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 재능투쟁 관련, 국제코뮤니스트정치조직(ICP)의 서명 요청건에 대하여

노동운동 ‘갈라치기’ 나쁜 선례 우려, 서명 철회해야
학습지노조 재능지부의 노동자민주주의 발현에 관심을


▶◀ 세월호 참사로 숨진 님들을 추모하며
전국좌파연대회의는 자본주의의 제 모순이 축약된 모든 형태의 사회적 타살을 저지하기 위한 투쟁에 함께 합니다.      

전국좌파연대회의(좌파연대)는 지난 4월 21일자 국제코뮤니스트정치조직(ICP)의 『민주노총 회계감사 윤희찬의 재능투쟁 관련 고발에 대한 입장서 서명 요청건』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힌다.  

1. ICP는 이 제안에서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내부문제에 대한 자기해결 능력을 존중하는 가운데 이 사태를 노동운동 전체의 집단적 노력을 통해 해결할 것을 촉구”했다.  

당위론적으로는 맞는 말이다. 그러나 지난 1년여 동안 재능지부 사태를 풀기위한 다양한 단위(민주노총 포함)의 많은 노력들은 무위로 돌아갔으므로 이제 와서 유사한 행동을 또다시 되풀이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특히 ICP가 겉으로는 ‘노동운동 전체의 집단적 노력’을 내세우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결과적으로 운동진영을 분할하는 서명 요청을 벌이고 있어 이율배반적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난 4월 25일,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학습지노조)이 제7기 임원선거를 마무리함으로서 직무대행 체제를 해소하고 새 집행부가 출범했으므로, 이제는 노조의 자율적인 해결 노력 과정을 지켜보고 그 결과를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2. ICP는 노조와 별개로 움직이고 있는 개인들, 즉 강종숙(대교) 유명자(재능) 박경선(재능)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투쟁의 목표인 단체협약체결은 아직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이게 바로 재능투쟁이 안고 있는 핵심문제이자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내부 문제도 바로 이로부터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관련, 학습지노조는 4.28 문건(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 제 7기 집행부가 출범합니다)에서 “반드시 2014년 단체협약을 갱신체결 할 것”이라고 전제한 다음  “재능교육에는 원상회복된 2007년 단체협약이 있”으며 “2013년 8월 26일, 노동조합과 회사는 단체협약 원상회복, 해고자 전원복직을 합의하였습니다. 원상회복된 단체협약에는 협약의 효력 지속 및 자동갱신 조항(제80조)이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또한 “노동조합은 단체협약의 갱신체결을 위한 교섭을 하였고 85개 조항과 전문 중 68개 조항을 회사와 의견일치를 보았으나, 중요 내용에 불일치가 있었습니다.
원상회복된 단체협약의 유효기간 등에 대해 변호사의 자문을 구하였고 유효기간 등으로 원상회복된 단체협약이 무효화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성급하게 떠밀려서 부족한 내용으로 단체협약을 갱신체결 하지 않는다는 것이 노동조합의 판단입니다. 단체협약을 ‘갱신체결’ 하는 것, 단체협약을 ‘유지’ 하는 것, 단체협약을 ‘준수’ 하게 하는 힘은 조합원에게서 나온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노동조합은 현재 단체협약의 갱신과 조합원의 조직사업에 주력하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좌파연대가 파악하기로는, 재능지부 사태 문제의 핵심은 지난해 2월 24일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비없세) 제안으로 공공운수노조 법률원의 자문을 구해 열린 대의원대회에서의 민주적인 선거 결과를 자신이 스스로 출마해 패배한 강종숙이 승복하지 않은 데 있다. 이후 강종숙, 유명자, 박경선은 학습지노조와 재능지부의 새 집행부를 부인한 채 재정인계를 일체 거부하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3. ICP는 4월 16일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가 윤희찬의 고발 건에 대해 "고발 취하, 민주노총 조직에 대해 사과할 것, 회계감사 자진사퇴 권고"를 결정한 것과 관련, 윤희찬 회계감사가 불복할 경우를 대비해 “직권남용, 반노동자적 행위를 저지른 윤희찬을 즉각 소환하여 단호한 조처를 즉각 취할 것을 그가 소속된 모든 노동자단체에 재차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서는 윤희찬 회계감사의 견해를 들어보는 게 형평성에 부합한다. 그는 “나는 강종숙, 유명자에 대해 업무상횡령죄 [業務上橫領罪](업무상 자기가 보관하는 타인의 재물을 그 임무에 위배하여 횡령하는 죄,형법356조)로 범죄자들을 고발했을 뿐”이라며 “그럼에도 이들은 '재능투쟁'을 고발했다고 사실을 왜곡하는 것은 그들의 범죄행위를 따지기보다 업무상횡령을 두둔하겠다는 것 다름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리고 “정치조직이라면 '그 정치의 급진성이나 다수, 소수여부와 관계없이 정치활동의 자유를 보장받아야 한다'라는 등의 논점이탈의 주장을 하기 전에 사실에 근거하여 주장을 펼쳐야한다. 환구단 범죄자와 다름없이 '모략선동'으로 사실을 왜곡하는 행위는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좌파연대는 업무상횡령에 대한 고발을 ‘재능투쟁’에의 고발로 왜곡했다는 윤희찬 회계감사의 견해에 동의한다. 만약 ICP의 주장처럼 (노조 밖에서 개별적인) ‘정치활동의 자유’를 100% 인정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결코 재정인계 거부에 대한 어떠한 변명이나 합리화가 될 수 없다.
구 집행부가 새 집행부에게 재정을 인계하는 것은 민주노조운동의 기본적인 원칙이며 진보ㆍ보수를 막론하고 일반 사회에서도 초보적인 상식에 속한다. 이를 간과한 채 민주노총 중집이 윤희찬 회계감사에게 ‘고발 취하’등을 권고한 것은 선후가 뒤바뀐 섣부른 판단으로, 재능지부가 지난 4월 14일 민주노총 규율위원회에 제소한 '강종숙과 유명자의 노동조합 회계 미 인계와 강종숙의 압류기간동안 지급된 임금의 미 반환 건'의 조사결과와 병합 판단했어야 했다. 그 점에서 노조의 정당성과 관련한 향후 규율위원회의 결정이 운동적 판단의 매우 중요한 준거가 된다.      


