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원의 베를린 통신]세월호 선장은 배를 떠나지 말아야 했나

김기원(방송통신대 교수, 경제학)

세월호 참사 이후 이제 열흘이 되어 갑니다. 그동안 많은 분들이 비통한 심정을 토해내거나 참사 원인을 짚어보는 글을 써왔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무 글도 쓰지 않았습니다. 한편으론 억장이 무너져 마음상태를 차분하게 유지할 수 없고, 다른 한편으론 아직 정확한 진상이 드러나지 않은데다 제가 해운분야엔 원래 아는 게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독일신문Berliner Zeitung에 참고할 만한 기사가 실렸습니다. 배가 침몰하려 할 때 선장은 어찌 해야 하는가에 관한 Willi Wittig씨의 인터뷰입니다. 기사의 큰 제목은 “때로는 배를 떠나는 게 더 낫다”입니다.

그는 독일의 선장을 지냈고 지금은 Hochschule Bremen(브레멘 전문대학)에서 장래 선장과 선원들에게 ‘위기관리’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는 세월호에 관해서도 언급하고 있으므로 여러분들의 참고를 위해 아래에 소개합니다.

Wittig씨에 따르면, 선장이 끝까지 배에 머무는 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선장의 임무는 구조작업을 지휘 조정하는 것입니다. 세월호의 경우엔 승객을 선실에 머무르라고 한 게 치명적인 과오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타이타닉호와 운명을 같이 한 선장에 대해서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저는 물론 Wittig씨의 주장이 옳은지 어떤지 판단할 능력이 없습니다만, 이 분야 전문가의 주장으로서 상당한 설득력이 있습니다. 한국 언론도 이런 전문가들의 글을 더 많이 실었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엔 이런 전문가가 없나요, 아니면 전문가들이 업계와 유착이 심해서 침묵을 지키나요. 또는 혹시 우리 언론이 게을러서 전문가를 찾지 못하고 있나요.

세월호 선장이 배를 탈출한 것을 한국전쟁 당시 이승만이 서울에서 도주한 행태와 비교해 봅시다. 나라의 지도자로서 이승만이 범한 과오는 서울에 사수하지 않은 게 아닙니다.

나라 지도자가 적군에게 잡히면 그야말로 큰일이지요. 비교가 좀 뭣합니다만, 한국전쟁 때 김일성도 평양에서 도주했고, 모택동도 장개석 군대를 피해 연안까지 도주하는 대장정을 벌였습니다.

이승만의 진짜 문제는 자신이 서울에 남아 있는 것처럼 거짓방송을 내보내고, 사람들이 건너고 있는 한강인도교를 폭파하고, 자신의 말만 믿고 서울에 남아 있던 사람들을 나중에 인민군에 부역을 했느니 어쩌니 하면서 괴롭혔던 점입니다.

마찬가지로 세월호 선장의 문제를 좀더 꼼꼼히 따져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아직 여러 가지 문제가 얽혀 있는 세월호 참사의 전모를 체계적으로 다룰 형편이 아닙니다. 그래서 여기서 선장 문제를 짚어보는 데 참고가 되는 글 하나를 소개하는 데 그칩니다.

다만 더불어 한 가지만 제 생각을 보태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번 참사를 비정규직 문제와도 연관시키고 있습니다. 선장을 비롯한 선원들 다수가 비정규직이고, 그래서 직업윤리가 부족해 이번 참사를 이끄는 하나의 주요 원인이 되었다고 합니다.

물론 한국의 비정규직 문제는 노동자 사이의 부당한 차별을 야기하고 있는 심각한 사안입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알려진 것만으로는 이번 참사를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짓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일반론적으로 정규직이 비정규직보다 “직장충성도”는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언제 그만둘지 모르는 비정규직보다 정규직이 자기 직장에 더 애착을 갖지요. 그러나 직장에 대한 충성도가 반드시 “직업윤리”(직업적 자긍심과 직업적 의무)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이른바 모피아는 직장충성도는 높지만 직업윤리는 글쎄이지요.

