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와 일본의 비핵지대 건설
■ 글 / 김용한 (문학박사·주한미군기지반환운동연대 집행위원장)
Ⅰ.
방글라데시 말을 조금 배웠습니다. 그 조금 배운 방글라데시 말로 인사 드립니다. “여
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한국에서 왔습니다. 제 이름은 김용한입니다.” 이게 제가 아
는 방글라데시 말의 전부입니다.
먼저 저는 다음과 같은 한 마디 말을 하러 이곳 다카에 왔습니다. 인도와 파키스탄
의 평화운동가 여러분 만세! 그리고 아시아를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온 평화 운동가
여러분 만세!
저는 문학박사라고 하지만,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보다는 길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
내는 사람입니다. 미군기지 앞이나 미국 대사관 같은 데서 시위하는 게 체질입니다. 그
런 점에서 저는 오늘 이 곳에서 다루는 주제의 전문가는 아닙니다. 그래서 오늘을 위
해 특별히 달리 준비한 내용이 없습니다. 그저 지난 해 5월 헤이그에서 열린
Appeal for Peace>에서 발표했던 내용을 다시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Ⅱ.
우선 남한 정부는 현재 동북아시아 비핵지대화 문제와 관련하여 어떤 공식적인 프로
그램도 갖고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심지어 일반 국민들 가운데는 남한이든 북한이든 핵무기를 가져야 된다는 생각을 하
는 사람들까지 있습니다. 강한 ‘코리아’가 돼서 이웃 나라들을 자신만만하게 대하고
싶어하기 때문입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미국의 의지와 달리 핵무기를 개발하려고 했기 때문에 CIA의 사
주에 의해 살해되었습니다”라고 믿는 사람이 많은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몇 년 전에 그런 내용을 담은 소설이 불티나게 팔린 적이 있습니다.
1998년 9월에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한반도 통일의 전제 조건으로 ‘한반도의
비핵지대화’를 꼽은 사람은 겨우 13.8%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지난
10년간의 주한미군기지 반환운동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남한의 일반인들은 핵무기
의 가공할 만한 위험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본이 핵무기의 피해자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만, 남한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심각한 피해자라는 사실에 관
심을 기울이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남한은 미국, 러시아, 중국처럼 엄청난 양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세계 최강대국
들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그런 나라들은 동북아 비핵지대화 문제에 대해 아무 생각도
갖고 있지 않습니다. 특히 미국은 북한이 재래식 무기로 남침하기 전에 미리 북한을
핵무기로 공격하겠다는 ‘작계 5027-98’이라는 전략까지 세워놓고 있습니다.
일본의 오오모리 법무부 장관은 1998년 6월에 “일본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은 헌법
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일본 고위 관리들의 계속되는 발언 때문
에 우리는 일본이 소위 평화 헌법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까운 장래에 핵무기를
갖게 될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Ⅲ
남한의 김대중 현 대통령은 대통령으로 당선되기 전에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핵 확산은 북한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들에서도 마찬가지로 막아야 합니다. 하지
만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같은 5대 강국은 핵이 없는 세계를 위해 자기들
이 갖고 있는 핵무기를 없애려는 어떤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다른 나라들이 핵무기
갖는 것만 강하게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동북아 비핵지대화의 가능성과
남북한,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를 포함하는 6개국 다자간 안보 협정을 진지하게 검
토해 볼 시기가 되었다고 봅니다.”
그러나 대통령이 된 뒤 그는 미국의 눈치만 살피고 있습니다. 예컨대 그는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 한국을 방문한 노벨평화상 수상자 조디 윌리암스조차 미국의 눈치를 보느
라 만나지 못했을 정도입니다. 주오스트리아 대사 반기문씨는 CTBTO 의장이었을
때, 1999년 4월 13일 내각이 CTBT 조약을 승인한 뒤 국회도 그 조약을 비준해야 한
다고 강력히 종용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허사가 되고 말았습니다. 미국 상원이
그 조약을 비준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한반도에는 1972년 7월 4일 조인된 ‘7.4 남북공동성명’이나 1992년 1월 20일 발표된 ‘
한반도 비핵화 공동 선언’ 같은 금과옥조가 마련되어 있으며, 그 기준은 지금도 여전
히 유효합니다.
우메바야시 히로미치나 셀리그 해리슨 같은 전문가들이 동북아 비핵지대화와 관련하
여 희망적인 몇 가지 방법을 제시해 놓고 있습니다. 저도 그분들의 의견처럼 궁극적
인 해결을 위해 ‘3+3’이나 ‘3+4’ 같은 다자간 조약을 맺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요즘 어느 누구도 다른 나라의 핵 정책을 믿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게
다가 우리는 각 나라 정부들이 갖고 있는 핵 정책을 믿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먼저 다른 나라들의 신뢰를 얻어야 합니다. 그리고, 다른 나라들의 핵 정책을
우리도 믿을 수 있어야 합니다. 아울러 우리는 핵 정책을 정부들에게만 맡겨 놓을 수
가 없다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다음과 같이 제안하고자 합니다.
① 먼저 아시아의 NGO들 사이에 비핵지대화를 위한 준비기구를 꾸리자.
② 그 NGO들이 다자간 비핵지대화 조약 초안을 만들고 각 정부로 하여금 서명하게
하자.
③ 올 10월 서울 ASEM 2000 NGO 포럼에서 이 문제 갖고 또 한 차례 국제 회의를
열자.
우리 한국 NGO들은 이와 관련하여 작년에
을 꾸렸고,
그 아래 인권, 평화, 문화, 여성 같은 분과를 두었습니다.
평화 분과에는 지금까지 ‘민족회의’ ‘미군기지반환운동연대’ ‘평화를만드는 여성회’
‘평화인권연대’ 같은 12개의 단체가 모여 있습니다. 우리는 지난 2월 11일 제가 이곳
다카에 오기 직전에 회의를 갖고, 여러분에게 올 ASEM 기간에 서울에서 비핵지대 관
련 국제 NGO 회의를 갖도록 제안하기로 했습니다.
또한 이와 관련하여 ‘TNI’, ‘FOCUS on the Global South’, ‘AFSC’ 같은 외국 NGO
관계자들과 이 다카 회의가 끝나자마자 23일부터 24일까지 서울에서 준비모임을 갖기
로 했습니다.
끝으로, 우리 한국의 평화운동가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분야는 다음과 같습니다.
· 한반도의 재통일
· 아시아 유럽 주둔 미군 문제 (환경 파괴, 미군범죄 등)· 여성
· 비핵지대
· 무기 거래
· 다자간 안보 체제
· 인간 안보
· 대인지뢰
· 전쟁범죄 (종군위안부, 한국군의 베트남 양민학살과 미군의 한국 양민 학살)
· TMD, NMD, BMD ….
여러분의 참가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글은 회의에 한국에서 참석하신 김용한 선생님의 한국 브리핑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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