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번서신 아직 답변이 없으신걸로 보아 아직 결단을 못내리신걸로 생각됩니다.
누구보다 인터넷을 애호하시는 대통령님이기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혹 서신을 보시고 마음이 무거워 국정에 혼란은 없으셨는지요. 어리석은 촌부의 글로 인해 명철하신 대통령님의 심기가 불편해지셨다면 사과드리며 다시 몇자 올립니다.
요즈음은 저희들이 살고 있는 곳이 뭉퉁그려 황새울로 불립니다. 사실 황새울은 극히 제한적인 곳에 있는 토지인데 이젠 기지반대 싸움을 하면서 전체지역을 지칭하는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이제 황새울의 토지 및 재산은 저희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모두 국방부의 소유가 되었습니다.
어리석은 백성들은 그저 버티면 내 재산이 그대로 지켜지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언제부터 우리나라가 토지 공개념을 시행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차라리 터놓고 이제 사유재산은 더 이상 사유물이 아니라고 선포나 하고 있었으면 그런 우는 범하지 않았을텐데 한편으론 개인의 재산은 보호 한다면서 국가에서 필요할 땐 그렇지 않다고 하더군요.
인제라도 국정 홍보처에선 꼭 홍보를 해주었으면 합니다. 더 이상 사유재산은 없다고. 그리고 국익을 위해 필요해서 내 땅을 가져간다는데 그 국익은 무엇인가요?
이번에 기지이전을 하면 우리나라 국방예산이 많이 절감이 되는지요? 아니면 남북 통일이 앞당겨지는지요? 그것도 아니라면 꼭 그렇게 해야만 북으로부터 침략을 방비할 수 있는 것인지요? 황새울 주민들은 지금도 도저히 납득을 못하고 있습니다.
대통령님께서도 잘 알고 계시겠지만 잠시 삼국지를 인용하겠습니다. 조조는 동탁을 시해하려다 여포에게 쫓기다 진궁을 만납니다. 진궁에서 잠시 힘을 얻었다가 함께 도망을 하며 여백사를 만나지요. 여백사는 조조를 위해 잔치를 베풀려고 술을 사러갑니다. 이때 뒤곁에서 나는 소리가 났습니다. “묶어서 찌를까? 그냥 찌를까? " 칼가는 소리와 함께 나는 이 소리에 놀라 조조는 진궁과 함께 여백사의 가속들을 모두 죽입니다. 죽이고 나서 보니 돼지를 잡으려고 물을 끓이고 있었고, 그래서 칼도 갈고 있었는데 자신을 죽이려는 것으로 오해 했지요. 어처구니 없는 일을 저지른 조조와 진궁은 허겁지겁 그 집을 나가다 술을 사가지고 오는 여백사를 만납니다. 잔치준비를 하는데 왜 급히 떠나냐는 여백사의 말에 조조는 대충 둘러대고 길을 떠나다 다시 돌아서서 여백사마저 죽입니다. 이 때 이에 실망한 진궁은 조조를 버리고 다른곳으로 가면서 여백사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삼국지에 우리현실과 비교해 인용할 글은 무수히 많으나 쓸데없는 이야기 늘어놓는것 같아 더 이상은 안하겠습니다.
우리는 반정부, 반미세력도 아닙니다. 그저 잘못된 것은 바로 잡고 싶을 뿐입니다.
잘못된 것을 알고도 묵인한다면 결국 역사앞에 씻을수 없는 죄인밖에 되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호의를 베풀려다 죽은 여백사와 그 가속들처럼 비록 그렇게 됨으로 인해 역사속에 아무런 일도 못한 범인으로 끝났을 지언정 그 길을 가렵니다. 목표를 위해, 대업을 위해 때론 수많은 인재를 죽였고, 때론 적장에게도 호의를 베풀어 세상을 얻자 했지만 결국 천하는 조조의 것이 되지 못했습니다. 세상의 지도자는, 역사에 이름이 남는 영웅은, 결코 혼자서 일을 한 것은 없습니다.
수많은 이름없는 백성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불과 몇 명의 인물만 빛이 날 뿐이지요. 그렇다고 해서 그 맣은 백성들이 모루 미련했기 때문에 그렇게 죽어갔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오히려 그들의 역사를 알았고, 자신들의 희생이 필요한 시대라는 것을 알고 순응했기에 지속적인 역사의 연결이 가능했다고 봅니다.
이제 곧 꽃샘추위도 끝이 나고 저희들은 농사에 전념할 때가 돌아옵니다.
농촌공사에서는 벼농사에 쓸 물도 주지 않겠다고 하고, 평택시에서는 농협에 벼 계약재배도 하지 말라고 합니다. 국방부에서는 이미 농사지을 경우 70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겠다고 공표하고 있습니다.
그대로 가둬놓고 죽이겠다고 합니다.
역사유물이 나와도, 보존가치있는 천연기념물이 나와도, 나몰라라하는 정부 정말 우습습니다. 2년전에도 철새가 보리를 너무 뜯어먹어 총기좀 내달라고, 새를 쫓게 총좀 내달라고 해도 천연기념물은 보호해야 한다고 난색을 표하던 공무원들입니다. 그런데 이젠 그곳에 미군기지라니요? 천천히 말려 죽이지 마시고, 그리고 갈기갈기 찢기어진 주민들의 심장에 더 이상 바늘을 꽂지 마시고, 한칼에 가게 해 주십시오. 그것만이 황새울에 평화를 깃들게 하는 길입니다. 어차피 미군기지 이전 계획을 철회할수 없다면 아우성치는 주민들 모두 잠들 수 있게 해주십시오.
국정에 여념이 없으신 대통령님께 자꾸 불편한 말씀드려 죄송스러우나 저희들도 더 이상 생을 연명하고 싶은 생각이 없기에 감히 두려움 없이 글을 올렸습니다.
대통령님께서는 꼭 건강하시어 아직도 2년이나 남은 임기, 국정 수행 성공적으로 마무리 하시길 기원하며 이만 줄입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2006년 2월 28일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 이장
미군기지확장반대팽성대책위 위원장 김지태
▲ 팽성대책위 김지태 위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