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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뉴스 29호] 홈리스의 현실, 홈리스의 과제

[진단]은 홈리스 대중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된 정책, 제도들의 현황과 문제들을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표 1. 국회 제출 노숙인 등 복지법 개정안 개요>

기초생활보장법 개악에 따른 혼란
개악저지 투쟁에도 불구하고 작년 말,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개정되었다. 낮은 최저생계비가 드러내듯 보장수준이 낙후하고, 부양의무자 기준과 같은 선정기준이 기존 제도의 문제였으나 이를 통합급여의 한계로 호도하여 기초생활보장제도를 급여별로 쪼개는 개악이 실현된 것이다. 해당 법률은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인데, 그에 따라 수급자들은 유래 없는 변화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수급자들은 급여 마다 해당 부처로 분산시킨 제도의 복잡함으로 인해 이해의 곤란과 혼동을 겪게 될 것이다. 수급자들에게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생존수단이란 점에서 이는 알 권리의 차원보다 훨씬 깊은 문제로 체감될 것이다. 한편, 2010년 근로능력평가제도의 변경 적용 시 드러났듯 개정 기초생활보장제도는 행정기관 측의 혼란도 상당히 야기할 것이다. 이처럼 올 해에는 법률 개정에 따른 급여 내용의 변화와 함께 새로운 제도 이식에 따른 진통이 겹쳐질 것으로 보인다.

상층 중심의 노숙인등 복지 체계 개편
작년 12월 ‘노숙인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노숙인 등 복지법)’이 개정되었다. 그리고 올 해에만 벌써 3건의 새로운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되었다. 작년 개정 법률이 소폭 개선된 측면이 있고, 현재 제출된 법안들 역시 “노숙인등의 범주에 아동 및 청소년을 포함”, “외국인 노숙인 규정 추가” 등의 내용을 담고 있어 전반적인 개선 방향은 긍정적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이들 법안은 현행 법률이 갖고 있는 법 제명의 부적합(정책대상을 ‘노숙인 등’으로 표현, 지원의 사각지대를 지원대상보다 넓게 두는 문제), 권리성 부재(이의신청절차의 부재 등), 강제력 없는 복지지원 조항(‘해야 한다’가 아닌 ‘할 수 있다’로 규정)과 같은 굵직한 문제에 집중하지 않는다. 나아가 더 근본적인 문제는 법 개정 작업이 조용하게 이뤄졌고, 또 그럴 것이라는 점이다. 법률의 개정에 있어 이해당사자의 의견 청취, 반영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정작 홈리스 당사자들은 의견 개진은커녕 개정되었다는 사실 조차 대다수 모르고 있다. 이건 정말이지 납득되지 않는 상황이다. 개정 법률의 내용은 둘째치더라도, 개정되는 과정부터 홈리스들을 배제시킨 법률에 무슨 선한 결과를 기대할 수 있겠나? 한편, 현재 국회에 제출된 노숙인 등 복지법 개정안은 5개(표 1 참조)에 이르고 있어, 향후 별도의 대응이 없다면 이런 이해되지 않는 상황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홈리스 상태의 고착화
임의조항으로 일관된 노숙인 등 복지법의 문제는 지원체계의 답보를 낳고 있다. 극히 일부를 제외하곤 노숙인 등 복지 지원은 제도 진입에 필요한 선정기준조차 없이 한정된 자원 배치에 따른 프로그램적 성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홈리스 상태의 악화와 장기화는 자연스런 귀결이다. 과거와 달리 만성질환에 의한 사망자의 증가가 통계로 확인되고 있고, 조사를 통한 실증은 이뤄진 바 없으나 장애 출현, 노숙상태로의 재진입, 홈리스 상태의 횡적 순환과 같은 경향은 활동을 통해 체감되고 있다. 홈리스들의 요양병원으로의 사회적 입원 현상이 대표하듯, 노숙인 등 지원체계의 고질적 문제들은 지원체계에서의 이탈로까지 나타나고 있다. 의료, 주거, 고용 등 어떤 영역에서든 질적, 양적인 발전 없이는 악순환의 중단은 기대하기 어렵고 그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홈리스 당사자 개개인에게 남겨질 것이다.

  “국민의 마음 국회가 생각합니다”. 국회 홈페이지 전면에 걸린 글귀다. 마음을 ‘생각’하기 앞서 직접 듣는 게 정확하지 않을까?
집단적으로 불평하자
노숙인 일자리, 임시주거지원, 급식... 문제없다 얘기할 만한 게 뭐가 있을까? 원래 복지란 게 내 돈 내고 사 쓰는 것만 못한 법이란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불평을 하자는 얘기다. 그런데 그동안 혼자 하는 실망과 푸념은 할 만큼 했다. 이제, 한숨을 쉬더라도 같이 쉬고 푸념을 하더라도 같이 하자. 법을 어떻게 바꿔야 하고, 주거대책은 이렇게 해야 한다는 것과 같은 어려운 얘기는 차차하고 일단 푸념부터 같이 풀자. 한숨부터 같이 쉬자. 노숙인 복지가 어떤 점에서 삐걱대는지 홈리스 당사자만큼 잘 아는 이는 없다. 몸으로 겪었기 때문이다. 그런 구체적인 문제들을 쏟아내자. 대책이란 것이 원래 문제를 바로 아는 것으로부터 출발하는 것 아닌가? 같이 쉬는 한숨에 땅은 꺼지지 않겠지만, 홈리스 복지의 개선은 분명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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