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살아있는 지식인의 전형, 촘스키와 부르디외

사르트르의 정의대로 지식인이 「자신과 관계없는 일에 참견하는 사람」,

「자신이 특정한 지적 분야에서 쌓은 명성을 남용해 기존 사회와 정치 권력

을 비판하는 사람」이라면, 미국의 언어학자 노엄 촘스키(71)와 프랑 스의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69)는 살아있는 지식인의 전형이라고 할 만하다.

지난 40여년 동안 MIT 대학에서 언어학을 가르쳐온 촘스키는 지난 세기의

페르디낭 드 소쉬르와 함께 현대 언어학에 가장 커다란 영향을 끼친 사 람

이다. 기존의 구조주의 언어학, 기술 언어학을 비판하며 그가 확립한 생성

문법은 언어학만이 아니라, 심리학, 철학, 인지 과학 등 인접 과학 분야 에

도 짙은 흔적을 남기고 있다.

흔히 「촘스키 혁명」이라고 불리는 그의 이론은 언어 생득설, 곧 다른

동물들과는 달리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언어 능력을 지닌다는 가설과 보편

언어설, 곧 모든 자연언어는 겉보기와는 달리 가장 깊숙한 층위에서는 동일

한 문법을 지니고 있다는 가설을 축으로 삼고 있다. 만만찮은 반론에도 불

구하고, 촘스키의 생성문법은 미국, 일본, 한국, 대만은 물론이고 유럽의

언어학계에까지 새 바람을 일으켰다.

촘스키는 언어학 분야에서 확고히 쌓은 자신의 명성을 기존의 사회와 정

치권력을 비판하기 위해 「남용」했다. 그는 베트남 전쟁 반대 투쟁에서부

터 시작해 끊임없이 미국 정부의 제국주의 정책과 미국 지배계급의 헤게모

니에 제동을 걸어왔다.

무정부주의적 자유주의에 가까운 그의 급진적 정치노선은 미국의 지배계

급으로부터만이 아니라 좌파 진영에서도 비판을 받았지만, 그는 굽힘없이

미국 내부에서 미국을 반대하는 가장 새된 목소리를 내 왔다. 최근에 번역

된 「그들에게 국민은 없다」(모색)나 「미국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 (한

울)은 촘스키의 이런 급진적 입장을 잘 보여준다.

촘스키가 언어학의 제왕이라면 부르디외는 사회학의 황제다. 그는 인문학

, 사회과학 분야의 논문들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책들의 저자다. 아비튀

스(사회적 행위 주체의 행동 원칙들을 결정하는 일련의 획득된 기질이나 성

향), 장(場: 분석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어떤 사회적 관계의 덩어리), 상 징

적 재산, 문화적 자본 등 그가 만들어낸 개념들은 사회과학에서만이 아 니

라 인문학에서도 중요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촘스키처럼 부르디외 역시 단순한 학자가 아니라 지식인이다. 그

는 사회학의 황제이자 콜레주 드 프랑스 교수라는 명성을 「남용」하여 줄

곧 프랑스 안팎의 소수파들을 옹호해 왔다. 그가 옹호하는 소수파는 사회

구조의 변두리에 있는 사람들이다. 그것은 반드시 노동자 계급이나 실업자

같은 경제적 소수파만이 아니라, 여성, 동성 연애자, 장애인 같은 문화적

소수파를 아우른다.

그는 마르크스주의자는 아니지만, 신자유주의의 물결이 전세계를 휩쓸고

사회민주주의가 「제3의 길」이라는 이름으로 자유주의에 투항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자신의 말대로 「좌파의 좌파」를 이루고 있다. 그는 대산문화재

단의 초청으로 내년 9월에 한국을 방문한다.

[출 처] 한국

[발 행 일] 1999.12.21

[발 행 처] 한국일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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