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록 에세이] 왜 지능인가? (3-2)

최형록(인문학자)

2. 탄생 후 유아기와 아동기 뇌의 발달

탄생 후 수개월간 뇌에서는 신경세포사이에 의사소통이 폭발적으로 진행된다. 시카고대학교의 신경학자이자 소아과의사인 피터 후텐로셔의 연구에 따르면 7개월 된 태아의 연결망이 1억2천4백만인데 비해서 생후 8개월 신생아의 그것은 5억7천2백만이며 2세에 이것은 최대치에 이른다. 이 수치는 필요한 양을 초과한 것으로서 앞서 언급한 ‘가지치기’가 12세부터 시작된다.

이 ‘가지치기’ 과정에서 핵심적인 것이 경험, 특히 ‘학습경험’이다. 탄생부터 10세까지 유아의 뇌는 대단히 신축성이 높은 까닭에 목표가 잘 조정된 ‘각성프로그램’은 대단히 긍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일리노이 대학교의 W. 그리너프는 어린 쥐 한 무리를 자극적인 환경(장난감, 색채, 놀이동무들, 도전 등등)에 두는 반면에 (과학실험에 있어서 ‘실험 군’) 다른 한 무리를 쥐 장 속에서 ‘곰곰이 생각하도록’ 했다(‘대조군’). 두 무리의 쥐의 뇌를 비교하고서 그는 경악했다. ‘자극받은’ 쥐들의 뇌에서는 추가로 25%의 연결망이 형성되었던 것이다.

앨라배마대학교의 G. 라메이는 이 발견을 불리한 환경에서 태어난 유아들과 정신적 충격을 받은 유아들에게 활용하여 그들에게 가능한 정신적 지체를 예방하려고 했다. 15세 이전에 학교를 그만 둔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지진아의 위험성이 4배나 높다. 그리고 3세 이전의 학대, 정신적 외상(trauma)은 코르티솔과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의 증가를 동반하는데 이것은 주의력과 관련된 뇌의 구조를 변화시킨다. 이런 유아들은 향후 주의력과 학습에 있어서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러면 G. 라메이의 조기개입에 관한 실험을 살펴보자. 그는 불리한 환경에 처한 생후 6개월 된 유아들에게 자극적이고 풍부한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3세에 이 집단의 평균지능은 약 100이었다. 이것과 대조적으로 그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지 못한 유아집단의 평균지능은 80에 불과했다. 나아가 12세에 실험군의 학습지진아 비율은 13%인데 비해서 대조군의 그것은 50%에 달했다.255)

뇌 발달, 지능발달에 있어서 양호한 학습경험이 지극히 중요하다는 점에서 ‘과학적이면서 경제적인 조기교육’은 없을까? ‘어머니가 유아에게 말 걸기’. 왜냐하면 유아의 뇌를 자극하는데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 언어이기 때문이다. 유의할 것은 신경회로의 적절한 발달에 정확히 들어맞는 언어사용이다.  날카롭고 노래하는 듯한 음성, 또박또박 음절발음하기, 쉬엄쉬엄 말 걸기, 반복.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앤 페르날드에 따르면 이런 류의 언어가 유아로 하여금 단어와 대상의 연상을 가속시킨다고 한다. 그리고 시카고 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유아의 어휘력은 어머니의 표현량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수다쟁이’ 어머니의 2세 유아들은 그렇지 않은 어머니의 유아들에 비해서 거의 300개의 단어를 더 인식한다는 것이다. 또 어머니가 대화중에 복잡한 표현(왜냐하면, ~할 떄, 무엇, ~의)을 사용하면 유아들은 곧 그것을 사용한다고 한다.255)

생후 2개월부터 신생아는 근심과 만족감을 경험하는데 이것들은 보다 복잡한 감정들, 기쁨과 슬픔, 질투심과 감정이입, 긍지와 수치심으로 진화한다. 부모가 할 수 있는 일들의 핵심은 사랑스런 보살핌이다. 이것은 유아의 뇌에 올바른 종류의 감정적 자극이 된다. 유아를 등한시할 경우 행복감이 약할 때 나타나는 뇌파가 나타나며 학대행위는 유아의 불안감을 고조시키고 스트레스반응이 비정상적으로 나타난다.


3. 뇌 발달, 유전자와 양육

인간의 행동, 인간의 성격형성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뇌 발달과 지능형성과 관련해서도 역시 유전자결정론과 환경결정론이 존재한다.

