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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호-특집] 아직 메르스는 끝나지 않았다

[특집]


정부의 무능과 부실대응이 불러온 메르스 사태
7월 28일 황교안 국무총리는 ‘메르스 대응 범정부 대책회의’를 통해 사실상 메르스 종식을 선언하였다. 지난 5월 메르스 첫 확진환자가 발생한 지 69일 만이다. 69일 동안 186명의 확진자, 36명의 사망자, 1만 6693명의 격리자가 발생했다. 국민들은 초동 대응 실패와 이를 방치하여 확산시킨 책임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 계획과 실효성 있는 재발방지 대책 없이 부랴부랴 종식선언을 한 정부에 또 다시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정부의 무능함과 부실한 대응이 키운 이번 사태로 드러난 방역 및 의료체계 부실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국민들이 느낀 분노와 불신도 해소되지 않았다. 그 어떤 의문도 해소되지 않은 채 추경예산 투입만으로 국가의 책임과 의무를 다한 것처럼 이번 사태를 마무리 지으려고 한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는 국민들이었다. 특히 우리사회의 취약한 국민들에게 메르스는 더 큰 피해와 상처를 남겼다.

메르스가 확산되던 6월 5일 보건복지부는 국립중앙의료원을 ‘메르스 중앙거점 의료기관’으로 지정하였다. 국립중앙의료원이 메르스 거점병원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공공의료기관으로 당연한 일이지만, 문제는 메르스 환자만을 치료하는 의료기관으로 지정됨에 따라 국립의료원에 입원해 있던 다른 환자들이 다른 병원으로 전원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졌다. 특히 보호자나 혼자의 힘으로 전원을 할 수 없었던 사회적 취약계층 환자들은 그 어떤 보호조치도 없이 병원에서 쫓겨나야만 했다.

보건복지부는 환자들을 모두 안전하게 전원시켰다고 했지만, 당사자들의 말은 달랐다. 국립의료원 측이 환자에게 스스로 전원 갈 병원을 알아보라며 억지로 퇴원을 다그쳤다고 한다. 특히 보호자가 없는 홈리스나 기초생활수급자였던 환자들은 아무런 대책 없이 무작정 병원 밖으로 쫓겨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노인무료급식소. 지난 6월 메스르 여파로 급식 일시 중단을 알리는 안내문을 붙여놓았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가혹했던 메르스 사태
국립중앙의료원을 이용하는 상당수 환자들이 기초생활수급자이거나 저소득층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전원조치로 인한 경제적, 정신적 피해들을 최소화하고 이들이 안전하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조치들이 있어야 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그 어떤 지원도 없는 상태에서 보호자가 없어 전원 할 병원을 알아보지 못하거나, 치료비 부담을 느낀 환자가 다른 병원에 입원하는 대신 스스로를 방치하거나, 메르스 확산 시기에 국립의료원을 거쳐 온 환자라는 이유로 다른 병원에서 받지 않아 입원치료를 받지 못한 환자들이 발생한 것이다. 무능한 정부의 늑장대응과 허술한 공공의료 전달체계가 무너진 탓에 메르스 확산과 함께 가난한 환자들이 유탄을 맞게 된 것이다.

그밖에도 메르스로 인한 부수적인 피해들이 곳곳에서 나타났다. 홈리스 중 다시 길거리로 쫓겨날 수밖에 없는 분들이 이용할 수 있는 노숙인 무료급식소들은 다중이용시설로 감염위험을 높인다는 이유로 폐쇄조치가 되어 거리노숙인들이 며칠씩 굶는 비인간적이고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이 벌어졌고, 초기에 거리 홈리스에 대한 마스크 보급 등 쪽방과 홈리스 등 거리에서 전염병에 노출될 확률이 높은 이들에 대한 감염병 예방 대책이 전무했다.

사회적 취약계층이 재난취약계층으로 연결되는 것을 막으려면
건강은 누구나 누려야할 기본적인 권리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정부가 메르스 종식선언을 한 상황에서 메르스 환자와 격리자 그리고 그의 가족들뿐만 아니라 공공병원에서 쫓겨난 홈리스환자 등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도 논의되지 않고 있다.

제2의 메르스가 오면 또다시 홈리스환자와 취약계층 환자들은 아무런 보호조치 없이 병원에서 쫓겨날 것이다. 사회적 취약계층이 재난취약계층으로 연결되는 것을 막으려면 이들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국가나 지자체가 복지를 비롯한 사회서비스를 더 확대하고 이들에게 피해가 간 것에 대한 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그 사회의 가장 취약한 인구집단이 처한 상황이 우리사회의 수준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아직 메르스는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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