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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뉴스 32호] 일본의 홈리스 투표권을 둘러싼 논란 1 : 홈리스 단체 건물에 3500명이 주소등록한 이유

[요세바 통신]은 일본의 홈리스 소식을 전하는 꼭지입니다.

  가마가사키 해방회관: 이 허름한 건물에 3500여명의 홈리스가 주소를 두고 있었다. [출처: 일본위키피디아]
주거가 일정하지 않은 사람들은 투표를 할 수 있을까요? 한국 헌법 제24조에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선거권을 가진다.”라고 규정합니다. 따라서 홈리스도 국민인 이상 당연히 투표할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2014년 진선미 의원은 사는 곳이 명확하지 않아 ‘거주불명등록자’가 된 19세 이상 성인이 전국적으로 40여만 명에 이르며 이들의 선거 투표율은 매우 저조하다는 지적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왜 생겨나고 있는 것일까요? 그리고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요? 이번 호부터 몇 회에 걸쳐 일본 사례를 살펴보면서, 홈리스의 투표권 문제의 원인과 해결방법에 대해 생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호에는 2006년 12월에 홈리스 지원 단체 사무실 주소로 3500여명의 홈리스가 주민표를 등록한 사실이 밝혀진 사건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주민표는 한국의 주민등록제도와 비슷한 것인데, 일정기간 이상 거주하는 사람에게 부여되는 거주 증명이자 신분증입니다. 주민표는 투표를 위한 기본적인 공적 서류이므로, 이번 사건은 일본의 홈리스 투표권을 둘러싼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홈리스가 주소를 ‘빌린’ 이유는?
2006년 12월, 다른 사람의 신분증을 도용한 사건이 발생하여 조사 중이던 경찰은, 일본의 노숙인 밀집지역인 아이링 지역에서 홈리스지원단체에 주민등록을 하고 있던 일용직 노동자들의 상당수가 실제로는 거주가 없는 상태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홈리스 지원단체의 사무실인 가마가사키 해방회관에 무려 3300여명이 주민등록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외에도 가마가사키 지원기구라는 시민단체 건물에 129명, 또 다른 시민단체인 ‘고향의 집’에 27명이 거짓 등록되어 있다는 것도 밝혀졌습니다. 이 홈리스들이 주소를 시민단체에 등록한 것은, 취업, 생활보호와 건강보험 신청에 주소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었습니다. 따라서 시민단체는 다소 불법일 수 있으나, 홈리스의 요청을 거절할 수 없었고, 이러한 건수가 매년 쌓이다보니, 무려 3500여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거짓 주소에 등록을 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가난한 사람을 선거에서 배제하지 말라! 라는 리어카를 끄는 노동자 [출처: http://hatarakibito.at.webry.info/201007/article_4.html]
시민단체의 움직임
2007년 2월 15일, 가장 많은 등록자가 있었던 가마가사키 해방회관의 단체는 600여명의 서명을 모아서 주민등록 말소를 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요청서를 오사카 시에 제출하였습니다. 특히 사건이 발생하고 얼마 후인 2007년 4월에 지방선거가 예정되어 있었는데, 주소 허위 등록으로 인해 주민등록이 말소되면 투표권을 박탈당하게 되기 때문에 이에 항의하기 위해 가마카사키 해방회관의 활동가들은 주민등록 반대 운동을 펼치며 서명을 받았던 것입니다. 시청에 제출하는 과정에서 활동가와 경찰 간 충돌이 발생하여 언론에 보도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다른 단체들도 건강보험이나 취업 관련 문제가 생길 것이 예상되므로, 시 당국의 신중한 판단과 조치를 요구하는 요청서를 발송하였습니다.
하지만 2007년 2월 23일 오사카 시는 여전히 주민등록을 옮기지 않고 있던 2,648명에 대해 주민등록을 말소한다는 통지를 보내게 됩니다.

주소가 없는 자의 투표권의 행방
2007년 3월 26일 오사카 시 선거관리위원회는 주민등록 문제를 신속히 해결해 줄 것을 요청하는 의뢰서를 제출합니다. 같은 날 오사카 시가 주민등록을 말소하는 것은 위법이라면서 한 남성 노동자가 주민등록 말소의 중단을 요구하면서 오사카 지방재판소에 제소를 합니다. 하지만 오사카 시는 최종적으로 수속을 밟게 되었으며, 2,088명의 주민은 주민등록이 말소되어 선거권을 박탈당하게 됩니다. 결국, 주거가 없는 대다수의 홈리스들은 선거를 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2007년 5월 21일 주거가 없어 주민등록이 말소되어 투표를 하지 못한 일용직 노동자가 경제적 사정으로 일정한 주거를 갖지 못하는 것을 이유로 선거권을 침해당한 것은 헌법 위반이라며 오사카 시와 오사카 부, 국가를 대상으로 위자료 5,000엔을 요구하는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오사카 지방재판소에 냅니다.
그러나 어찌되었던 2007년 지방선거에서 주소가 없는 홈리스는 투표로부터 배제되게 되었습니다. 그 뒤에도 오사카 시의 주민등록말소는 계속됩니다. 2007년 10월 30일 오사카 시는 새롭게 777명의 주민등록을 말소시켰다고 발표합니다.

계속되는 홈리스 투표권을 둘러싼 논란: 주소가 없으면 국민이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홈리스도 국민인데, 국민이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투표권을 행사하는 개인을 확인하는 데 기본적인 정보가 ‘주소’로 되어 있기 때문에, ‘주소’가 불안정한 사람들은 계속 투표에서 배제되게 되는 상황이 반복되어 왔던 것입니다. 따라서 그 ‘주소’를 어떻게든 해결해야 된다는 결론을 얻게 됩니다.
다음 호에는 ‘주소’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 활동 중에서 ‘벤치’나 ‘공원’을 주소로 하고자 한 소송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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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덕영 / 리츠메이칸대학원생, 회원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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