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섹션2

평화를 원한다면 평화를 준비하라!!

-한반도 분쟁지역 체험여행을 다녀와서-

안병주 / 수원환경운동센터 자원활동가

꽤 추운 날씨였다. 출발하는 날부터 기온이 뚝 떨어지고, 매서운 바람과 함께 우리는 5박6일의 첫출발을 한양대에서 조촐하게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미군문제,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등에 거의 문외한이었고, 평소 관심이 있던 것도 아니었기에 “이거 시간낭비 하는 거 아냐?”라는 반문이 가기 직전까지 머리 속에 맴돌았다. “가뜩이나 추워죽겠는데…” 하지만 이 생각은 둘째날 미대사관 앞에서 여지없이 깨졌고, 특히 미공군 폭격장인 매향리에서는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투쟁의 과제로 받아들여지기까지 했다. ‘평화’라는 담론을 접한지 얼마 되지 않았던 나로서는 5박 6일의 시간은 거의 충격의 연속이었던 것이다.

미대사관 앞에서의 SOFA개정을 위한 집회에서부터, 마지막날 평화 캠페인까지 지금

까지 내 자신이 경험할 수 없었던 많은 것들을 한꺼번에 경험한 느낌이다. 미대사관 앞에서의 문정현 신부님의 모습, 매향리 주민 대책위 위원장님의 모습, 대인지뢰 사고로 다리를 잘린 수많은 피해자들의 모습 속에서 “한반도에 평화가 존재하긴 하는 걸까?”라는 의문만이 남았다.

매향리에 있는 농섬에 미공군의 폭격연습 장면을 눈으로 확인하면서 “이건 전쟁이

야!”란 생각이 번뜩 스쳐 갔고, 군산 미군기지에서 방류되는 오폐수와 그 하늘위로 지

나가는 전투기의 굉음은 폭력의 상징처럼 느껴졌으며, 대인지뢰를 밟아 다리 한쪽이

없는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아이들의 눈동자에는 좌절과 회한만이 보이는 듯 했다.

이번 체험여행은 내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면서 많은 반성의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첫째날, 대인지뢰 반대운동 영상물을 보면서 농담 삼아 “나두 군대있을 때 지뢰 많이 심어 봤는데… 물론 연습용이지만…”이라고 이야기했지만, 지뢰를 밟아 다리를 잃고 목숨을 잃은 사람들을 보면서 군에 있을 때 의 내 모습이 한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둘째날, 매향리로 갔을 때 언제인가 와 본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생각해보니 98년 여름 이곳으로 MT와서 물장구치고 놀았던 곳이었다. 내참… 조개까지 훔쳐다 먹었는데… 비통한 심정이었다. 어쩐지 비행기 소리가 크게 난다고 생각했는데…

군산 미군기지에서는 내가 활동하고 있는 경기남부의 평택, 오산 등의 미군기지 환경

오염 실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이제와 느꼈다는 사실에, 지금까지 운동한다고 껄떡(?)

된게 미안할 따름이었다.

5박 6일의 경험은 정말 소중한 것이었다. 지금까지 내 자신의 운동을 다시금 돌아볼

수 있는 계기였고, 평화라는 운동의제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이후에도 고민할 수 있

는 기회를 제공해 주었기에 더욱 그렇다.

좀 특이했던 것은 참가자들 스스로 그날의 계획과 일정을 만들어가는 것이었다. 이번 체험여행을 준비했던 ‘까진왕자’와 ‘핑크'(자기는 ‘핑클’이라고 우김)는 의도적으로 참가자들의 능동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는 말을 하는데, 내가 볼 땐 사전준비가 부족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_^)

한가지 이번 체험여행에서 아쉬웠던 점이라면 ‘평화 트레이닝’을 진행하지 못했던

점이다. 물론 계획엔 있었지만 이 핑계, 저 핑계 때문에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내 자신에게 있어서 평화의 화두를 고민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시간이 없었던게 아쉬웠다. 스스로 평화적인 삶을 구성하고 추구한다는 자체가 현실에서는 상당히 어렵고, 때론 누구보다도 폭력적이고 반평화적일 수 있는 내 자신의 삶을 다시 반성하고 재구성 할

수 있는 계기로서의 ‘평화트레이닝’이 다음 번 체험여행에서는 꼭 진행되면 좋겠다.

P·S 이번에 함께 했던 조금은 특별한(?) ‘성에’언니, 넘치는 분노와 열의를 주체하지 못했던 ‘오이’, 잠꾸러기 ‘포카 혼자쳐'(자기는 혼타스라고 극구 우기고 있음), 취재하랴 직접체험하랴 정신없었던 ‘딴지’, ‘다자’, 한양대 신문사 친구들, 그리고 이 체험여행을 열심히 준비했던 ‘까진왕자’, ‘핑크’… 모두다 고생 많이 했고, 다음엔 ‘아시아 분쟁지역 체험여행’을 기획해서 함께 하자고 했던거 기억들 나죠? (어떻게 준비하

나…^^;.)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