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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호-홈리스야학 이야기] 야학 사람들, 누구 별칭인지 맞춰 보실래요?

[홈리스야학 이야기]는 야학 교사들이 만난 학생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꼭지

홈리스야학 사람들에게는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 대신 자신이 직접 짓거나 동료들이 지어준 이름이 있다. 자신의 바람과 소망이 담긴 이름도, 어렸을 때 늘 놀림 받던 이름도, 동료들이 만들어 준 이름도 있다. 처음에는 좀 웃기고 성의 없어 보였던 이름도 자꾸 부르다 보면 딱 그 사람 같다.

싱그럽고 진지한 청년 ‘깡깡이’, 야학계의 백선생 ‘밤송’, 교사회의 최고 귀염둥이 ‘중이삼’, 세상만사 살찌는 것만큼 쉬운 남자 ‘달자’, 밥심으로 홈리스 운동을 이끌어 가는 에너자이저 ‘밥쏴’, 삼색슬리퍼로 홈리스패션을 이끌어가는 고독한 패셔니스타 ‘가을’, 아름다운 소년에서 중년이 되어가는 ‘배고파’, 홈리스계의 네이버 ‘곰탱이’, 진지하고 성실한 유부남 ‘걸림돌’, 정들자 떠나버린 ‘봉고’, 쭉쭉 기다란 ‘도다리’, 늙다리소녀 ‘태양소녀’…. 그 밖에도 빠박이, 온달, 강자, 작은별, 겨울, 림보, 태양, 대장, 핸썸, 레드캡, 한음, 반짝이, 꺽쇠, 대추나무, 손오공, 별, 삼천냥, 선녀, 로즈마리, 다람쥐, 호랑이, 짱개, 예삐아빠, 그리고 그리운 할아버지까지.
  2016 홈리스야학 봄학기 종강식

홈리스 야학에는 정말 다양한 각자의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딱하나 비슷한 특징이 보인다. 이 경쟁적인 사회에서 살아가기에는 바보같이 순진하고 어리숙하다. 관계에도 서툴고 자신에게 어떤 것이 이득이 되는지도 잘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를 동료 또는 동지라고 부르면서도 때때로 서로에게 짜증을 내고 귀찮아하며 업신여기기도 한다.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중요한 밑천은 관계이며 조직이다. 같은 꿈과 사명을 가지고 모인 사람들이 자신의 공동체 안에서 스스로 약자이면서도 힘없는 사람이 힘없는 사람을 소외시키고 이기적인 집단성을 만들어 내는 일은 쉽고 흔하다. 오늘은 홈리스야학 동료이자 친구이고 동지인 야학 사람들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 본다. 하나하나 고유한 존재로 관계 맺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함으로 해서 자신과 동료에 대한 관심이 생기고 서로가 서로에게 받아들여지는데 좀 더 쉽지 않을까 싶다. 동료에서 동지로, 서로가 서로 때문에 용기가 생기고 함께 할 수 있게 된다면, 우리가 만들려고 하는 세상을 향해 가는 길이 좀 더 수월하고 신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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