승객들의 구조를 우선하다 자신은 목숨을 잃어버리고 만 박지영씨가 바로 비정규직이었습니다. 그냥 탈출한 선원 중엔 정규직도 있을 것입니다. 제가 현재 거주하고 있는 독일과 한국을 비교해보면, 정규직-비정규직 가릴 것 없이 한국의 직업윤리가 낮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독일은 공장의 기름때 묻히는 생산직이라도 직업윤리가 강하고, 그래서 Meister(장인)라는 말에 무게가 실립니다. 반면에 한국은 정치인-관료-교수-언론인-검사 등 우리 사회의 유력계층에서부터 직업윤리가 박약합니다. 그러니 예컨대 재벌들이 주는 돈을 넙죽넙죽 받아 챙기고도 부끄러워 할 줄도 모르지요.

사실 우리 사회의 유력조직에선 직업윤리는 도외시한 채 직장충성만을 강조합니다. 직업윤리에 충실한 나머지 조직의 불법이나 비리를 고발하면 배신자로 낙인 찍히지요. 그리고 돈벌이에 지나치게 경도된 회사에선 직업윤리 따지다간 따돌림당하거나 내쫓길 가능성도 높습니다. 이런 건 정규직-비정규직의 문제가 아니지요.

거듭 강조하지만, 우리 사회의 비정규직 문제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사안입니다. 그러나 너무 단순하게 그것과 세월호 참사를 연결시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건 한국사회에서 보기 힘든 아름다운 영혼 박지영씨를 욕되게 하는 일이고, 아울러 문제해결의 초점을 흐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그럼 아래에 인터뷰를 번역 소개하겠습니다.


한국은 침몰한 페리 세월호의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있다. 참사 일주일 후 시체 174구가 인양되었고, 학생들이 많이 포함된 승객 131명은 아직 실종상태다. 68세의 이종석선장은 제일 먼저 선박에서 구조된 사람들에 끼여 배를 떠났다고 한다.

그는 체포되었고 직무유기에 의한 치사혐의로 재판에 회부될 전망이다. 이 선장의 태도는 2년 전 “Costa Concordia” 침몰을 초래한 이탈리아 선장 Francesco Schettino를 연상시킨다. Willi Wittig씨(49세)는 그 자신이 선장으로서 배를 몰았고, 현재 브레멘 대학에서 장래의 선장과 승무원들에게 위기관리에 대해 가르치고 있다.



질문: Wittig씨, 왜 오늘날 선장들은 배가 침몰할 때는 맨끝까지 남아있어야 한다는 예전의 원칙을 더 이상 지키지 않는가?

답변: 첫째로, 선장이 침몰 시에 맨끝까지 남아 있어야 한다는 것은 법이 아니다. 적어도 독일에서는 그렇지 않고, 대부분의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러한 법을 갖고 있는 나라는 내가 아는 한 이탈리아와 스위스 둘뿐이다.

질문: 그러나 법과는 별개로 그건 뱃사람 사이에서 일종의 통념이 아닌가?

답: 나는 그것을 좋은 관습이라고 부르고 싶다. 물론 자신의 배와 운명을 같이 하는 선장을 영웅으로 묘사할 수는 있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그런 선장은 겁쟁이로 묘사될 수도 있다. 그렇게 죽음으로써 배의 침몰과 관련된 재판에서의 다툼을 피하려고 한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질문: 그러면 타이타닉호와 같이 바다 밑으로 사라진 Edward Smith 선장은 영웅이 아닌가?

답: 바로 그 선장이야말로 영웅이라 하기엔 가장 나쁜 사례다. 그는 눈 빤히 뜨고 자신의 배를 참사로 몰고갔다. 그는 자신의 배가 빙산의 위험이 아주 높은 지역으로 항해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또한 승객에 비해 구명보트가 부족하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따라서 그는 결코 모범사례로 인용되어서는 안 된다.