유전자결정론의 유별난 예로 들 수 있는 것이 1997년 R. 플로민의 쌍둥이연구이다. 그는 80세인 쌍둥이 240쌍을 연구하여 유전이 인식능력의 62%를 설명해 준다고 결론지었다. 나아가 그는 1997년 5월 높은 지능과 관련 있는 유전자를 최초로 식별해냈다. 이 유전자는 인슐린과 유사한 성장호르몬의 일종(IGF-2)의 활동을 촉진시키는 것으로서 IQ를 4점 향상시키는데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추정한다.

콜로라도대학교의 입양연구는 생물학적 부모, 입양부모, 그리고 일반가정에서 자란 유아 245명의 정신능력발달을 연구했다. 동대학교의 J. 드프리스에 따르면 가정환경은 1세~4세의 지능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지만 그 이후에는 생물학적 아버지의 인지능력에 좌우된다고 한다. 그는 이른바 ‘환경’이라는 것이 사실은 유전학적 기원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즉 아이들 개개인에 대한 부모의 행동은 아동의 유전적 성향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256)

이런 유전자 결정론에 대해서 피츠버그대학교의 B. 데블린은 비판적이다. 격리되어 자란 일란성 쌍둥이는 출생시 유전자를 100% 공유하되 ‘환경’이 전혀 다르므로 유전과 환경의 역할을 결정하기가 용이할 듯도 하다. 그러나 세부사항을 무시하지 않으면 간단치 않다. 설령 출산 후 헤어지더라도 쌍둥이들은 동일한 환경, 자궁을 공유했다. 그는 쌍둥이 212쌍을 연구, ‘자궁 내 환경’이 쌍둥이의 지능지수가 비슷한 이유의 20%를 설명해주며 그런 만큼 유전의 역할을 감소시키며 그것은 50~55%라는 결론을 내렸다.

유전자의 역할과 양육의 역할, 양자의 관계에 대한 ‘지혜로운’ 관점은 S. 그린스펀의 관점이라고 생각한다. “선천적인 것 그리고 습득한 것 사이에 있는 것은 경쟁이 아니다. 그것은 일종의 춤이다.”257)

이 오랜 논쟁과 관련해서 쇼낭은 여전히 규명해야할 문제로 남아있는 것은 정신발달에 관여하는 ‘환경이란 도대체 어떤 것인가?’라는 문제라고 지적한다. 우리는 이미 앞에서 드프리스와 데블린의 논의에 있어서 중시하는 ‘환경’이 각자에게 분명히 다름을 보았다. 쇼낭에 따르면 뇌의 발전과정에서 신경세포는 이동하고 조직 층들을 횡단하며 그것의 구성분자들과 상호작용한다. 이떄 이미 언어, 스트레스, 섭생과는 다른 환경이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다.

탄생 후 환경은 중요하다. 더욱이 뇌는 환경을 활용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환경의 어떤 측면들을 더 잘 활용한다.

두뇌를 현명하게 만들 수 있는 비결이 있는가? 유아를 항상 자극할 필요가 있는가? 장난감으로 유아의 방을 가득 채운다든지. 이에 대한 쇼낭의 조언은 다음과 같다. 지능은 상이한 많은 요인들로 구성된다. 섭생은 뇌의 구조와 스트레스관리에 불가결한 생화학적 원소들을 제공한다. 수면은 학습을 안정화하는 데 필요하다. 당신이 정확한 언어로 말하면 유아 역시 그럴 것이며 제2의 언어를 신속히 배울 것이다.

최소한의 자극이 필요하다. 자극을 받은 유아들이 대체로 재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많은’자극이 더 좋은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자극에 반드시 ‘각성을 위한(고가의-필자)장난감’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나무토막 하나, 종이 몇 장으로도 충분하다. 가시덤불이 무성한 곳에서 서아프리카의 마술사 이야기를 듣는 유아들은 엄청난 기억력을 가지게 된다. 이것은 빨간색 플라스틱큐브(한때 우리사회에서 유행했던)가 없어도 유아의 뇌를 자극할 수 있다는 좋은 증거다.

유아의 뇌에 대한 새로운 이해 덕택에 지식의 습득을 향상시킬 수 있는 것인가? 쇼낭에 따르면 모든 문화에 있어서 문자해득은 전통적으로 단번에 이뤄진다.

