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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호-특집] 기초생활보장제도 개정 시행 1년, 무엇이 문제일까?

[특집]

2014년 12월,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시행 15년 만에 대대적으로 개정되었다. ‘송파 세 모녀 법’이라는 이름으로 국회에서 통과된 ‘맞춤형 개별급여’는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선정기준인 최저생계비를 각 급여별로 다양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즉, 급여에 따라 선정기준을 완화하여 송파 세 모녀와 같이 기존 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던 이들을 제도 내로 포괄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76만 명의 신규 수급자가 제도의 보장을 받을 것이라 홍보했다. 기초생활보장제도가 개정 시행된 지 1년이 지났다. 정부의 말과 같이 선정기준이 완화되고, 수급자들이 늘어났을까? 맞춤형 개별급여는 빈곤층에게 정말로 ‘맞춤형’ 제도로 작용하고 있을까?

‘최저생계비에 맞춘’선정기준의 다양화
개정 이전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선정기준인 최저생계비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2조 6항에 “‘최저생계비’란 국민이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비용”으로 명시되어있다. 그러나 법적 정의와 달리 이 최저생계비의 수준이 너무 낮아 비현실적이라는 점이 주된 비판의 대상이었다. 심지어 1999년 최저생계비가 측정된 이후 지속적으로 상대적 수준이 낮아져 수준균형방식, 혹은 상대빈곤선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2016년 기준중위소득 및 급여별 선정 소득 기준

  4인 가구 기준 소득별 급여 도해

이에 개정된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상대빈곤선을 도입해 ‘중위소득’*을 기준으로 급여별 기준을 만들었다. 기준 중위소득의 선정과 각 급여의 기준선은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공표한다. 이에 따라 올해 적용된 기준 중위소득과 급여별 선정기준은 위 표와 같다.

*중위소득: 모든 국민을 소득이 가장 낮은 사람부터 가장 높은 사람까지 차례대로 줄을 세워 놓았을 때, 정확히 중앙에 서 있는 사람의 소득

중위소득의 도입은 상대빈곤선을 도입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러나 낮은 최저생계비 수준은 전혀 해결하지 못했다. 중위소득의 N%라는 기준이 모두 기존 최저생계비 수준을 기준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따져보면 생계급여는 2009년 최저생계비인 49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며, 의료급여기준선인 중위소득 40%는 기존 최저생계비 기준선이다. 교육급여의 도입으로 차상위계층이 최저생계비의 120%에서 기준중위소득의 50%로 갈음되었는데, 용어만 바뀌었을 뿐 수준은 제자리에 머무르고 있다. 그나마 나아졌다고 볼 수 있는 것은 주거급여 뿐이나, 기준중위소득의 43%라는 기준이 ‘주거급여’를 필요로 하는 기준인가에 대해 논리적인 정당성이 전혀 없어 국토교통부장관이 임의로 정한 수준이라는 비판이 있다. 즉, 상대빈곤선을 도입하고 선정기준을 다양화하긴 했지만, 결국 기존 최저생계비에 맞추어 상대수준을 정했기 때문에 기존과 도긴개긴인 상황이다.

가장 큰 사각지대의 주범 ‘부양의무자기준’은 그대로
기초생활보장제도의 가장 큰 사각지대는 ‘부양의무자기준’에서 발생해왔다. 2015년 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한국복지패널 기초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 신청을 한 이유로 ‘어려운 생계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는 답변이 80.17%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하지만 신청자 중 절반이 넘는 67.59%는 부양의무자의 소득과 재산이 기준보다 많다는 이유로 탈락했다. 탈락자 중 부양의무자를 포함한 친지, 이웃에게 도움을 받는 가구는 24.38%에 불과했고, 대부분은 더 절약해서 생계를 꾸려나간다고 답했다.
  부양의무자 범위. 1촌 직계혈족과 그 배우자의 모식도. 단 형제·자매는 2총이라 부양의 의무가 없다.

  부양의무자 기준 회기별 변화

정부는 이번 개정에서 부양의무자기준을 대폭 완화했기 때문에 12만 명의 사각지대를 해소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2010년 기준 부양의무자기준으로 인한 사각지대가 117만 명이었다. 2010년 이후 수급자 수가 계속해서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사각지대는 더 커졌을 것이다. 기존 사각지대의 10%에 불과한 목표를 ‘대폭’이라 표현하는 것은 기만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교육급여의 경우를 보아도 부양의무자기준을 폐지했으나 신규진입 50만 명의 절반인 24만 명 확대에 그쳤다. 일부 완화를 해도 여전히 부양의무자기준으로 인한 사각지대가 큰 것이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의 범위와 소득・재산기준은 계속해서 완화되어 왔다. 그러나 2001년 인구대비 3.2% 수준이었던 수급자 수는 2006년 3.2%, 2012년 2.7%, 2015년 2.6%까지 떨어졌고, 노인빈곤율은 50%에 육박하고 있다. 이는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되지 않는 한 사각지대는 해소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보건사회연구원과 보건복지부가 2003년 공동으로 발간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부양의무자기준 개선방안』에서도 “부양의무자 기준의 폐지방안을 제외하고는 범위의 조정을 통한 사각지대 축소효과는 기대한 만큼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남”이라는 결론을 제시한 바가 있다.

낮은 보장수준도 그대로
선정기준과 더불어 보장수준도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먼저 생계급여는 선정기준이 보장수준과 동일한데, 앞서 말했듯이 2009년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의료급여와 교육급여는 선정기준만 달라졌을 뿐 기존과 그대로이므로 별도로 언급하지 않도록 하겠다.
제도개편으로 가장 큰 변화가 생긴 것은 주거급여이다. 주거급여의 보장수준은 국토교통부에서 최저주거기준을 고려하여 지역별・가구원수별로 산정한 기준임대료를 상한으로 수급자의 실제 임차료를 지원한다. 즉, 기준임대료와 실제 임차료 중 더 낮은 쪽으로 지원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준임대료는 현실 임대료 수준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실제로 주거급여 수급자들이 평균적으로 부담하는 임차료는 15만원이지만, 지급받은 주거급여액은 평균 10.8만원이다. 주거비에 평균적으로 3.2만원의 추가 지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내년도 기준임대료는 고작해야 5천원 미만으로 상승했다.

기존의 문제점은 그대로 둔 채, 수급자들의 권리 후퇴
기초생활보장제도의 개정 시행 이후 발생한 문제들은 너무나 많지만 지면문제 상 줄이고, 시행 1년에 대한 평가를 한마디로 말하자면 ‘기존의 문제점은 그대로 둔 채, 복잡한 제도 운영으로 수급자들의 권리는 후퇴되었다’고 할 수 있다. 낮은 선정기준과 보장수준, 부양의무자기준으로 인한 사각지대가 지속되는 한편, 부처별로 쪼개어 선정하고 보장하는 급여로 인해 수급자들은 본인이 받을 수 있는 급여의 수준도 알지 못하며 잘못 받더라도 이의신청도 어려워 그에 대한 책임과 피해를 고스란히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시행 1년이 지난 지금 ‘맞춤형 개별급여’는 명백히 정부의 입장에서 예산에 따라, 행정 편의에 따라 맞춘 제도일 뿐이다. 앞으로는 이 제도를 진짜로 빈곤층에게 맞는 제도로 바꾸는 운동을 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