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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뉴스 15호-연속기고] 매입임대주택 이야기

[연속기고]는 글쓰기 모임“늦봄에”에 참여한 당사자들의 노숙 경험을 글로 적은 꼭지입니다.

샘물님이 집들이 하던 날이 떠오릅니다. 동료들과 함께 방에 둘러 앉아 새롭게 마련한 보금자리를 축하해주고, 부러워하던 모습. 임대주택과 같은 저렴한 주거공간을 마련하는 일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장 절실한 일일 것입니다. 하지만, 주거공간을 마련하는 것만으로 삶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 또한 현실입니다.

지난 6월 28일, 글쓰기 모임에서는 임대주택으로 이사해서 살고 있는 샘물(이하 샘), 달마(이하 달)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아래 글은 그 날 함께 나눈 이야기들 중에 일부를 정리한 것입니다.

Q: 샘물님은 이사하신지 4개월 정도 되셨죠? 달마님은?
달: 1년 넘었지. 1년 6개월.
샘: 이제 재계약해야겠네요?
달: 재계약은 2년마다.

Q: 재계약은 4번까지 할 수 있는 거죠? 최장 10년까지. 임대료가 얼마에요?
샘: 85,630원. 첫 달에는 8만 얼마 밖에 안 됐어.
달: 난 7만원. 난 수급자니까 가스, 전기, 수도는 다 할인받아.
샘: 그런데 내가 이제껏 넉 달 동안 생활했는데 60만원밖에 안 들어갔어. 밥 먹는 거 이런 것 빼고. 고시원 살 때보다 덜 들어간 거에요. 그 대신에 다른 게 더 들어가요. 차비. 전에는 그것도 안 썼는데.

다 건강이 안 좋아. 자기 건강은 어쨌든 챙겨야 하는데.
Q: 집에서 밥은 해 드세요?
샘: 토요일, 일요일 밖에 안 해먹지. 처음에는 해 먹었는데 그 뒤로 밥은 안 해 먹었어.
달: 그런데 임대주택 들어간 사람들 내가 몇 사람 가보면, 어떤 면에서는 더 안 됐어. 건강도. 약을 먹어야 하니까 밥을 먹어야 하는데 쌀 사먹고 그런 게 아까워서 밥을 안 먹어서 몸을 더 악화시키는 거에요. 그런데다가 술도 먹고. 문제가 있더라고.
샘: 달마님 말이 맞아요. 그게 내 경우에는 쌀은 샀는데, 새벽에 나가지 밤에 늦게 들어오지, 뭐 이렇게 시간 보내면.
달: 샘물님 같은 경우에는 이해가 되는데. 하루 종일 집에만 있는 사람의 경우에는, 밥은 안 먹고. 내가 한 번 그렇게 했어. 약을 먹기 위해서 물 말아서 김치하고 밥 먹고. 그래야 유지가 된다고. 이제 나이 들어서 임대주택에 들어갔는데 다 건강이 안 좋아. 자기 건강은 어쨌든 챙겨야 하는데. 내가 안타깝더라고.

달라진 게 있나요?
Q: 고시원에서 생활할 때랑 지금 이사 가신 곳이랑 달라진 게 있나요? 임대료가 저렴해진 것 말고는 더 좋아진 건 없어요?

샘: 일단 뭐 빨래, 세탁하고 씻는 거하고, 그게 좋지. 예전에 고시원은 사람이 많으니까 냄새도 나고.
달: 내가 작년부터 활동하면서, 아저씨들 주거지원해가지고, 한 4개월 즈음 지나면, 내가 우리 집에 데리고 간다고, 이런 집에 들어갈 수 있다고. 그래서 싫증내지 말고 꾸준히 있으라고, 사람같이 살아보자고, 권유를 한다고, 그러면 다들 좋아하지.

Q: 그러면 요즘에 반상회 같은 것도 했어요?
샘: 한 번도 안 했어. 넉 달 있었는데 한 번도 안 했어.
달: 1년 6개월 있어도 난 한 번도 안 하던데.

Q: 관리자가 누구인지는 아세요?
샘: 얼굴은 알지. 가끔 집에 와요. 수도세 이런 것 때문에. 월초에 몇 번 왔어요. 임대료 주고 그래서. 월초에는 그 사람이 받아 갔어요. 지금은 수도세는 따로 주인집에 줘요. 두 달에 한 번씩. 넉 달 동안 1,800원 밖에 안 냈어요. 요즘은 많이 쓰는 편이지. 여름이라서. 전기세가 만만치 않게 나와요.
달: 우리 관리자는 밑에 지하에 있거든. 그 사람은 나이도 나보다 많고. 형님형님 하면서 지내지.

Q: 샘물님 건물에도 많이 사시죠?
샘: 15가구.

Q: 샘물님은 주말에는 사람들 좀 보세요?
샘: 가끔 보지.

Q: 그런데 이야기할 기회는 없죠?
샘: 없어. 근데 나는 잘 사귀지 않아요. 고시원에서도 사람하고 잘 안 어울렸어. 몇몇 아는 사람 있지만. 원래부터 그랬어요.

Q: 예전에는 매입임대 들어가면 주거 환경이나 이런 게 좋아지니까,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샘: 그게 아니에요.

Q: 막상 들어가신 분들을 보면 이사 가니까 주거환경은 정말 좋아졌다는 반면 외로워하시는 분이 많더라고요. 특히 쪽방이나 고시원에서 오랫동안 생활하신 분들은. 물론 주거라는 게 정말 중요한 건데. 어떻게 생각하면,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샘: 임대료는 줄었지만, 이게 아니라는 생각도 들어. 왜냐하면 대화할 사람도 없지.
달: 외롭지.

나도 가족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샘: 생활이란 게 그런 거에요. 전에 하고는 영 다르지. 물론 좋아졌는데 이게 사람이 가진 게 있으면, 잡생각이 든다는 거에요. 그런 게 있다고.

Q: 잡생각이 어떤 생각인데요?
샘: 나도 가족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그런 생각.

Q: 샘물님, 그건 잡생각이 아니라 생각을 할 수 있게 된 거 아니에요?
샘: 그런데 고시원에서는 일단 그런 생각이 안 들었어요. 그런데 여기서는, 그런 생각이 들어요. 여태껏 집이 없다가.

Q: 샘물님은 처음으로 집이 생기신거라서.
샘: 과거에는 친척집에서 지낸 적도 있었지만, 여기 대도시에 오면서부터는 노숙을 할 수 밖에 없었어요. 가족이 없으면 이게 허탈함이 엄청 들어요. 가족이 있으면 덜 그런데. 가족이 없으면 굉장히 허탈함이 많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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