질문: 그렇다면 선장이 배를 떠나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는가?

답: 물론 선장이 배에 머물러서 선원과 승객에게 “걱정 말라! 나도 여기에 있다! 내가 잘 처리하겠다!”라고 신호를 보내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제한적이지만, 선장이 배를 떠나는 게 오히려 합리적인 경우도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질문: 그건 어떤 경우인가?

답: 선장의 임무는 개별승객을 구명보트로 안내하는 게 아니다. 선장의 임무는 긴급상황을 조정 관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뒤에서 지휘를 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 헬리콥터에서 지휘할 수도 있고, 구명보트 위에서 할 수도 있고, 육지 쪽에서 할 수도 있다. 그가 전문적인 판단에 따라 더 나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는 곳이면 된다.

질문: 그러나 한국의 TV방송에 따르면, 선장은 지휘통제를 하지도 않고 구조 들것에 실려나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한다. 이건 분명히 잘못된 게 아닌가?

답: 현 시점에선 나는 그런 판단을 내리기에는 조심스럽다. 아직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아 거기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다.

질문: 하지만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기로는, 그는 승객을 배에서 탈출시키기 전에 매우 꾸물거렸다. 이것은 “Costa Concordia”에서와 꼭 마찬가지이다.

답: 선박항해와 관련해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황금률이 있다. 그에 따르면, 자신의 배가 최선의 구명보트라는 것이다. 배가 불안정할 때라도 물속보다는 안전하다. 날씨가 나쁠 때는 구명보트보다도 안전하다. 구명보트는 파도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배가 클수록 일반적으로 오래 떠있을 수 있고, 구조자 쪽에서 찾아보기도 쉽다.

질문: 하지만 승객들을 선실에서 머물라고 한 것은 치명적이지 않았는가?

답: 선실에서 머무는 것은 가장 나쁜 일이다. 그것은 탈출을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구조도 지연시킨다. 그것은 결코 올바른 결정이 아니었다.

질문: 당신의 브레멘 대학에서는 그러한 긴급사태에 대해 장래 뱃사람들에게 어떻게 준비를 시키고 있는가?

답: 물론 위기관리에 관한 강의가 있다. 거기에선 다양한 대책을 가르치고, 부분적으로는 시뮤레이션과 역할놀이를 통해 교육을 한다. 그리고 당연히 현재 재난사례와 과거의 재난사례도 가르친다. “다른 사람들의 과오를 통해 배우자”는 모토를 갖고 있다.

질문: 그러나 실제로 사람들이 그런 위기상황에 잘 준비할 수 있는가?

답: 물론 우리 중의 누구도 극단적인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할지는 잘 모른다. 그러나 잘 훈련시킬 수는 있고 많은 경험을 갖게 할 수는 있다. 사람들이 실제로 어찌 반응하는가는 그때 가봐야 아는 법이다.

질문: 이와 같은 사고로 인해 선장의 명예가 훼손되지 않았는가?

답: 부분적으로는 그렇다. “Costa Concordia” 침몰 이후에 선장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4만 척의 선박이 운행 중임을 감안할 때 사고 비율은 낮은 셈이다. 동료선장들이 제대로 일을 처리해 다행히 사망자가 없는 경우는 보도되지 않는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동료선장들의 대다수는 일을 제대로 잘 처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질문자: Nancy Krahlis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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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 김기원 교수는 그간 우리 사회의 뜨거운 이슈를 비롯하여 다양한 영역의 문제에 대해 대안 제시와 함께 진보진영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은 바 있으며, 이러한 시도는 생산적인 토론과 함께 앞으로도 침체된 운동이 일어서는데 훌륭한 자양분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 김기원: 서울대 경제학과(박사), 일본 동경대 사회과학연구소 객원연구원, 미국 유타대 객원연구원,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현 베를린 자유대학 객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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