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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호-기고Ⅰ] 한 줄의 시행령

“여성노숙인 지원정책의 문제와 대안을 말하다” 토론회 참가기

[기고Ⅰ]


  지난 8월 20일,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여성 노숙인 지원정책의 문제와 대안을 말하다-지원주택과 상담보호센터를 중심으로’ 여성 노숙인 문제에 대한 토론회가 종교계 노숙인 지원 민관 협력네트워크 주관으로 열렸다.
집이 없다는 것, 하루를 마무리하고 편안하게 안주할 공간이 불안정하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한 여성이 고시원·쪽방 등지에서 생활한다는 것은, 그곳이 어렵게 찾아간 기관의 도움을 받아 안내된 곳이라면… 우리는 무엇을 논의해야 할까. 홈리스행동 성평등특위(성평등한 홈리스행동과 여성홈리스 정책제안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홈리스행동의 특별기구)는 이와 같은 문제를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 토론회에 참가하였다. 토론회는 여성노숙인 정책의 발전 방향과 성인지적 노숙인 정책의 필요성 등에 대한 논의를 시작으로 ‘지원주택 및 상담보호센터 기능강화’를 주요 대안으로 언급하였다.

여성홈리스들에 대한 지원정책은 한 줄의 시행령이 있을 뿐
IMF 이후 실직노숙인의 증가 등 홈리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확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사회는 2011년이 되어서야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였다. 또한 여성홈리스에 대한 문제가 계속 제기되었음에도 한 줄의 시행령이 있을 뿐인데, 그 내용인즉슨 ‘제2조 3항, 여성·장애·고령·청소년 노숙인에 대한 보호계획’이 그것이다.
법 제정 이후 정책의 변화사항을 살펴보면 아직까지 여성홈리스 정책은 시설 중심의 패러다임을 벗어나지 못한 채, 자활 및 재활·요양시설(구 부랑인 시설)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서울지역에서 운영된 여성일시보호시설은 2015년 8월 현재 폐쇄 조치되었다. 즉 거리나 고시원, 쪽방 등지에서 생활하는 여성홈리스들에 대한 지원정책은 거의 없었던 것이다. 더욱이 성인지적 관점에서 진행된 연구(이성은ㆍ고은정, 2010, 「2010 서울시 노숙인 지원정책 성별영향평가」, 서울시여성가족재단)에 따르면 여성홈리스들의 경우, 응급보호시설 및 개인물품보관·욕실 등의 욕구가 높다는 점 등에서 이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를 세상에 알려주세요
근래 여성홈리스 논의에 있어 빠지지 않는 대목이 있다면, 여성홈리스들이 정신기능 장애가 있거나 성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토론회에서도 정신기능 장애와 같은 문제들이 계속 대두되었는데 그 지원방안으로는 지원주택 및 정신보건 서비스 연계를 통한 사례관리 강화 등이 제시되었다. 그러나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사회가 여성홈리스의 수부터 정신장애의 원인 및 경과 등에 대한 파악이 부재한 ‘상황’ 자체가 아닌가 싶다.

나는 홈리스야학 교사체험의 일환으로 고시원에 간적이 있었다. 하룻밤을 묵을 고시원 문 앞에 들어서자 두려웠고 무서웠다. 아무도 아는 이가 없었으며 방은 나누어져 있지만 나누어져 있지 않았다. 옆방에서는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고 복도에서는 알 수 없는 소리가 났다. 내가 이 공간에서 하루, 이틀, 아니 1년, 2년, 3년을 살아야 한다면, 나는 온전하게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때때로 ‘정상적’이라 불리는 사람들에게도, 갑작스런 질병·빈곤·가족의 사망 등이 그들의 삶을 위태롭게 하는 것처럼 우리 또한 그러지 말란 법이 어디 있겠는가.
우리가 목소리를 높여야 하는 점은 여성홈리스들이 적절한 보호조차 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이며, 그 보호조차 받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거리로 내몰리며 정신장애 및 성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올바른 사회라면 그것을 먼저 비판했을 것이다.

끝을 맺으며
토론회는 주요 노숙인시설을 운영하며 활동하고 있는 종교기관들이 중심이 되어 개최되었다. 그러나 토론회를 마치면서 든 한 가지 생각은, 전반적으로 광범위한 영역에서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점이다. 여성홈리스들이 이용하는 급식시설, 일시보호시설, 노숙인 재활·요양시설 등 그들의 상황과 대안방안에 대하여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곳은 위와 같은 기관들일 것이다. 향후 2차 토론회에서 이에 대한 논의도 진행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