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행동홈리스 뉴스

[홈리스뉴스 21호-홈리스인권 아우성]응급대피소가 문을 닫다

[홈리스인권-아우성]은 ‘홈리스인권지킴이’활동을 통해 만난 거리 홈리스의 이야기를 나누는 꼭지입니다.

4월 15일 저녁 9시
서울역 우체국 지하도 안에 설치된 ‘응급대피소’. 동절기와 하절기 한파와 폭염으로부터 거리홈리스들을 지키기 위한 응급 잠자리다. 지난 겨울에도 어김없이 이곳은 문을 열었고 4월 15일을 끝으로 혹한기 응급구호 기능은 마무리되었다. 이날 대피소에 들어가기 위해 줄 지어있는 서울역 홈리스들을 만났다.

“일 년 내내 운영되면 사람들이 타성에 젖어요. 어느 때라도 아! 여기는 갈 수 있구나 한다구요. 물론 기댈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거기에 빠져 버리게 되요. 다만, 지금도 추우니 4월 말까지만 운영해 줬으면 좋겠어요”

“나는 코도 많이 골고 이도 많이 가는 편이라서 주변에 피해를 주기 때문에 한 번도 이용을 안 했어요. 그렇지만 좋게 보는 편이에요. 한 겨울에 바깥에서 자는 것보다 따듯하게 여기서 자는 게 낫죠”

응급대피소에 대한 평가는 대다수 긍정적이었다. 설령 단 한 번도 이용하지 않은 이들에조차 대피소는 마지막 은신처로 여겨지고 있었다.

내일은 어디로?
“결정은 안 했어요. 일단은 밤에 산책 삼아 좀 돌아댕기고 뭐 낮에 OO센터에 가서 낮잠 잠깐 자고 그렇게 지내면서 생각을 할 거에요”

“실제로 여기에 서 있는 사람들은 지금 현재는 잘 데가 없단 말이에요. 돈도 없는 상태고 그러면은 서울역 광장에 박스 깔고 자는 수박에 없어요. 그렇지 않으면 시청, 광교, 청량리나 지하도 같은 데 이런데서 자야죠”

“OO센터에서 20일 간 잘 수 있으니까 그리로 가야죠. 그리고 나머지 열흘은 일용직이나 이런 걸 해야죠. 뭐 하루 사우나 가 가지고 하루 이틀 그렇게 해 가지고 열흘 만들어야지”

서울시는 대피소 패쇄 전까지 ‘따스한채움터’(실내급식소)를 통해 시설 입소 상담을 진행하였다. 그러나 대피소 이용 행렬 중 시설에 입소하리라 대답하는 이는 없었다. 다시 거리를 만나야 한다. 낭만도 없는 야간 산책을 하거나, 이곳저곳으로 흩어져 자기만의 대피소를 만들어야 한다.
“임시주거지원을 받을 수 없는 사람이 있어요. 서울시에서 정한 규칙들이 있다고. 상담원들이 이 사람은 술도 안 먹고 성실해서 해주고 싶어도 이 사람은 지원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서울시에서 하면...”

“센터 2층 가면 취업센터가 있어요. 거길 통해서 철원의 화장실 시트 재료 만드는 공장에 갔어요. 한 여름에 갔는데 180도 되는 재료에 배를 살짝 스쳤는데 2도 화상을 입었어요. 작업현장이 완전 엉망이에요. 안전 차원에서 완전 제로야. 취업센터 사람들이 소개하기 전에 공장 사진을 찍어왔었는데 작업현장 내부는 전혀 안보고 건물 외부랑 숙소만 찍어온 거야”

사실, 응급대피소를 놓고 가타부타 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거리노숙 인구를 가려 문제를 감추는 효과, 노숙을 벗어나도록 돕지 못하는 한계는 있지만 한겨울 인명을 구한다는 역할은 누가 뭐래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응급대피소의 개선책은 대피소 밖에서 찾아야 한다. 위 홈리스들이 언급했듯 ‘대피’가 아닌 ‘주거’를 제공하고, 제대로 된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터뷰 중 한 홈리스는 이렇게 말했다. “서울역서 벗어나는 건 진짜 기술자야”. 이런 자조가 아니라, 기술자가 아니어도 서울역을 벗어날 수 있도록 서울시 노숙인 대책은 넓고 깊어져야 한다.
태그

응급대피소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홈리스뉴스 편집부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