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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호-기고] 제7회 동아시아 네트워크 워크숍 참관기

[기고]

용산역에 도착해 3번 출구로 나가면 전자상가 방향으로 통하는 다리 하나가 나온다. 흔히 ‘용산역 구름다리’라고 불리는 이곳을, 나는 지난 2년 동안 매주 찾아갔다. 낮에는 좌판을 깔고 물건을 파는 사람들을 이곳에서 마모기도 처서가 지나면 입이 삐뚤어진다는 8월 말이지만 아직은 뜨거운 여름. <제7회 동아시아 통합적 도시 네트워크 워크숍>이 일본 오사카에서 개최되었다. 동아시아 통합적 도시 네트워크는 한국·일본·대만·홍콩의 학계 및 현장 활동가들이 주거와 도시재생, 홈리스 지원, 통합적 도시 네트워크 등에 대한 정책과 실천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열린 국제 워크숍이다. 특히 정부의 주도아래 진행된 도시개발로 인한 빈곤, 사회적 배제, 도시공간의 취약성 등은 동아시아 지역의 가장 시급한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4개국이 모여 “분열된 도시에서 포용의 도시로”라는 주제로 워크숍을 진행했다. 한국에서는 정부 및 시민사회단체가 참가하여 한국의 현황과 주거정책들을 발표하였다.


한국인 참가자 曰

쪽방은 가난한 사람들이 머물 수 있는 최후의 안식처이며, 거리 홈리스가 지역사회로 재진입하는 발판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2000년대부터 지속되고 있는 서울 도심의 재개발은 쪽방의 멸실을 야기시키고 있으며, 주민들은 강제퇴거를 당하고 있습니다. (...) 서울시는 「서울특별시 서울로 7017 이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안」 제정 시, “눕는 행위, 노숙 행위 및 구걸 행위 등 통행에 방해가 되는 행위” 등의 금지조항을 삽입하였습니다. 비록 시민사회단체의 강력한 반발로 위 조항은 삭제되었지만, 이는 서울역 등지의 홈리스들을 원천적으로 배제시키려는 행위로서, 문제 해결이 아닌 빈곤과 배제의 악순환을 심화시킬 뿐입니다.

워크숍이 진행된 일본 오사카시는 일본 내에서 홈리스가 가장 밀집되어 있는 지역이었다. 경기침체가 심각해진 1996년경부터 대도시를 중심으로 홈리스가 급증하였고, 특히 오사카시는 실업 문제와 일용직 근로자 등 불안정한 일자리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힌 심각한 상황이 초래되었다고 한다.
숙소가 있었던 니시나리구의 거리에서도 많은 홈리스들을 볼 수 있었는데, 니시나리구는 교통이 좋은 반면 지가가 저렴하여 1인 저소득가구 분포가 높은 독특한 지역이었다. 또한 1990년대 후반 경기악화로 지역의 건설 노동자들이 줄면서, 2000년대 이후에는 공공부조를 받는 사람의 수가 늘어났고, 2010년 이후에는 이주노동자들의 분포가 높은 지역으로 변화하였다고 한다. 비슷한 상황 때문인지, 거리를 지나며 뵈었던 홈리스 분들과, 풍경들은 한국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본인 참가자 曰

장애인, 고령자, 무연고자 등 지역복지의 대상자들에게 안전한 주택의 확보는 전제조건입니다. 그러나 그들 대부분은 장애를 가지고 있고, 생활보호자이며, 보호자도 없기 때문에 보증인 등을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대다수가 임대 아파트 등의 입주 계약에 필요한 조건을 채우지 못하고 있어 필요한 주택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대만인 참가자 曰

대만사회는 공공임대주택이 부족하여 (민간) 주택시장에서 수요를 소화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2008년까지 주요 10대 민원 중 하나였던 부동산 가격의 고공 상승은 이제 도시에 사는 사람들까지 주거곤경의 상태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4박 5일간의 워크숍은 오카사시의 현장을 둘러보고, 각 나라별 사례보고로 정신없이 지나갔다. 한국의 현실과 관련 제도들을 소개하였고, 다른 나라의 현실에 공감하며 배울 점을 얻기도 하였다. 또한 어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주거문제를 겪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앞으로도 매해마다 각 나라를 순회하며 동아시아 통합적 도시 네트워크 워크숍이 진행될 예정이다. 3년 뒤, 한국에서 개최될 워크숍에서는 쪽방의 재생, 홈리스도 함께 걷는 서울로 7017을 얘기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또 하나의 참관기

<림보 / 아랫마을 홈리스야학 학생회장>


20년 만에 가는 해외다. 장소는 일본 오사카. 출발 당일, 들뜬 마음에 잠에서 깨어났다. 짐을 챙겨서 전철에 몸을 실었다. 공항 37번 게이트에서 사람들을 만나 비행기를 타고 공항을 출발했다. 오사카는 동네 주변이 깨끗하였다. 여러 쉼터들을 돌아보았다. 한 건물 밑에는 여러 명의 홈리스들이 쉬고 있었다. 벽면에는 사람을 구한다는 모집 공고가 있었다. 그 건물 밑을 주거지로 하여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고 하였다. 한국도 일본과 비슷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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