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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뉴스 17호-홈리스인권 아우성] 장벽 없는 주거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홈리스인권-아우성]은 ‘홈리스인권지킴이’활동을 통해 만난 거리 홈리스의 이야기를 나누는 꼭지입니다.


장애 홈리스와 만나다
인권지킴이 활동을 하다보면 다양한 홈리스를 만날 수 있습니다. 여성, 아동, 환자, 장애인, 노인 등 고정적으로 보이시는 분들도 있지만, 거리노숙을 이제 막 시작한 새로운 얼굴도 매주 어렵지 않게 만나게 됩니다. 이들 중에서도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기초생활수급자가 주거, 생계급여를 받는 날에도 장애 홈리스 한 분을 만났습니다. 이분은 다른 홈리스와 함께 역사 내 지하도 구석에서 머물러 있었습니다. 거리생활 한 달을 갓 넘은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었습니다. 다른 한 명은 고된 일용직 노동을 마치고 장애 홈리스와 말벗을 해주기 위해 찾아온 노동하는 비장애 홈리스였습니다. 이 두 분은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시끄러운 곳보다는 조용한 곳을 좋아하다보니 구석에서 자주 만나게 되었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 통하는 것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비장애 홈리스가 장애 홈리스와 이야기하기 위해 과자를 사와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던 중, 함께 만나게 되어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장애를 가진 홈리스의 경우 대학을 나와 활발하게 직장을 다니기도 하셨습니다. 집안도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남부럽지 않을 정도로 잘 살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병(병명이 어려워서 기억을 못합니다만, 그분의 표현으로는 근육이 마르는 병이라고 합니다)에 걸리면서 점점 걷는 것도, 손으로 잡는 것도 어려워졌고 결국 휠체어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되자 일자리도 잃고, 가족도 잃고 수급자로 살아가며 쪽방 중에서도 그나마 턱이 없는 방을 간신히 구해서 살았다고 합니다. 장애도 심해서 혼자 걷는 것은 꿈도 못 꾸는 상황이고, 라이터도 켜지 못할 정도로 근육이 없는 손인데도 장애등급은 4급밖에 되지 않아 지원도 제한적이라고 했습니다.

갈 수 있는 집이 없다
그러던 중 몸이 더 아프게 되어 요양병원에 들어가셨다고 합니다. 그곳에서의 생활은 편리하지만 개인적인 일도 병원 내 규율을 들이밀며 하지 못하게 하는 등 제약이 많아서 싫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요양병원에서 나와, 수급 급여를 가지고 살 집을 이리저리 알아보러 다녔다고 합니다. 보증금 없이 최저생계비로만 갈 수 있는 집은 거의 없었습니다. 계단이 많고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는 고시원은 당연히 들어갈 수 없었고 쪽방을 구하러 돌아다녔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빈 방은 계단이 많은 2층 이상이거나, 그나마 있는 1층도 턱이 있어서 방까지 기어가는 것도 힘들어서 결국 포기하고 노숙을 하게 된 것입니다. 임대아파트 생활을 하고 싶어도 당장 들어가 살 수 있는
방도 없으니 신청도 하지 못하고 주소불명으로 수급까지 끊길까 하는 걱정에 놓여 있었습니다. 그래서 본인이 들어갈 만한, 휠체어로도 충분히 방 입구까지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이라도 있으면 좋겠다는 말에 쪽방지역 지원단체 활동가가 함께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그 분을 다시 만날 수 없어서 아직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마땅한 주거를 얻지 못해서 거리에서 잘 수밖에 없는 장애 홈리스
몸도 불편하고 들어갈 방 한 칸도 없는 이런 불편한 현실 속에서도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을 정도로 책벌레인 이 장애 홈리스가 살아갈 수 있는 장벽 없는 주거가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쪽방 입구에 문턱을 없애고 경사로를 설치하거나 방에서도 혼자서 일어나고 휠체어에 앉을 수 있도록 안전 바를 설치하고 혹시나 모를 사고를 위해 비상벨을 설치하는 작은 노력만으로도 조금이지만 바뀔 수 있습니다. 수급자이지만, 마땅한 주거를 얻지 못해서 거리에서 잘 수 밖에 없는 장애 홈리스를 더 이상 만나고 싶지 않습니다. 가난한 홈리스, 장애인이든 노인이든 환자이든 간에 편리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주거, 저렴한 주거, 마음껏 쉴 수 있는 편안한 주거가 곳곳에 마련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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