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건에 대한 비망록 - 조정환

조정환 선생(다중지성의 정원 대표)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세월호 사건에 대한 비망록’에서 이번 사태를 인문사회자연과학이 두루 망라된 총체적 관점에서 문제점을 밝히고 교훈과 진로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해 주목된다. 본지는 사태의 중요성을 감안, 조정환 선생의 양해를 구해 전문을 긴급 소개한다.[인권뉴스]


세월호 사건에 대한 비망록
(Notoj pri la akcidento de Seuxl-ho)


조정환(Joe Amelano)


발생의 사회역사적 조건

1. 한국 최대의 해운회사(청해진해운)가 오대양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사람에 의해 소유되어 있다. 해상대중교통이 공적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2. 이명박이 주도한 신자유주의적 유연화로 배의 수령이 20년에서 30년으로 연장되어 노후 선박에 우리의 생명을 맡겨야 하는 교통여건이 만들어졌다.

3. 복원력을 낮추는 배의 증축개조가 합법적으로 허용되어 위험이 바로 코 앞으로 다가왔다.

4.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으로 승무원이 대부분 비정규직이며 수백명을 실은 배의 운항이, 가장 위험한 지역을 통과할 때조차, 초보항해자에게 맡겨졌다. 위기대처능력은 크게 저하되었다.

5. 경제논리의 지배: 1)화물과 컨테이너가 과적 2)안개로 인한 늦은 출항을 만회하기 위해 맹골수역에서도 전속력으로 달림.


사고발생과 사고의 누적적 확대

1. 최초 사고는 전속력으로 달리던 배가 급선회하는 과정에서 복원력 상실로 전복된 것이었다. 하지만 배의 결정적 침몰에 이르기까지 사고는 연속적으로 확대되며 발생했다.

2. 사고의 선내 최고책임자인 선장은 승객에게 '선실에 가만히 있으라'는 지시를 한 후, 일부 기관원과 함께 가장 먼저 배를 탈출했다. 선실에 있으라는 지시는, 승무원이었던 박지영씨가 지시거부가 필요하다고 느껴 대피하라고 말하기까지 반복적으로 승객에게 전달되었다.

3. 승객의 대다수가 지시에 따르도록 훈육된 학생집단이었기 때문에 이미 현장에서 도주하여 대피한 선장의 잘못된 지시의 악영향을 극대화시켰다. 지시를 무시하면서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행동한 사람들의 구조확률이 더 높았다.

4. 대다수가 노동자 자녀인 학생들은 수영교육 등 물에 대한 적응능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사회적 위치에 있었고 이것이 물에 뛰어들어 대피하는 선택을 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심리적 압박요인으로 작용했다.

5. 정부구조대의 출발은 늦었고 구조를 위한 초기대응은 주로 민간어선에 의해 이루어졌다.

6. 전원구조되었다는 식의 정부의 초기 거짓 정보가 구조를 위한 초기황금 시간대에 사람들을 방심하도록 만들어 선실에 갇힌 승객들의 구조 문제를 시야에서 가려버렸다.


정부의 사고대처 방법과 태도의 문제

1. 중앙재해대책본부(중대본)는 현장에서 멀리 떨어져 사실파악이나 정보취합능력이 매우 취약한 상태에서 긴박하고 신속한 판단을 요하는 현장지휘를 총책임진다. 분권화가 필요한 순간에도 집중의 방식을 고수하는 것은 중앙부처가 더 많은 예산을 배분받기 위해서이고 이것이 사고대처능력을 떨어뜨린다는 비판을 유념해야 한다.

2. 정부의 사고대처는 이원적으로 이루어졌다. 하나는 스펙터클 대처이고 또 하나는 현장대처이다.

