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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호-진단Ⅱ] ‘빈곤’을 단속하는 지하철 보안관

[진단]은 홈리스 대중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된 정책, 제도들의 현황과 문제들을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지하철 보안관에게 사법권?
최근 서울시의원들이 지하철 보안관에게 사법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사법경찰 직무범위 법률 개정건의안’을 공동 발의하였다. 개정건의안에서는 지하철 보안관이 사법권 없이 단속 책임만 가지는 한계와 (철도안전법을 적용받아 사법권을 가지는) 지하철 경찰대와 비교했을 때 차별받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적으로 밝혔다.
지하철 보안관은 지난 2011년 지하철 역사 및 전동차 안에서 일어나는 성범죄를 비롯한 질서저해 행위 등을 단속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40명으로 시작된 인원이 현재 약 225명으로 크게 늘어났고, 서울시는 2018년까지 350명으로 확충할 계획이라고 한다. 올 초 지하철 보안관의 단속 권한을 다룬 내용의 기사가 언론에 자주 보도되었다. 지하철 보안관은 사법권이 없는 관계로 단속 활동 과정에서 곤란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물리적인 방어권도, 이를 처벌할 어떤 권한도 행사하지 못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그동안 이와 관련해서 지하철 보안관에게 사법권을 부여하기 위한 법안 발의가 3차례나 있었지만 불발되었다. 하지만 이번에 서울시의원들에 의해 법안개정을 위한 움직임이 또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

안전과 질서라는 이름으로
서울시에 따르면, 지하철 보안관은 2014년 한 해 동안 성범죄 112건, 구걸 2,491건, 노숙 9,195건, 이동상인 2만3556건의 단속(훈방, 고발, 과태료 처분) 실적을 올렸다. 초기인 2011년 9월부터 2012년 1월까지 약 5개월간의 단속 실적[성범죄 3건, 구걸 2,108건, 노숙 1,945건, 이동상인 5,119건, 취객 4,620건, 무가지 수거인(폐지수집) 3,728건, 기타(광고 등) 1,424건]과 비교했을 때 성범죄, 노숙, 이동상인에 대한 단속 실적이 큰 폭으로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6월,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인한 결과 올해 2015년 1월부터 3월까지 불과 3개월 동안 노숙에 대한 단속은 무려 4,305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지난 4년간 지하철 보안관의 단속 실적이 주로 생계형 이동상인, 폐지수집, 구걸, 노숙 등에 집중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홈리스 당사자들이 경험한 이야기를 들어보면, 지하철 안에서 지하철 보안관이 한쪽 구석에 조용히 앉아가던 그의 목덜미를 잡아 사람들 앞에서 수치심을 느끼게 하며 강제로 끌어내리듯 하차시켰던 일이 있었다. 또한 지하도 한켠에 누워있던 힘없는 거리홈리스에게 노숙하면 안 된다며 그의 어깨를 발로 툭툭 치던 지하철 보안관도 있었다. 마땅히 오갈 곳이 없어 통로에 서있던 중년의 홈리스에게 지하철 보안관이 “뭐 하느냐, 다른 데로 가라”고 기분 나쁘게 말해서 이에 항의했다가 반말과 함께 심한 욕설을 들었던 일도 있었다.
홈리스 당사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지하철 보안관은 서울역 내 고용된 특수경비용역처럼 그들에게 주어진 권한을 주로 빈곤한 사람들을 처벌하는데 사용하고 있었다.

사법권 부여 전, 변화가 우선
빈곤의 결과로 드러나는 폐지수집, 구걸, 거리노숙이 죄가 될 수는 없다. 이를 간과한 채 질서 위반 행위로 간주하고 무차별 단속하고 고발하는 것은 빈곤한 사람들을 범죄자로 몰아가는 것이다. 이런 부작용을 인식하고 해결할 의지 없이 지하철 보안관에게 사법권력을 주게 된다면 문제는 더 심각해질 수 밖에 없다. 그보다는 지하철 이용객의 안전을 위한 지하철 보안관의 업무에 대한 변화를 신중하게 고려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