두뇌는 12~15세 무렵에 성숙해진다. 그 후에 학습한다는 것, 지적 능력을 개발한다는 것은 너무 늦은 것인가? 쇼낭에 따르면 “사람이 더 이상 견해를 바꾸지 않는다는 것, 이것은 더 이상 학습할 수 없다는 신호다. 심사숙고하는 방식은 뇌신경세포의 조직에 토대를 둔다. 혹은 사람들이 더 이상 견해를 바꾸지 않는 나이는 일반적으로 대단히 늦게 온다. 그러나 이것은 자신의 두뇌를 항상 활용할 때에 한해서만 사실이다. 거기에는 훈련이 필요하다.”258)

과학기술혁명 자체가 하나의 생산력이 되고 이른바 ‘지식기반산업’ 시대에 돌입한 오늘날 이런 뇌 과학적 사실에 비춰보아도 ‘평생교육’은 지극히 필요하다. 평생에 걸친 정신능력의 개발과 관련되는 ‘혁명적’인 과학적 사실이 있다.


4. 혁신(재생)하는 뇌신경세포와 시냅스의 유연성 그 너머?

이제까지의 학설을 전복시키는 뇌 과학적 사실이 미국과 스웨덴의 연구자들에 의해서 밝혀졌다. 성인의 뇌신경세포 역시 증식한다는 주목할 만한 사실. 필자에게는 영국 로슬린 연구소의 이안 윌무트가 이미 분화한 성체(成体)의 체세포로부터 새로운 세포분화과정을 겪음으로써 자손을 낳은 클로닝이 생각난다.

이제까지의 학설은 뇌가 이미 죽은 신경세포를 갱신할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60년대 이래 쥐와 같은 설치류, 중남미의 명주원숭이(le ouistiti)에 대한 몇몇 연구는 이런 오랜 학설이 독단임을 보여주었다. 즉 이런 동물들의 뇌의 몇몇 부위에서 뇌세포분열을 확인했던 것이다.

스웨덴과 미국의 연구진은 인간의 뇌신경세포들 역시 재생할 수 있음을 중명했다.259) 그들은 57세~72세인 암사망 환자5명의 시신의 조직세포를 연구했다. 이들은 사망 7일~2년 전부터 정맥을 통해서 BrdU라는 분자를 받았다. 연구진은 면역-조직 화학적 방법을 동원하여 이 환자들의 해마(기억과 학습에 중요한 뇌 부위)를 연구했다. 그 결과 6명의 해마 조직세포에서 BrdU를 함유한 뇌신경세포를 발견했던 것이다. 그 정도는 매일 500~1000개의 세포증식이었다. 그런 한편 이 새로운 세포들의 기능여부는 아직 미지수라고 한다.

이런 뇌신경세포의 재생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파리소재 코셍 병원의 신경학자 O. 로벵에 따르면 “이런 현상은 다른 신체기관과는 달리 뇌가 학습하는 경향이 있고 이런 학습은 뇌신경세포 사이의 연결망의 변화로 나타날 뿐만 아니라(캘리포니아 솔크 연구소)의 F. 가즈의 연구가 예증했듯이 뇌구조의 변화로 나타난다.”260) 프랑스 Inserm의 신경학자 M. 페샹스키는 “새로운 뇌신경세포는 해마에 한정되지 않는다. 다른 부위 역시 평생에 걸쳐서 증식에 관련되어 있다”고 강조한다.


5. 영양, 생활수준 그리고 정신발달

인간의 정신발달에 유전자의 역할과 함께 과학적으로 보다 엄밀하게 정의되어야 할 ‘환경’에 있어서 기본적인 것이 영양섭취다. 아동기의 섭양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빈약한 식사는 이제까지 예상해오던 것 보다 많은 점에서 정신발달에 해로운 영향을 끼치며 빈곤의 다른 면들은 그런 결과를 악화시킨다.

섭생과 정신발달 사이의 인과관계론은 이제까지 영양부족→뇌의 상해→정신발달지체와 같이 단순한 것이었다. 그러나 새로운 이론은 보다 정밀하다. 우선 빈곤은  가. 영양부족과 함께  나. 교육과 의료자원의 부족을 초래하여 결국 정신발달의 지체를 유발한다.

