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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뉴스 16호-아우성] 홈리스에게도 당연한 차별받지 않을 권리!

[홈리스인권-아우성]은 ‘홈리스인권지킴이’활동을 통해 만난 거리 홈리스의 이야기를 나누는 꼭지입니다.

  진료영수증에 ‘서울시 노숙자’라고 표기되어있다.

빚 좋은 개살구, 노숙인 권리장전
“노숙인은 우리사회의 일원으로,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갖는다”는 의미를 담아 2012년 6월 7일, 서울시에서 ‘서울시 노숙인 권리장전(이하 권리장전)’을 제정하였다. 총 16조로 이뤄진 이 권리장전에는 노숙인이라는 이유로 시민으로서의 권리행사와 공공서비스 접근에서 차별받지 아니하며 누구에게나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는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제1조로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1년의 시간이 갓 지난 이 시점에서 권리장전의 노숙인의 ‘차별받지 않을 권리’라는 것이 빚 좋은 개살구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여전히 공공서비스 영역에서 노숙을 이유로 한 차별은 현재진행형이다, 특히 아파서 찾아간 병원에서조차도 홈리스에 대한 차별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난 9월 중순, 노숙인시설에서 종사하는 분에게 제보가 왔다. 거리에서 노숙을 하는 분이 병원에 다녀왔는데 그가 보여준 진료비계산서 영수증에 ‘서울시 노숙자’라는 표기가 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홈리스 당사자를 만나 뵙기로 했다.

“노숙인 신분 아니었어요?”
허OO씨는 거리에서 생활하면서 일용직 노동을 하고 있었다. 일하던 중, 손목탈골로 급하게 응급실에 다녀오게 되었고 이후 꾸준한 치료를 위해 노숙인무료진료소에서 진료의뢰서를 받아 국립의료원으로 치료를 받으러 다녔다.
이후 허씨는 손목탈골을 산재로 처리하고자 병원에서 의무기록지를 확인하게 되었다. 의무기록에 ‘노숙자’라고 쓰여 있는 글씨를 본 허씨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허씨는 원무과에다 의무기록지에 표기되어 있는 ‘노숙자’를 삭제해달라고 요청하였다. 그러나 원무과에서 시일이 걸린다며, 응급실로 가보라고 하여 응급실 수간호사에게 같은 요청을 하였다. 그랬더니 돌아온 답변은 오히려 질문이었다. “(병원에 왔던) 그때 신분이 뭐였어요? 노숙인 아니었어요? 그런데 왜 고치려고 하세요?” 라는 것이었다. 허씨는 그 말이 언어폭력을 넘어서 심한 모멸감을 느끼게 한 순간이었다고 표현하였다. 수간호사의 질문에 ‘산재처리’를 하고자 하는데 ‘노숙자’란 표기로 본인의 입장이 난처해지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삭제해달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노숙인진료이기에 산재가 안 될 것이다’란 답변이 돌아왔고, 허씨는 ‘알아서 할테니 노숙인에 대한 부분을 삭제해달라’고 다시 한 번 요청했다. 그러나 수간호사는 ‘못해요’라고 말했다. 그 말은 또 ‘삭제할 방법이 없어요.’가 아닌 ‘안 해 주겠다.’로 느껴져서 기분이 나빴다고 한다. 이에 병원에 진정을 넣었고 원무과장을 통해 ‘의무기록지를 작성하는 담당자가 휴가가 끝나는 대로 고치겠다.’는 답을 듣게 되었고 곧 수정되었다. 그러나 그것도 ‘노숙자’라는 글씨 위에 두 줄을 그어놓고 도장을 찍어놓은 형태였다. 지웠다고는 하지만 누구든 그 글씨가 뭐였는지 확실히 알아볼 수 있는 상태였던 것이다.
  진료영수증에 ‘순수 노숙(A)’라고 표기되어있다.

진료영수증에도 ‘노숙자’기재
또한 허씨가 진료비 영수증을 받고 기분이 좋지 않았던 것이 있었다. 그의 건강보험에 ‘서울시노숙자’라고 표기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항의를 했고, 이번에는 위치만 바꾸어 납부하지 않은 금액 옆에 ‘서울시노숙자’라고 표기되었다.

예전에는 표기하다가 한때 없어졌는데, 갑자기 다시 기재된 것을 보니 병원에서 일방적으로 기재한 것 같다는 것이다. 그는 거세게 항의를 했고, 이후에 갔을 때에는 진료비영수증에 표기 자체가 없어졌다고 한다.

이러한 낙인은 득보다 실
허씨는 이런 일련의 상황들을 경험하면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노숙인이 된 것은 개인의 잘못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파서 간 병원에서조차 이렇게 ‘노숙자’라고 낙인을 찍으면 아예 살지 말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병원에는 온 사람 중에 회사의 간부일 경우, 우연히 내가 ‘노숙인’이라고 표기 된 것을 보게 된다면 나에게 일자리를 주겠느냐 말이다. 병원에서 이런 차별을 하게 되면 자극이 되기보다는 ‘내 상태가 그렇구나’라고 낙담하게 만들고 정체되게 만드는 득보다 실이 많은 큰 문제이다. 이런 문제들을 (홈리스라면) 모두 겪고 있다. 본인은 항의해서 고쳐졌다고 하지만 잘 몰라서 못하거나 혼자라서 해결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나보다는 둘이 낫고, 둘보다는 셋이 낫고 셋보다는 열이 낫다는 말처럼 우리 같은 사람들이 똘똘 뭉쳐서 바꿔갔으면 좋겠다.”

처음 제보를 했던 노숙인시설 종사자가 노숙인 의료급여와 관련해서 ‘노숙인’이라는 낙인이 주는 인권침해와 정신적 피해에 대한 문제들로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넣은 결과 복지부에서 답변이 왔다. ‘현행 시스템에서는 국민기초수급권자와 달리 국가유공자와 이재민, 노숙인 등 타법의료급여 수급권자의 경우 의료급여 유형이 의료급여증에 표기되고 있습니다. 진료비 영수증이나 의료급여증에 표기되는 노숙인 의료급여 명칭 개선에 대한 귀하의 의견을 앞으로 시스템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적극 검토하도록 하겠습니다.’

차별에 맞서는 것도 하나보다는 여럿이 해야
현재 홈리스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노숙인’이기 때문에 경험하는 차별과 모욕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고통스러운 것이다. 홈리스 대중들이 직접 그렇게 느꼈다면 당연히 고쳐져야 할 부분이다. ‘차별받지 않을 권리’는 ‘노숙인’이라는 낙인을 찍지 않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앞으로 하나보다는 둘, 둘보다는 셋, 셋보다는 더 많은 홈리스들이 복지부의 답변이 제대로 지켜지는지 함께 감시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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