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Feminists’ CAMP

여성의 눈으로 다시 보자

◇ 본 글은 ‘기지촌과 매매춘에 반대하는 여성주의자 연대’의 김보명씨와의 서면 인터뷰입니다.

– 질문자 : 최정민

Feminists’ CAMP에 대해 먼저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군사주의와 성매매에 반대하는 여성주의 연대모임’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구요, 그 이름이 정체성을 그대로 드러내 준다고 보시면 될 것 같네요.^^ 페미니즘에서 성매매(매매춘)는 중요한 사안이지만 아무래도 담론이나 실제 현장활동의 영역에서 볼 때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주제지요..

캠프는 작년 9월 경 새움터 상근 회원 이정숙씨의 사망사건을 기점으로 결성된 비대위 활동을 하던 학생단위 중 이대와 서울대, 경희대가 주축이 되어 만든 모임이며 현장단체인 새움터도 이 모임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모임 결성과정에서 보여지듯이 기지촌을 중심으로 성매매와 군사주의에 대해 문제제기 하고 직접적인 활동(뭐가 있을까? 아직 생긴지 얼마 안 되서..^^)들을 벌여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했던 활동들은 우선 앞에서 말한 이정숙씨 사망사건에 대한 진상규명 촉구를 위해 여러 가지 활동을 했구요(학생단위 선전전, 서울시내 선전전, 동두천 선전전 그리고 항의엽서 보내기 등) 그 활동이 어느 정도 정리될 시기쯤 99년 겨울 연대기지촌활동학교를 이대에서 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학생단위 공개세미나를 준비하고 있는데요, 학내에서의 담론 확장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Feminists’ CAMP 결성 취지문을 보면 기존 기지촌 여성들의 문제나 매매춘 문제를 접근하는 방식에 대한 문제제기가 간략하게 설명되어 있는데요.

Feminists’ CAMP가 기존 활동에 대해 가지고 있는 문제의식과 그렇다면 앞으로 지향해야 할 관점들은 어떤 것이어야 할 지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기지촌은 흔히들 반미의 상징으로 이야기 할 것 같네요. 뭐 그것도 틀렸다 할 수는 없는 거지만…

저희가 주목하고 싶은 것은 그곳에 살고 있는 한 명 한 명의 여성의 인권이랄까.. 그런 거시적이기보다는 보다 미시적이고 현실적인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참고로 이 글을 쓰는 제 개인적인 생각일 지도?? 그래두 다들 거의 동의하실 거예요…^^;;)우선 기지촌은 반미문제로(만) 사고하는 것은 분명 젠더의 관점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한계를 지니지요. ‘민족의 딸’이라는 표현에서 단적으로 드러나듯이 이 같은 관점에서는 기지촌 여성들은 남성들이 보호하고 지켜야 했는데 그러하지 못했던 ‘가부장제하 남성의 소유물로서의 여성의 몸과 재생산 기능’을 중심에 두게 되지요. 그러니까 수치스럽게도 적대국(미국) 남성들에게 자신들의 여성들에 대한 권리를 박탈당한 격이 되었으며 그래서, 미군범죄에 의한 기지촌여성의 죽음은 숭고한 한편 (남성들로서는) 수치스러운 일이 되는 거지요. 기지촌 여성은 물론 다른 매매춘 지역 여성들과 상당히 다른 여건들을 안고 있습니다. 미군을 상대로 한다는 것이 여러모로 큰 차이점을 가져오지요.

예를 들어 앞에서 말한 미군범죄의 경우 한미행정협정의 불공정성으로 인해 사건해결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든지 하는 점도 큰 문제지요.

미군들은 일상적인 성폭력에서부터 폭력과 강간, 살인 등을 행하기도 하니까요.

그러나, 매춘여성들의 삶의 경험이나 일상의 억압들을 생각할 때, 그 같은 거대담론들만으로는 설명될 수 없는 부분들이 존재하게 마련이죠. 현실적으로 매춘여성들의 어려움은 일반적인 성 매매 산업에서 여성들이 겪게 되는 억압과 착취들을 그대로 그리고 때로는 더 심하게 경험하는 데서 비롯되거든요. 그러니까 포주의 경제적 착취(할당제나 벌금제 같은 형태 그리고 부채)에서부터 인권유린(감금이나 폭행) 등은 여성의 몸이 상품으로 대상화되고 물질화 될 수 있는 가부장적 사회구조의 문제이잖아요. 음.. 아무튼 확실한 건 일단 기지촌 문제 중에서도 여성의 문제에 주목하고자 한다면 민족 문제는 사실 많은 설명 방식 중의 하나 정도로나 생각해 줄 수 있겠지요. 기지촌 여성들의 삶을 구성하고 있는 여러 부분들 중의 하나로 말입니다.

