. 우리 말고도 몇몇 분들이 작업해온 구루마를 앞에 세워 놓고 잠을 청하고 계셨다. 새벽 5시. 고물상의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우리도 쭈뼛쭈뼛 그 뒤를 따라 섰다. 초짜인 터라 고물상 안의 규칙들을 눈으로 익히고 드디어 구루마를 끌고 들어갔다. 우리가 주워온 폐지들이 한 켠에 쌓이고 아저씨가 금고에서 돈을 꺼내 주었다.

두두두두두… 4,500원! 우리가 주은 폐지는 총 75kg. 우와~! 우리가 예상했던 것을 훨씬 웃도는 무게였다. 그러나 4,500원. 셋이서 4시간을 일했는데… 시간당 375원의 노동이다. 그렇게 번 4,500원은 서울시청 광장에서 노숙농성을 하고 있는 유성기업 노동자들에게 후원을 하고 우리는 헤어져 집으로 돌아왔다.

최저임금 6,030원인 시대에 시간당 375원의 노동이라니…! 세상에 이런 노동이 또 어디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노동으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동 터오는 새벽, 노동을 한 후의 보람과 개운함이란 참 배부른 헛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