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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호-요세바 통신] 당신이 살고 있는 곳을 증명하라?

[요세바 통신]은 일본의 홈리스 소식을 전하는 꼭지입니다.


지난 호에서는 3천명이 넘는 일본 홈리스가 시민단체 건물에 주소를 등록해 놓은 사건에 대해 소개해드렸습니다. 사건의 배경에는 주소가 없을 경우 받게 되는 불이익이 놓여 있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투표할 권리를 박탈당하는 것이라는 점을 말씀드렸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내용이 다소 딱딱할 수 있는데, 주소지 그리고 투표권과 관련된 재판 내용을 소개해드립니다.

  신주쿠 역 주변의 판자로 만들어 놓은 홈리스 거주지(2013년). [출처: 시무라 켄세이 씨의 블로그에서]
공원은 ‘주소’가 될 수 있다, 없다?
투표를 하기 위해서는 주소가 필요하므로, 투표권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현재 살고 있는 곳을 주소로 인정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먼저 공원에 거주하는 홈리스 X씨는 공원을 거주지로 주민등록을 하지만 오사카시가 거부를 하자 이에 대해 소송을 겁니다. 이 소송에 대한 1심 판결은 2006년 1월 27일에 이루어졌습니다. 이 때 가장 논점이 된 것은, ‘주소’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점이었습니다. 이 때 판결에서 주소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였습니다.

주소란 ‘생활의 본거지, 즉 그 사람의 생활과 가장 관계가 깊은 일반적인 생활, 생활 전체의 중심을 의미하며, 일정한 장소가 그 사람의 주소인가 아닌가는, 객관적으로 생활의 본거지라 할 만한 실체가 구비되어 있는가 아닌가에 의해 결정해야 한다. … 본 건의 주소지에 대해 X가 공원관리자인 오사카 시로부터 … 점유허가를 받은 사실을 인정하기에 충분한 증거가 없으며, X가 이 주소지에 대해 점유권한을 가지고 있다고는 인정할 수 없다 할지라도, 이 주소지는 객관적으로 보아, X의 생활에 가장 관계가 깊은 일반적 생활, 생활 전체의 중심으로 생활의 본거지라 할 실체를 구비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X씨가 공원 텐트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은, 오사카 시에서 허가를 받은 것은 아니지만, 기왕 그 텐트에서 살아가고 있고, 게다가 X씨의 모든 생활이 그 텐트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면, ‘주소’로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주소란 건물과 같은 물리적 조건이 중심이 아니라, 그 사람의 ‘생활’이 주로 이루어지는 곳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해석입니다. 이로 인해 홈리스 X씨는 현재 생활하고 있는 공원의 텐트를 주소지로 하여 주민등록이 가능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것은 매우 획기적인 판결이라 평가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 2심과 3심 재판에서는 모두 지고 말았습니다. 2심에서는 ‘생활의 본거지로서의 실체’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단지 일정한 장소에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그 형태가 건전한 사회 통념에 기초된 주소로서의 정형성을 구비할 것을 요한다’면서 공원을 주소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2008년에 열린 최고재판인 3심에서는 비교적 간단하게 ‘사회통념상 텐트 소재지가 객관적으로 생활의 본거지로서의 실체를 구비하고 있다고는 볼 수 없다’고 하여 각하하였습니다. 이로써 ‘집’이 아닌 곳은 ‘주소’로 인정될 수 없다는 판례가 생겼습니다.

주소란 무엇인가?
생각해 보면, ‘집’ 그리고 ‘주소’란 무엇일까, 그렇게 간단하지 않은 질문입니다. 내가 ‘살고 있는 곳’, 그리고 이를 증명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선거에 참여할 수 있고,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는 바로 집과 주소에 대한 사회적 의미를 묻고 있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다음 호에는 집과 주소, 그리고 투표권을 구체적으로 생각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설문조사 자료를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