3. 스펙터클 대처는 주로 텔레비전, 신문 등 언론을 통한 사고대처다. 언론을 통한 사고대처는 대한민국의 첨단기술, 첨단장비, 첨단인력을 총동원한 총력구조작전이 전개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군함, 헬리콥터, 군과 해경 잠수부 등을 총동원한 총력구조의 이미지를 만들어 냄으로써 사람들은 정부를 믿고 맡겨 놓는 것으로 충분하고 그 이상의 대책은 없다는 생각을 갖게 만들었다. 믿음과 방심이 그것의 효과였다.

4. 언론의 호화쇼로 시야에서 가려진 현장에서의 실제적 대처는 최소한의 것, 소극적인 것이었다. 실종자 가족과 민간 잠수부들의 접근을 억제하고, 미국 일본 등에서의 구조지원을 거부하고, 오직 짧은 정조 시기만을 택한 가장 안전한 구조방식을 선택하고, 조명탄을 절약하고 고급구조장비 투입을 미루는 등 값싼 구조노선을 택하는 것이었다.

5. 스펙터클쇼가 사고에 대처하는 주력방법으로 부상하면서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가들의 현장방문과 여론조성용 사진촬영이 메인뉴스화되고 그래픽을 동원한 구조와 인양의 시뮬레이션이 화면을 가득채웠다. 무엇보다도 미디어는 거짓말, 거짓정보가 홍수를 이루는 공간이 되었다. 거꾸로 시민들의 자발적 소통망인 SNS를 허위정보의 유통공간으로 이미지 메이킹하고 이곳에서의 작은 거짓조차도 엄단하겠다는 엄포로 위축시켰다.

6. 현장에서 실효적일 수 있는 구조대책들(공기를 주입하라, 고기잡이 조명을 사용하라, 조속히 선내에 진입하라, 여러 줄의 가이드라인을 설치하라 등등)은 실종자가족과 시민들의 제안을 통해서 나왔고, 그것도 실종자가족의 대국민호소 등의 반복된 압박을 통해서 겨우 정부에 받아들여졌는데 시기를 한참 놓친 다음이라 생명구조라는 핵심적 실효를 놓쳐 버리고 결국 시늉 이상일 수 없게 되었다. 시신의 유출을 막기 위한 그물망 설치도 나흘이 지나도록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7. 이러한 태도는 정부가 주로 안산지역 학생들로 구성된 실종자 집단을 무시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도무지 구조의지를 보여주지 않는 정부의 이 안이한 대처방식은, 정부가 가난한 지역 노동자들의 자녀들은 너무 큰 비용을 들여 구조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갖게 만든다. 권력자들과 부자들의 거주지인 강남권 고등학생들이 동일한 사고를 당했다고 해도 이렇게 했을까?


교훈과 진로

1. 선장의 지시를 거부한 사람들이 더 많이 생존하고, 초기구조는 민간어선에 의해 이루어졌으며, 선내진입, 선내시신발견 등 중요한 성과는 군이나 해경 소속잠수부가 아니라 민간잠수부들이 거두었고, 중요한 아이디어는 실종자가족과 시민에 의해 제출되고 현장에 밀착된 사실정보는 미디어가 아니라 SNS를 통해 유통되고 있다.

이 엄중한 사실을 통해 세월호 선장이 승객의 지도자가 아니라 수몰주도자이듯이, 정부가 국민의 보호자가 아니라 생명의 구조를 가로막는 장애물이라는 사실이 명확히 드러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정부는 경제적 대의(조세)와 정치적 대의(투표)를 통해 장악한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으로 우리 사회의 주요한 물질적 정신적 자원들을 독점하고 있다. 우리가 살 길은 그 공통의 자원들을 우리의 수중으로 되찾아와서 생명을 실제로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그것들을 정교하게 재배치하는 것에서 찾아야 한다.

2. 지금도 저 차가운 물속에서 떨고 있는 저 생명들이 우리에게 소리 없는 절규로 말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공포와 수치, 그리고 무력함 속에서 매순간 악몽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우리가 제대로 알아들을 수 있을까? 알아들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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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권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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