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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뉴스 32호] 가판대 사장이란 희망을 꺾지 않도록

[진단]은 홈리스 대중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된 정책, 제도들의 현황과 문제들을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지난 4월 말경, 노숙인도 거리에서 가판대를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기사가 보도되었다. 서울시에서 3월부터 철거대상이던 가판대를 노숙인들이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범사업을 진행했고, 올해 말까지 점포 50여개를 창업할 것이란 내용이었다. 이와 관련해서 서울시에 정보공개를 청구하였고, ‘시범운영 현황, 확보된 시설물 현황, 선정기준, 운영기준, 지원계획’ 등에 관한 자료를 확보할 수 있었다. 다음은 정보공개자료를 바탕으로 시범 운영과정에서의 문제점과 한계 등을 짚어보고자 한다.

먼저 신청자격은 노숙인이란 것을 증빙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시설입소/이용 노숙인이거나 쪽방거주 홈리스여야 하며, 시설장의 추천으로 신청할 수 있다. ‘자활능력, 저축금액, 최근 2년간 근로활동 이력’도 선정기준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또 기본적으로 초기 투자금(도로점용료, 시설물 대부료, 전기료 선납비, 시설비, 판매물품 구입비 등)은 보통 300만~500만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리고 이 부분은 ‘원칙적으로 신청 노숙인 개인이 부담하여야 하나, 가능한 시설장들이 개인이나 기업의 후원금품을 받아 지원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 외에도 철거대상인 시설물은 장사가 되지 않아 자진 폐업한 경우 외에도 질병, 연로, 사망, 허가취소(불법전대 등) 등 다양하며, 본인이 지역을 선택할 수 있다. 이후 가판대 운영에 관한 기본적인 요건을 갖춘 후에는 지역상권과의 조화를 고려하여 판매품목을 결정할 수 있다. 중간에 음식을 조리하여 판매하는 것을 제외한 다른 종목으로 바꿀 수 있으며, 운영기간은 최장 6년(3년+3년)이다.

서울시는 2013년 6월 ‘보도상영업시설물 관리 등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통해 특례지원에 의상자, 노숙인을 포함하였다. 이를 근거로 철거될 가판대를 홈리스 일자리로 활용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보이는 시도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답변이 충분하지 않아 전화를 통해 추가적으로 확인해보았다.

먼저, 신청 시 시설장의 추천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 입주자 또는 시설, 쪽방에 거주하지 않는 경우 정보에의 접근 및 추천에서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게다가 가판대를 잘 유지하는 경우 추천한 시설에 대한 평가에 직접적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바, 시설에서는 신청조건을 충족하는 홈리스만을 추천하고 싶을 것이다.
기사에 나왔듯이 시범사업으로 1개월간 진행한 결과를 보자면 순수익이 하루 평균 1~6만원에 불과하다. 가령 상권이 좋지 않은 경우 최소 30만원 수준의 수익으로는 실질적으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최저생계비 지원 등 수익을 보완하는 지원 없이는 판매물품 보충구매, 전기사용료 납부, 주거/생계비 지출 등으로 인해 곤란함을 겪을 것은 자명하다. 그리고 저축금액이 없거나 부족할 경우나 기업후원이 불확실한 경우 한꺼번에 100만원 가까이 초기 투자금을 납부하라는 고지서를 받게 될 당사자의 마음은 불안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통화했던 담당자는 “서울시 노숙인 특별자활근로가 50만원도 채 되지 않는 수준이나, (가판대 운영은) 희망을 드리는 것”이라 했다. 하지만 신청자의 욕구(원하는 물품 판매)를 반영하거나, 불안정한 수입을 보충해줄 수 있는 실질적 지원계획이 불명확한 상황에서는 또 다시 노숙인을 대상으로 ‘당신도 사장이 될 수 있어!’라는 희망고문을 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불필요한 희망보다는 신청대상을 폭넓게 완화시켜 홍보하고 추천과 같은 어려움을 보완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초기 투자금에 대한 원활한 수급(개인/기업후원)으로 본인부담을 줄이고, 안정적인 수입을 위해 실질적인 지원계획을 확실하게 마련하여 홈리스에게 진짜 ‘먹고 살만한’ 일자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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