어쩌면 오히려 민족문제는 기지촌여성들을 더욱 억압하는 기제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앞에서 말했듯이 순결하게 보호해야 할 자신의 여성들을 적대국 남성집단의 힘에 밀려 뺏겼다는 식의 생각(너무 단순하고 과격한가?)을 깔고 있다면, 아무래도 기지촌 여성들은 이중으로 순결을 상실한 더욱 타락한 여성으로나 분류될 테니까요. 한국남성들이 하루빨리 힘을 키워서 되찾아 보호해야 할 대상 정도? 아님, 가장 좋게 생각해도 ‘동일한 민족모순으로 고통받는 피해자’ 정도의 상일 것 같은데, 이것도 성 -맹목적(sex-blind)하다는 한계를 안고 있지요.

아무튼, 기지촌 여성들은 그녀들이 매춘을 한다는 것에서 갖는 일상적인 많은 억압들을 경험하고 있으며 그녀들의 삶은 그 같은 관점에서 접근되어야 할 필요가 우선적으로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말이죠…^^ 그렇다면 왜 ‘군사주의’라는 테마가 하나 더 붙었을까요?

앞에서 말한 기지촌 문제와 여타의 매매춘 지역과의 차이점이 여기에서 드러나는 거겠죠. 그러니까 저희가 민족담론으로 여성의 문제를 흡수해 버리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하지만요.. 그렇다고 해서 한미관계라든지 기지촌의 형성배경과 같은 역사적인 요인들을 무시할 수는 없다는 건 분명하지요. 그래서, 저희의 입장은 그것은 ‘여성의 눈으로 다시 보자’는 정도의 재해석 작업을 하자는 거지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주한미군의 문제는 단지 국제적인 힘의 관계만으로 설명되는 (성에 대해 중립적인) 요인이 아니라, ‘군사주의’라고 하는 남성적인 사회의 소산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생각돼요. 예를 들어 전쟁강간이라든지, 일본군 위안부 문제라든지 기타 등등 ‘무력갈등 시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포함될 수 있는 것들 있잖아요. 그와 같은 맥락에서 기지촌을 바라볼 수 있겠죠. 남성문화(물론 절대 남성들이 선천적으로 그렇게도 폭력적이고 나쁘다는 식의 접근은 아닙니다. 우리는 단지 이 사회 전반에 포진하고 있는 그야말로 일상적인 남성문화와 그로 인한 폭력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겁니다.)가 극대화되는 시기가 아무래도 무력분쟁이 일어나는 시기이고, 이 같은 상황에서는 적대집단 남성들의 명예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는 ‘그 집단 여성들에 대한 성적인 공격’이 광범위하게 나타나지요.

음.. 지금의 기지촌은 사실 그렇게까지 해석하기에는 분명 무리가 있지요. 어떻든 지금은 전쟁 상황이 아니니까. 그렇지만 전쟁과 평화의 구분지점을 좀 더 적극적으로 잡아본다면 평화는 전쟁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모든 종류의 폭력이 없는 상태로 생각할 수 있으며 따라서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구조적인 폭력들이 없는 상태로 해석될 수 있겠죠.(이론..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는 거 아닐지…쩝..) 그래서… 기지촌은 물론 평화 상태가 절대로 아니요. 분명 여타의 매춘지역에 비해 훨씬 높은 위험성을 지니고 있는 공간이지요. 앞에서 말한 미군범죄와 같은 폭력들은 분명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일이죠.

으… 설명이 좀 삐리한 것 같은데…. 아무튼 ‘군사주의’라는 것이 기지촌 문제를 생각하는 것에서는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거구요, 그래서 캠프에서는 한미행정협정이나 미군범죄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구요. 새움터 역시 운동본부(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랑 친하게 지내죠..^^ 아무래도 그 같은 제도적인 기반들은 현실적인 물적 기반을 갖춘 억압들이니 더 시급하게 해결해야 하는 문제니까요.

음… 그리고, 군사주의란 건 말이예요(말이 너무 길죠? 마지막이예요….^^) 기존의 성 매매에 대한 관점이 ‘자본’이라는 변수를 중심에 두는 경향도 있었다는 생각이 드는데…(역시 개인적인 생각) 자본주의의 상품성 역시 하나의 요인이기는 하지만 무엇보다도 ‘여성의 몸에 대한 (남성의 혹은 가부장제의)폭력’이라는 관점에서 성 매매를 바라보겠다는 생각을 담고 있는 거예요.