새로운 이론에 따르면 영양부족은  가. 병을 낳고  나. (때로는 돌이킬 수도 있는) 뇌의 상해를 낳으며 동시에  다. 무기력과(생활에서의)‘철수’를 낳는다. 그리고  가. 병으로 말미암아  1. 기어 다니기와 걷기 같은 운동기술의 발전지체와  2. 신체 전체의 성장지체를 낳고  1과2는 다시 아동에 대한 낮은 기대감을 낳는다. 다. 무기력과 (생활에서의) ‘철수’로 말미암아 주변 환경에 대한 관심이 최소화된다. 결국 이런 과정이 상호작용하여 정신발달의 지체가 초래된다.261)

현재 전 세계적으로 5세 미만의 아동 중 1억9천500만 명이 영양실조상태에 있는데 대체로 개발도상 국가들과 저개발 국가들의 아동임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262)

섭생은 임신기부터 뇌가 성인 뇌 크기의 80%까지 성장하는 2세까지 뿐만 아니라 유아기 전 기간에 걸쳐서 중요하다. 그런데 그 기간에 영양실조라고 해서 아동의 뇌 발달이 항상 되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끝나지는 않는다고 한다. 일시적으로 뇌 발달이 중지될 뿐이다. 즉 3세나 그 무렵에 섭생이 향상되면 뇌는 정상속도로 계속 성장한다. 반대로 2세 이후에 어린이가 영양실조로 고통 받으면 뇌손상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런 한편 1960년대에 중-상류층 가족의 아동이 경미한 영양실조를 겪어도 빈곤층의 경우처럼 지적 곤란의 고통을 겪지 않았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뇌구조의 변화와 인지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것에는 빈약한 섭생뿐만이 아니라 소득, 교육 그리고 환경의 여타 측면들이 있다는 것이다.

1970년대에 미국 코넬대학교의 D. 레비츠키와 R. 바안즈는 영양실조가 설치류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영양실조인 동물들은 미로달리기와 같은 정신능력 테스트를 잘 수행하지 못했다. 두 연구자는 그런 이유가 뇌손상이 아니라 대체로 에너지부족으로 동무들 그리고 주변 환경의 여러 가지 대상들과 접촉하지 않은 것에 있다고 결론지었다. 더욱이 어미들이 활달하지 않은 새끼들을 응석받이로 기른 탓에 새끼의 성장과 독립성을 방해했다는 것이다.

이런 지적은 앞의 새로운 이론의 ‘아동에 대한 낮은 기대감’과 관련 있다. 이런 실험으로부터 연구자들은 사회적 상호작용이라는 요인을 강조하면서 치료전망을 낙관한다. 폴릿과 그의 동료들의 최근연구에 따르면 영양실조는 아동발달의 다른 많은 측면들을 손상시켜서 정신발달에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폴릿의 연구진은 1969년에 시작된 과테말라의 4개 촌락 민 2천명을 대상으로 한 20년간의 장기연구 결과 유아기의 빈약한 섭생이 성인이 되어서도 계속 정신발달을 방해한다는 결론을 이끌어냈다.263)

마지막으로, 하지만 섭생과 관련해서 중요한 것은 ‘모유먹이기’ 문제다. 요즘 신생아들은 모유 보다는 각종 가공유를 먹고 자란다. 이런 경향은 한국사회의 산업화, 핵가족화, 어머니이면서 아내인 여성 역시 소득원의 기능을 수행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의 논리적 귀결이다.

하지만 유아의 양육과 관련한 사회보장제도의 확충을 비롯한 사회개혁을 올바르게 성취해나간다면 ‘모유먹이기’가 양잿물로 세탁하기처럼 영원한 과거사가 되지는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 왜 ‘모유먹이기’가 ‘과학적’ 양육방식의 중요한 일부를 형성하는 것인가? 가공유를 먹일떄에 비해서 모유를 먹이면 모유의 성분 가운데 일부가 전염병에 대한 유아의 면역체계를 성숙시키는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모유는 면역기능이 있는 항체들(Immunoglobulin)을 함유하고 있다.264) IgG, IgA, IgM, IgD 그리고 IgE가 그것들인데 특히 풍부한 것이 IgA인데 모유를 먹이면 유아 스스로 IgA를 생산한다. 이런 면역글로불린 외에 들 수 있는 유용한 분자들로서 특히 두 가지를 지적할 수 있다. 비피더스 팩터는 유명한 것인데 Lactobacillus bifidus라는 이로운 미생물의 성장을 촉진시킨다. 그리고 산후 최초 며칠 간 분비되는 인터페론은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의 역할을 수행한다.

바로 이런 과학적 근거에서 유엔아동기금과 세계보건기구(WHO)는 2세~5세 (아동의 면역체계가 성숙해지는 기간)기간에 모유를 먹일 것을 권고하고 있는 것이다.