4. ICP는 이번 고발사건은 “사회주의 정치를 내건 조직의 성원을 그 적대세력인 국가기관에 밀고한 것과 같아. 이는 "내부고발"이 아니라 오히려 투쟁하는 노동자와 연대세력을 적들에게 내준 이적행위”이며 “정치사상의 자유와 민주적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한 반민주적 행위로 규정한다.”고 주장했다.

ICP는 ‘업무상횡령’에 대한 고발을 “이적행위”와 “반민주적 행위”로까지 자의적으로 확대 해석을 하고 있다. 범죄는 범죄일 뿐인데, 진보좌파 진영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해서 묵인하라는 말인가. 물론 스스로 자정능력이 있으면 그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러나 2008년 ‘민주노총 조합원 성폭력 미수 사건’에서 보듯 당시 민주노총과 전교조가 자발적인 해결은커녕 외려 은폐 등 사태 악화를 자초한 결과 법의 심판을 받은 사례 등 자정능력의 한계를 보여준 게 엄연한 현실 아닌가.
논리에 옹색한 나머지 있어선 안 될 범죄에까지 온갖 운동적 수식어를 붙인다고 해서 범죄가 감춰지는 것은 아니다. 운동진영은 그간 활동가들과 민주노총의 역량 한계로 인해 문제를 풀지 못함으로써 윤희찬 회계감사가 부득이하게 ‘내부고발’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른데 대해 오히려 고맙게 그리고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
자칭 사회주의자들이 자기 정파 소속의 조합원들을 이용해 노조를 사유화하려는 저열한 의도야말로 사실상 이적행위와 반민주적 행위에 다름 아니다. 진정한 사회주의자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권력을 위에서 내리꽂는 방식이 아니라, 조합원들이 아래로부터의 민의를 구현하는 노동자민주주의를 수립하는데 겸허한 마음으로 함께해야 할 것이다.  
      

현 시기 우리 사회의 모순이 극명하고 따라서 변혁적 요구가 절실한 점과 노동조합이 법을 넘어설 수 있는 혁명적 조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가 하는 점은 객관적 정세를 두고 다룰 수 있는 다른 층위의 논제이다. 따라서 이러한 운동적인 쟁점은 재능지부 사태와 별개로  심층적인 토론으로 발전시킬 만한 가치가 있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조직을 제대로 세우기 위해 분투하고 있는 재능지부를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개량’으로 치부하려는 움직임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ICP의 이번 서명 제안은 자칭 사회주의자들이 자신들의 이불리(利不利)에 따라 노동운동을 ‘갈라치기’한다는 나쁜 선례가 될 수 있으므로, 또한 재능지부 사태에 대해 내용을 잘 모르는 동지들을 흑색선전으로 ‘동원’하려 한다는 혐의에 직면할 수 있으므로 철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운동진영 인사들은 재능지부의 제소 건(강종숙과 유명자의 노동조합 회계 미 인계 등)에 대한 민주노총 규율위원회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인내하는 미덕이 필요하다. 곧 다가올 규율위원회의 조사 내용을 촘촘히 따져보고, 학습지노조와 재능지부 집행부가 지난 선거과정에서 정당성을 지녔는지, 지녔다면 그에 따른 후속조치를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의 실타래를 풀어나가자. 특고노동자 투쟁의 상징인 학습지노조와 재능지부에서 노동자민주주의가 발현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자.  


2014년 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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