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조망 치면 막으면 되고, 막아도 치면 뜯으면 된다”

- 대추리 촛불집회 547일째 되던 날

국방부가 오는 6,7일 철조망을 칠것이라는 계획이 알려진 3월 1일, 대추리 비닐하우스에서는 어김없이 촛불이 밝혀졌다. 547일째 되는 촛불집회에서 주민들은 이미 국방부의 행정대집행 소식을 접하고 걱정이 앞서지만 의연하게 싸워나가자는 마음을 다잡았다. 이날도 여느 때 처럼 일일주민이 되기 위해 방문한 사람들로 촛불집회장이 꽉 찼다.

여는 말은 일년넘게 대추리 주민이 되어 살고 있는 문정현 신부가 시작했다. 문신부는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시련은 굉장히 중요하다. 시련이 있지만 이렇게 지켜나가면 승화될 것이고, 저자들은 반드시 저주받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초심대로 견디기만 하면 승리하게 되어있다”고 말하며 주민들을 격려했다.

매주 수요일 마다 대추리 촛불집회에 참석하는 통일광장의 장기수 선생들이 오늘도 먼길을 찾아왔다. 김해섭 선생은 주민들에게 ‘싸움에서 이기기 위한 네가지’에 대해 말하며 이 싸움이 반드시 이길 것이라고 용기를 북돋았다. 김해섭 선생은 “싸움에 이기기 위해서는 그 싸움의 목적이 정당하고 절박한가, 그러한 싸움의 주체가 있는가, 의리와 신념을 지키며 이끌어갈 지도부가 있는가, 함께 할 지원군이 있는가를 봐야 한다”면서 “땅을 지키기 위한 우리의 싸움은 정당하며, 이렇게 차돌같이 뭉쳐 헤쳐 나갈 주민들이 있고, 제갈공명 뺨치는 지략을 가진 주민대책위 임원들이 있다. 그리고 국내외적으로 이 싸움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해 주민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매주 수요일에는 통일광장의 장기수선생님들이 촛불집회를 찾는다. 통일광장의 김해섭선생님(사진제공=성대신문사 윤재홍기자)


이날은 특히 사회를 본 도두2리 새마을 지도자 한승철씨의 시낭송이 주민들의 마음을 울렸다. 한승철씨는 며칠전에도 직접 쓴 시를 낭송해 박수를 받았는데, 삼일절이었던 이날 아침 창문을 열고 창가에서 끄적여 보았다며 주민들앞에서 읊었다.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여니 / 바람속에 흰눈이 쌓여 있네 / 흔들리는 나뭇가지에 참새떼도 지저귀네 / 머릿속에 아우내장터 들려오는 만세삼창/ 어찌하여 묘한 감정이 일치할까 / 나의 그림자 내가 밟아도 너의 그림자 내가 밟아도 아프지 않네 / 그날이 오기를 / 눈 녹고 바람 잦아들면 참새떼 먹이를 찾듯이 / 양지쪽 민들레가 웅크리고 기지개를 피네 /한송이 꽃을 피우기 위하여 / 떨고 있는 민들레야 / 내일을 위해 ”

“열린 창문”이라는 제목의 이 시에 대해 한승철씨는 “아우내장터에 모여 만세를 외치며 독립을 바라던 민중들과 지금 팽성주민이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창문을 열면 희망이 온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도두2리 새마을 지도자 한승철씨. 이날 촛불집회의 사회자인 한승철씨는 주민들의 마음을 담은 '열린창문'이라는 시를 써 직접 낭송해 큰 박수를 받았다. (사진제공=성대신문사 윤재홍기자)


이 날은 성균관대학보사에서 학생들이 찾아와 취재를 하기도 했는데, 학보사 기자인 강준영, 박소영, 윤재홍씨는 ‘주민들에 대한 기사를 잘 써서 학생들이 많이 읽도록 하겠다. 이나라에서 미군이 물러가도록 최선을 다하는 기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현재 마을에는 텐트촌이 설치되었다. 영농발대식이 있던 2월 24일 평택의 노동자들이 대추초등학교 어귀에 천막을 치고 텐트촌에 합류하였다. ‘미군기지 때려잡는 노동자의 집’이라는 이름의 천막을 친 노동자들이 촛불집회에 참가해 함께 할 것을 약속하였다. 평택 노동자의 힘 김동수 대표는 “지금 노동자들이 총파업을 벌이고 있다. 민주노조의 위기를 말하는데 이것은 우리들만의 위기가 아니다. 위정자들은 자기위기를 돌파하기위해 민중들을 탄압하고 있다”면서 “저들의 위기에 한발 앞서 들불처럼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한국기독교장로회의 평화공동체만들기운동본부를 맡고 있는 현순도씨는 “지금이 교회력 절기상 사순절기간이 시작하는 시기”라며 “예수의 삶과 고난에 대해 묵상하는 절기를 40일동안 일일주민되기에 참여하겠다”라고 밝혔다.

  철조망을 친다는 말에 걱정스런 마음이 앞서지만 주민들의 촛불은 꺼지지 않는다 (사진제공=성대신문사 윤재홍기자)


이날 촛불집회는 마지막으로 김지태 팽성대책위 위원장의 발언으로 끝을 맺었다. 김지태 위원장은 철조망 설치 계획을 듣고 불안해할 주민들에게 “걱정은 되실 테지만 당연히 겪어야 할 진통이고 고통은 수반되어야 한다”며 “그런 고비고비를 넘겨야 승리한다. 너무 충격받거나 미리부터 놀라지 말고 잘 견디자. 철조망 치면 막으면 되고, 막아도 치면 뜯으면 된다.”라고 말했다. “남은 싸움 위축되지 말고 지속적으로 가자”며 발언을 마쳤다.


덧붙이는 말

진재연님은 사회진보연대 회원이며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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