라. 의문과 행동 그리고 미지의 공간의 문 열기

분노감과 희망이 교차하는 가운데 1894년・1895년 동학농민군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약 백년 전 프랑스 민중이 ‘짐이 곧 국가’ 라는 태양왕 루이14세의 혈통인 루이 16세의 목을 특별한 칼(기요틴)로 잘라버리고 삶의 새로운 조건을 창출했던 것과는 달리 고종의 목이 아니라 녹두장군의 목을 바치게 되었던 그들. 메이데이의 뜨거운 함성의 주인들은 50년 후에 어디에 있을까? 신도림역에서 서로 스쳐지나가는 그 많은 사람들은 100년 후 어디에 있을까? 물 쓰듯이 별 의식 없이 청춘을 쓰는 젊은이들은 50년 후 어디에 있을까?

난 사람(출세한 사람), 든 사람(석사 박사 종류), 된 사람, 어떤 사람들이 다수를 이루어야 다수결에 기초한, 법 형식적・계량적 민주주의를 넘어서 윤리적으로 진정한 민주주의를 호흡할 수 있을까?

프랑스 Inserm의 연구진이 20년간 유아의 지적 수행정도와 사회・경제적 환경 사이의 관계에 대한 연구결과는 이렇다. “태어나자마자 유리한 환경에서 양육된 입양아들의 평균지능은 불리한 환경에서 양육된 입양아들보다 12점이 더 높다.265)

이것은 앞서 필자가 소개한 탐구된 과학적 사실들과 일치한다. 이런 엄연한 과학적 사실들은 민중이 어떤 과단성 있는 행동을 취해야 할 것을 외치고 있는가?

고리키의 어머니들, 천안문 광장에서 문화혁명의 깃발을 높이 들었던 홍위병들, 호지명의 눈을 바라보았던 그 눈들, 체 게바라와 숨결을 고르던 청년들, 산디노의 심장을 멈추게 한 총성을 기억하던 산디니스타스, 자파타의 웃음을 그리워하는 자파티스타. 이들의 열정과 좌절, 지혜와 생명은 이른바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이하려는 오늘의 그리고 내일의 우리에게 무엇일까?

전복과 창조라는 모험에 있어서 유효한 확률은 무엇일까? 51%? 49%? 4.9%? 1%? 혹 0.01%라도 유효한 것이 아닐까?


주(註)

255) 「과학과 미래」, 1998년 12월호, 59면. 앞의 「타임」, 34면.
256) 앞의 「과학과 미래」, 61면.
257) S. 그린스펀, 「학습하는 정신」(파리, 에디숑 오딜 야콥), 1998년. 향후 글에서 소개할 것이다.
258) 앞의 「과학과 미래」, 60면.
259) P.S. 에릭슨 외, 「네이처 의학」, 11, 1313, 1998년. 「연구」(파리), 1999년 1월호, 17면에서 재인용. BrdU는 세포의 증식을 보여줄 수 있다. 그리고 「타임」 1999년 11월 8일자, 60면~61면.
260) 「과학과 미래」, 1998년 12월호, 43면.
261) J. 브라운과 E. 폴릿, "영양부족, 빈곤, 그리고 정신발달“, 「Scientific America」, 1996년 2월호, 31면.
262) 북한 어린이들의 비참한 굶주림 역시 잊지말아야할 것이다. 필자의 ‘왜 지능인가?(2)’, 「현장에서 미래를」, 1999년, 9월호 53면의 간략한 소개 참고.
263) 앞의 책, 29면~30면.
264) J. 뉴먼, “어떻게 모유가 신생아들을 보호하는가?”, 「Scientific America」, 1995년 12월호, 58면~61면. 뉴먼은 유엔아동기금(UNICEF)의 자문역으로서 아프리카에서 소아과의사들과 일해 왔다.
265) J. 베이에로. “지능: 교육에도 밝은 미래가 있다.”, 「교육의 세계」(파리), 1999년 10월호, 66면.


본지는 재야 인문학자 최형록 선생의  철학, 역사, 과학, 정치에 관한 세계관을 접할 수 있는 에세이를 매주 토요일 시리즈로 싣는다. 최 선생은 서울대 인문대학원에서 수학했으며 민중당 국제협력국장, 사민청 지도위원, 진보평론 편집위원을 지낸 바 있다. ‘모든 노동자의 건강할 권리를 위하여’를 영역했다. [한국인권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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