기지촌 여성들의 문제나 매매춘의 문제는 오래된 화두임에도 불구하고 또 한반도의 상황에서 가장 반 평화적인 모순의 가운데에 있음에도 제대로 이슈화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번 이정숙씨 사건이 그 단적인 예라 생각되는데요, 이 사건에 대한 현재 상황과 어떤 싸움들이 전개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어… 결론만 말씀 드리자면 지금은 거의 활동이 정지된 상태구요(항의엽서를 계속 보내고 있는 정도)

그 이유는 우선, 사건 수사 자체가 종결되었다는 데 있지요. 그리고 여러 가지 정황적인 증거들은 많이 갖고 있지만 확실한 물증이 없다는 점에서 법정 싸움이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도 있었던 것 같네요.

안타까운 일이지만… 집중된 싸움을 할 수 있는 시기는 이미 지난 듯 하구요. 앞으로 지속적인 운동을 해 나가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최선의 대안인 듯 싶네요. 더 이상의 희생이 없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은 싸움이겠죠?

기지촌에는 항상 안 좋은 일들이 생기거든요. 매년 1-2건 정도씩은 사망사건이 있는 것 같아요. 그 중에는 아는 언니들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지만.. 어떻든 다 마음 아픈 일이죠. 특히 숙희언니(이정숙씨)는 기활(기지촌활동) 중 함께 지냈던 언니이구 하여튼 정말 좋은 언니여서 기억도 많이 나고 마음도 많이 아프네요….

음… 지금으로서는 많은 여성들의 죽음에 대해 알려내고 기지촌여성들의 인권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을 모도하는 것 정도가 할 수 있는 일이겠죠. ㅠ.ㅠ

기지촌 여성들의 문제와 매매춘 문제로 싸움을 시작하는 것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릅니다. 이들에 대한 사회적인 여론도 피해 당사자 개개인의 문제로 돌리려는 남성적인 시각에서부터 한미행정협정의 문제로 한국에서의 법적인 처리가 힘든 부분 등 어려움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같은 평화그룹이나 여성운동 진영, 미군기지 관련한 운동 단체들과 연대는 이런 상황에서 더욱 필요한 문제라 생각됩니다. 운동을 벌여나감에 있어 어려운 부분과 연대의 지점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어려운 점은…(되게 많은 것 같은데 정리가 잘 안 되네…쩝..) 뭐 기본적으로 문제의식이나 담론 같은 게 너무 없으니까, 뭘 해도 소규모라는 게 좀 아쉽죠. 우선 무슨 사업(선전전이라든지 집회라든지) 같은 걸 하는 게 좀 어렵지요. 그리고, 학내사업들을 잡아도 활동가 확보나 대중 확보가 어렵지요. 여성운동을 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또 매매춘에 대한 문제의식 특히 현장과 직접 닿아있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그다지 많지가 않거든요. 그래서 우선 한명 한명을 붙잡고라도 세미나 같은 기초적인 사업부터 해야 하는 상황이라서… 대중사업 하려면 버겁죠…(소수의 사람들이 미친 듯이 꼬라박아야 하는…불행한 사태가 발생하죠..^^… 참고로 저는 서울대 학우입니다..쩝…)음.. 그래서, 연대할 수 있는 지점을 생각해 본다면요… 앞에서 말했던 운동본부 같은 단체를 정말 좋죠. 금요집회에서 판을 하나 기획할 수도 있을 거구요(기지촌여성을 중심으로) 서로가 필요로 하는 자료들을 공유할 수도 있구요. 사업을 함께 고민할 수도 있겠죠. 그리고 또 인권이나 평화 운동을 하는 단위들과도 연대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참고로, 이번 사업 중 하나는 서울대에 있는 인권운동 단위들에게서 도움을 좀 받으려고 하거든요.

뭐, 너무 막연한 대답인 것 같은데 아무튼 운동주제들이 관련되고 접근하는 관점이나 마인드에서 크게 부닥치지만 않는다면 사안별 연대든 뭐든 가능하고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Feminists’ CAMP의 앞으로 활동계획들을 소개해 주십시오.

학생단위 ‘공개세미나’를 준비중에 있구요. 말했다시피 담론확장을 목적으로. 3월부터 7월까지 월 1회의 간격으로 성매매에 관련된 여러 가지 주제들을 풀어나가고자 합니다. 여성에 대한 폭력이라든지 무력갈등시 성폭력, 한국의 매매춘 현실, 국제여성인신매매 문제, 매매춘에 대한 여성주의적 관점 등을 이야기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현재하고 있는 것 중에 국내 매매춘 관련법에 대한 분석(?)이 있는데요. 아무튼 대안적인 정책상들을 모색하고 또 관계부처에 제안하려고 하고 있어요. (잘 들어주진 않겠지만..)

기타, 뭐 언제라도 사업 생각나면 할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이렇게 서면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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