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돌 : <거짓말>과 거짓말쟁이

“왜? 목욕탕을 음란업소로 규정하지!”

이원재 / 평화인권연대 상임활동가

<거짓말>이 한 시민단체의 “광적인 열받음”으로 인해 또 다시 도마 위에 올

랐다. 최근 ‘음란폭력성조장매체 공동대책시민협의회'(이하 음대협)가 “처음부터

영화 <거짓말>은 영상물등급위원회의 등급기준을 뻔히 알면서도 도발적으로 경

계를 넘는 불법적인 음란물로 기획되었다”고 주장하면서, <거짓말>을 검찰에 고

발한 것이다. 즉, 음대협은 <거짓말>이 사회적 상식과 도덕을 넘어서는 포르

노(음란물)에 불과하며, 이는 한국영화를 망치는 치졸한 상업주의라고 분노하고

있다. 따라서 다시는 이러한 영화가 제작될 수 없도록 신성한(?) 법의 힘을 빌

어 처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거짓말>은 개봉 1주일만에 주요 개봉관에

서 간판을 내리게 되었으며, 여차하면 범법자가 되어 철창신세를 지게될 판이다.

사실 나는 <거짓말>이 “좋은 영화”인지 “나쁜 영화”인지 전혀 관심이 없다.(<거

짓말>을 둘러싼 대부분의 논란 역시 내가 보기에 영화 자체와는 별로 상관이 없

는 듯…) 더욱이 <거짓말>이 장선우의 예술적 창작물인지, 음란성 논쟁에 기생

한 상업주의적 문화상품인지에도 별로 관심이 없다.(사실 구별할 능력이 없기도

하다) 하지만 굳이 나서서 한 마디 하고 싶은 것은 사회적 도덕이니 윤리니 운

운하는 고상한(?) 어르신들이 재수 없기 때문이다. 왜 재수 없냐구?

첫째, <거짓말>은 상업주의라서 나쁘다?

음대협이 강조하고 있는 것 중의 하나는 <거짓말>이 상업주의에 오염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이 진심에서 우러나온 말이라면 <거짓말>이 아니라 음대협

이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되어야 마땅할 것이다.

<거짓말>의 상업주의 여부와는 무관하게. 물론, 나는 음대협이 자본주의 사회에

서 상업주의를 거부할 정도로 급진적인 단체라는 소문은 들어 본적도 없다.

그렇다면 상업주의 내에도 격이 있다는 주장인데, 이것 참 웃기는 발상이다. 초

국적 자본을 위해서 민족도 팔아먹는 세상에서, 경찰서장이 매매춘 업자들과

공개적으로 “쇼부까는” 세상에서, 상업주의에 격이 있다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인정사정 볼 것 없는” 자본주의를 인정하기 싫다면, 관람거부가 아니라

반자본주의 운동에 투신해야 되는 것이 아닌가?

둘째, <거짓말>은 음란물이라서 나쁘다?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음대협이 가장 주목하는 것은 <거짓말>의 음란성이다. 좀

더 붙이자면 ‘음란성을 이용한 상업주의’. 즉, 그들의 논리는 음란하고 폭력적인

매체들이 사회의 음란화 및 폭력화를 조장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반대로

생각한다. 음란물과 폭력물이 사회의 음란화와 폭력화를 양성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사회의 현실 자체가 음란하고 폭력적인 것이다. 기성세대에 의한 원조교제가

횡행하고, 국가에 의한 물리적 폭력이 뻐젓이 존재하는데, 그것을 굳이 극장에

서만 보기 싫어하는 것은 도덕과 윤리가 아니라 “사기”에 불과하다. 한국사회

방방곡곡에 주둔한 무수한 비디오가게의 절대 공간이 빨간비디오(‘유’모씨와 ‘한’

모씨가 만드는)로 장악되어 있는데 새삼스럽게 음란물 시비 운운하는 것 자체

가 우습다는 것이다. 진심으로 사회의 음란화와 폭력화가 걱정된다면 쪼잔하게

“얼마만큼 벗었는가?”에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라 성정치나 여성운동 혹은 평화

운동에 투신하여 진정으로 건강한 사회를 구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 아

닌가?셋째, <거짓말>은 “도발적”이라 나쁘다?

예술의 기본이 창조성이라는 것은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나오는 말이다. 따라서

예술가라면 장르 및 기법과 무관하게 도발적이어야 한다는 것이 내가 알고 있는

상식이다. 내가 보기에 이쯤에서 음대협의 음모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음대협이 아주 고급스럽고 은유적으로 표현한 “도덕과 윤리”는 다름 아닌 현

사회의 이데올로기를 고수하자는 것이다. 일명 “겉으로 고상한 척하고, 뒤로 호

박씨까기!” 사회의 현실이 아무리 썩어도 겉모습은 멀쩡한 척 해야 하며, 아무

리 침대에서 밝혀도 애들 앞에서는 점잔을 빼야한다는 논리 말이다. 따라서 음

대협이 표현한 “도발성”은 우리가 알고 있는 창조성이 아니라 사회적 관행에 도

전하는 괘씸죄에 가까운 것이다.

넷째, “시민단체”에 의해 형사고발된 <거짓말>?

마지막으로 내가 음대협을 재수 없게 생각하는 이유는, 자신들이 무슨 시민의

대표인양 떠들어대는 지점에 있다. 나는 도덕과 윤리라는 잣대로 어줍잖게 ‘영

화 보는 법’을 강요하는 것이 과연 시민단체가 할 일인지 모르겠다. 할 일이

없으면 제멋대로 날뛰는 국가권력이나 자본가를 감시할 일이지, 왜 국가권력 흉

내내면서 가르치려고 드냔 말이지…..

내가 보기에 지금까지 <거짓말>을 둘러싼 한국사회의 모든 논란은 ‘성’과 ‘표

현의 자유’에 대한 보수주의적 공세(혹은 통제)에 불과하다.

가위질하는 것들, 그리고 음대협의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주장이 내게는 모두 “

개소리”로 들리는 것은 이러한 문화적 보수주의자들의 배후에 깔려있는 오만함

때문이다. 혹시나 “별 다섯 개 짜리 영화를 못 만드는 감독은 모두 구속하

자!”(차라리 이게 더 영화적이고 급진적이지 않나?)는 주장이 아니라면, 더 이상

문화적으로 사회적으로 고상한 척 하면서 “눈 가리고 아옹”하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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