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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뉴스 11호-홈리스인권 아우성] 여성홈리스를 위한 종합지원센터가 필요한 때

[홈리스인권 아우성]은 ‘홈리스인권지킴이’활동을 통해 만난 거리 홈리스의 이야기를 나누는 코너입니다.

올 겨울은 정말 추웠습니다. 특히 지난 1,2월은 그 어느 때보다도 거리에서 살아가는 홈리스에게 더 혹독하고 길고 긴 시간이었을 것입니다. 3년 동안 인권지킴이를 하면서 만났던 여성홈리스들이 생각났습니다. 서울역에서 긴밀하게 만나고 있는 여성들은 이번 겨울에도 거리에서 생존하기 위해 힘겹게 싸우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현재 노숙지원체계 안에서는 여성홈리스로 살아가는 이들이 받는 지원은 늘 부족하기만 합니다. 특히 여성들은 위생용품과 속옷을 구하는 것이 정말 어렵기 때문에 필요하신 분이 있을 때마다 활동을 나가서 지원하곤 합니다.

반짇고리 여성
인권지킴이를 통해서 매주 만나고 있는 한 여성이 있습니다. 처음 만났을 당시엔 긴 머리에 말끔한 차림새였던 그녀였지만, 3번의 겨울을 보내는 동안 조금 달라졌습니다. 머리카락은 점점 짧아지고, 가방은 많아지고, 껴입은 옷도 여러 겹입니다. 어디선가 얻은 긴 바지를 자신에게 맞게 재단하고, 짐 때문에 빵빵해진 가방도 터지면 직접 꿰매기도 합니다. 그녀는 자신의 전 재산이 담긴 큰 가방을 들고 다니면서 거리에서 잡니다. 물론 동절기에는 희망지원센터에서 잠을 잘 수 있었지만 다른 여성들과의 관계가 불편하고 혼자만 있는 공간이 아니라서 그곳에 가기를 꺼려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남성이 있는 공간에는, 그 남성이 상담가라 할지라도, 웬만해서는 출입을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남성들이 주로 드나드는 공간을 피하다 보니 지원시설에서조차 씻는 것도 쉽지 않아서 겨울동안 제대로 씻지도 못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의 소중한 물건들이 담겨있던 가방이 없어졌고, 곧 연락이 왔습니다. 모든 물건들을 다 잃어버려서 당장 갈아입을 속옷과 양말, 위생용품 그리고 바늘과 실과 가위가 꼭 필요하다고 말입니다. 물품을 분실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늘 부탁해야 하는 입장에 놓인 그녀는 주위에 수많은 남성상담가들에게 이야기하지 못하고, 남성들보다 편안한 저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또 조심스럽게 전화를 했던 것입니다.

파김치 여성
거리에서 생활하는 또 다른 여성이 있습니다. 그녀는 거리에 떨어진 쓰레기를 치우며 다니십니다. 식사는 무료급식을 먹지 않습니다. 급식소에서 밥만 받아오고 서울역 근처 상인 등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얻은 재료들로 간단하게나마 본인이 직접 반찬을 만들어 먹습니다. 주로 고추장과 야채로 김치 비슷한 것을 담가 먹는데, 이번 겨울에는 감기가 들면서 몸이 아픈 바람에 그 김치를 잘 먹지 못했다고 집에서 조금만 가져다 달라고 하셨습니다. 고추장, 마늘, 파만 있으면 파김치를 만들어 먹을 수 있으니 먹고 건강해지겠다고 말입니다. 그래서 된장과 고추장과 마늘, 그리고 사무실에서 담근 파김치를 가져다 드렸더니 맛있게 드셨다며 고맙다고 하셨습니다. 이번에는 속옷이 필요하다고 하십니다. 같은 여성으로써 편하게 이런 이야기를 해주시니 기쁘지만, 한편으로는 일주일에 한번 만나는 사람에게 말하는 것이 전부일거란 생각에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녀는 언제나 거리에서 잠자기를 고수했지만, 몸이 아파서 결국 겨울동안 거의 대부분을 희망지원센터에서 지내게 되었습니다. 몸살이 낫게 되면 자신이 만들어놓은 집으로 갈 것이라고 합니다.

보이지 않는 그녀들을 위한 지원체계가 절실하다
여성홈리스는 눈에 잘 띄지 않지만 분명 존재합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그녀들을 위한 지원체계는 빈약하기만 합니다. 서울은 물론 전국적으로 여성 거리홈리스 전용 기관은 단 한곳도 없습니다. 그저 편하게 씻을 수 있는 공간, 꼭 필요한 물품을 부담스럽지 않게 요구할 수 있는 공간, 길거리에서 무서워하거나 뜬눈으로 밤을 새지 않고 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할 뿐입니다. 여성의 특성을 고려한 지원체계와 종합지원센터가 절실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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