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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뉴스 14호-요세바 통신] 일본의 주거와 관련된 빈곤 비즈니스

그 배경과 “제로제로 물건”

[요세바 통신]은 일본의 홈리스 소식을 전하는 꼭지입니다.

▲기획 - 일본의 빈곤 비즈니스

① 의료
② 주거 – 1) 제로제로 물건

  ‘제로제로 물건’으로 발생한 트러블이 연발하고 있다는 신문기사 스크랩: ‘악덕부동산회사 스카일 서비스와의 투쟁 블로그판’에서
일자리를 잃고, 집도 잃다
일본에서 주거를 잃은 사람들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게 된 것은, 2008년부터라 할 수 있습니다. 당시 미국에서 돈을 빌려 집을 샀으나 저임금 때문에 채무를 갚지 못해 길거리로 내몰리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발생하였습니다. 그러자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한 은행도 파산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 은행 중 가장 심각한 상태에 빠진 것이 “리먼 브라더스” 라는 회사인데, 그래서 당시의 상황을 ‘리먼 쇼크’라고도 부릅니다. 미국이 경제가 악화되자, 미국을 주 무역 대상으로 하는 일본도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게 됩니다.

이 때 문제가 된 것은,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많이 생겼고, 따라서 집도 잃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수입이 없어지니 월세를 낼 수 없게 된 것도 문제지만, 여기에는 일본만의 독특한 작업 문화가 그 배경이 되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확산된 파견제도, 그리고 회사 기숙사 문제입니다.

정직원이 아닌 파견회사를 통해 고용하는 회사가 늘어난 것은, 일본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 현상입니다만, 일본의 많은 노동자들은 회사 기숙사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것은 회사가 잠자리까지 제공하니까 좋겠구나,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해고되면 집도 잃게 될 위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노동자는 더욱 더 회사에 종속되고 말 우려가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국제노동기구(ILO)와 같은 국제기구에서는 주택 정책은 국가가 일반적으로 맡아야 하며, 회사는 어쩔 수 없는 경우에만 집적 주택을 제공해야 한다는 권고를 내리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에는 회사에서 아주 허름한 컨테이너와 같은 기숙사를 제공하고, 일거리가 있을 때 현장에서 일을 하고, 대신 기숙사비와 식비 등을 공제하는 방식이 꽤 널리 이용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경제위기 때 다수의 사람들이 일자리뿐만 아니라 자신의 집도 잃고 거리로, PC방으로, 내몰렸습니다. 언제든지 해고될 수 있는 노동의 유연화, 적극적이지 않은 정부의 주택정책이 경제 위기와 맞물리면서 빈곤한 노동자를 생존의 위협에 놓이게 한 것입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2009년 3월 도쿄에서는 “주거 빈곤에 대응하는 네트워크”가 만들어졌습니다. 이 네트워크에서는 다음과 같이 주거빈곤을 구분하고 있습니다.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제로제로 물건’ 업자, 오갈 곳 없는 빈곤한 사람들의 처지를 악용하다
일본에서 집을 임대하기 위해서는 월세 이외에, 보증금과 사례금을 내야 합니다. 보증금은 한국과 같은 개념으로 보통 1개월-2개월치의 월세를, 만약에 있을 체납이나 파손에 대비해서 집주인에 맡기는 것입니다. 사례금은 독특한 일본 관습인데, 집 주인에게 ‘집을 빌려줘서 고맙습니다’라는 의미로 돈을 지불하는 것입니다. 보통 1개월-2개월치 월세 정도입니다. 보증금은 계약이 끝난 후 퇴거할 때 받을 수 있지만, 사례금은 되돌려 받지 못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소득이 불규칙한 사람들에게 이러한 보증금과 사례금은 매우 부담입니다. 자신의 월세 이외에, 월세의 4-5배 정도의 목돈을 준비해야 되니까요. 그런데 이러한 사람들을 노리고 보증금과 사례금을 일절 받지 않는 월세집이 생겨난 것입니다. 이것을 ‘제로제로 물건’이라고 합니다.

  한 부동산 회사의 광고: 각 지자체나 부동산 회사에서는 이러한 ‘제로제로 물건’에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돈이 없기 때문에 일단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희소식일 겁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가혹하리만큼 엄격한 계약 규정들이 숨어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월세를 단 하루만이라도 늦게 되어도 부동산업자가 고액의 위약금을 청구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대게, 월세 체납이 발생하면 세입자가 없는 사이에 집 열쇠를 바꾸어 놓아 들어가지 못하게 한 다음, 저소득층에게 체납에 대한 위약금을 청구하는 형태로 이루어집니다. 이와 관련해서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08년 10월에는 5명의 임차인들이, 월세를 조금 늦게 내었다고 하여 방문을 걸어 잠그고 고액의 위약금을 요구한 부동산 회사 “스마일 서비스”에 소송을 제기한 바가 있습니다. 이 때 도쿄지방재판소는 부동산 회사에게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빈곤한 사람들이 손쉽게 소송을 걸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피해를 고스란히 감내할 수밖에 없는 경우들이 많은 것입니다.

이에 대해, 부동산 회사들은, 돈이 없어서 보증금이나 사례금을 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만큼 위험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당하다고 주장합니다. 물론 월세를 정해진 기일보다 늦게 낸 것에 대해서는 임차인의 잘못도 없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이를 빌미로 가혹한 수수료나 위약금을 강요하는 것은, 오갈 곳 없는 빈곤한 사람들의 처지를 악용한 처사라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수탈이 법적으로도 불법이라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다음 호에는 주거 빈곤 비지니스 중 (2) 보증 비즈니스 (3) 노숙인 대상 숙박소 비즈니스 등을 살펴보겠습니다.

※참고한 자료

-일본변호사연합회 빈곤문제대책본부 편, 2011년, “빈곤비지니스 피해의 실태와 법적 대응책” 민사법연구회 발행

-카도쿠라 타카시, 2009년, “빈곤비지니스” 환동사(幻冬舎) 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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