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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뉴스 11호-꼬집는 카메라] 길에서 잠들면 영원히 잠들 수 있다

[꼬집는 카메라]

당신 그러다가 영원히 잠들 수 있다?
'길에서 잠들면 영원히 잠들 수 있다'는 문구는 꽤나 위협적입니다. 얼핏 생각하면 애정 어린 충고라고 받아들일 수 있겠으나 거리노숙 상황에서 보면 위 문구는 꽤나 공격적입니다. 그 상황이란 다름 아닌 '선택의 여지가 없다'라는 것입니다. 거리노숙을 할 수 밖에 없는 사람에게 아무런 대책도 주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당신 그러다가 영원히 잠들 수 있다’는 말은 관심과 걱정이라기보다는 조롱과 협박에 가까운 표현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홍보물 밑에 작은 글씨로 서울시에 신고하면 즉시 출동하여 노숙인을 보호한다는 문구가 함께 적혀있다는 것입니다.

위기대응콜
1600-9582, 위기대응콜센터 번호입니다. 9582(구호빨리)라는 번호에서 즉시 출동하여 보호한다는 결연한 의지가 보였습니다. 그래서 전화했습니다. 임시주거지원과 다른 여타 서비스가 연결되지 않는 막막한 상황에서 1600-9582는 사막의 오아시스구나! 라고 생각하며 들리는 짧은 신호음 뒤에 전화를 받은 곳은 다름 아닌 종합지원센터. 이런저런 당사자의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상담원은 '자격조건'이라는 것이 있다는 말을 했습니다. 자격조건은 관할 동사무소에서 조사하는 재산상황조사, 부양의무관계조사, 병원에서 발급받을 수 있는 근로능력평가진단서를 받아야 하고…… 상담원의 말을 듣다보니, '어! 이건 기존의 임시주거지원과 다를 바 없잖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콜센터는 가동되고 있지만 여전히 명의도용, 모호한 건강상황, 부양의무자의 존재 등이 걸림돌이 되고 있는 위기의 거리홈리스의 관점에서는 무용지물인 것입니다. 하지만 관련기관과의 연계, 위기대응팀이 구성되어 전화연락만으로 현장에 출동하는 기동력(관계자의 말을 빌리면 이것도 인력부족으로 하루 2~3건 출동하다보면 시간이 다 간다고 합니다.) 등은 이전 제도에 비하여 개선된 점이었습니다.

위탁기관을 비방하려는 글은 아니므로 다시 사진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갑니다. '길에서 잠들면 영원히 잠들 수 있다'는 문구와 유사한 예로 서울시는 각 구청을 통해 '노숙은 건강에 해롭습니다'라는 문구를 지하철과 근린공원 등 공공시설에 붙여 홍보한 바 있습니다. 노숙이 건강에 해롭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는 상황, 그리고 그에 대한 대책이 주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노숙이 건강에 해롭다는 문구는 '이 곳에서 노숙하지 말라'는 압박의 의미로밖에 읽히지 않습니다. 서울시는 선정적인 문구보다는 (충분하지 않지만) 마련해 놓은 제도들을 거리홈리스들이 원활히 이용할 수 있는 정보전달방식에 중심을 두고 홈리스문제를 바라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당사자 스스로가 제도의 문을 두드릴 수 있는 넓은 문을 갖춰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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