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 본 세상 : 평화책방
새로운 사회를 여행하는 이들에게…
홍창욱 / 대안문화·미디어모임 R.exe
새로운 기술과 과학에 대한 논의는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산업화 초기의 ‘기계파괴운동’이나, 냉전을 둘러싼 핵개발 경쟁 등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과학기술의 진보가 반드시 삶의 행복과 비례하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모든 과학기술을 부정하고, 배척하며 살 수는 없다. 이는 과학기술이 이미 우리의 생활 깊숙히, 머리 속 깊숙히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책에서 읽었던가? 미국의 어느 마을공동체에선 새로운 기기를 들여오는데 일년간의 사용유예기간을 가지고, 사용결정을 전체 마을회의에서 내린다고 한다. 기술의 선택적 수용에 대한 극단적 예이긴 하지만, PC방 주인이 과로로 숨지고, 대학생, 농부, 아줌마 할 것 없이 증권투기에 열을 올리는 한국에선 귀담아 들어야 할 이야기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번 평화책방에선 새로운 과학기술과 영향력, 그것을 둘러싼 정치, 문화적 지형에 대해 서술하고 있는 두 책을 소개할까 한다. 하나는 ‘정보’를 생산력으로 하는 새로운 사회의 도래, 정보와 감시의 문제, 정보사회의 문화적 특징, 정보관리와 조작의 문제등을 다루고 있는『정보사회이론』(F.웹스터, 조동기역, 나남출판)이고, 다른 하나는 정보사회 속의 거대한 장인 ‘사이버공간’에 대해 소개하고, 한국의 사이버문화와 제반문제에 대해 다루고 있는『사이버사회의 문화와 정치』(홍성태, 문화과학사)이다.
인터넷붐을 타고 수 없이 많은 관련 서적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인터넷에 대한 이해와 관련소프트웨어 기술서, 인터넷창업, 벤처 참고서, 증권투자 참고서 등… 온통 새로운 기술과 그 기술을 통한 경제적 가치증식의 내용들 뿐이다. 책뿐이 아니다. “근대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라는 관료의 말속에는 ‘**화의 생산성’, 그 자체를 제외하곤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왜 이 길을 쫓아가야 하는가를 따지고, 이 길에는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가를 짚어줄 길잡이는 도무지 보이지 않는 것이다. ‘윈도우 2000 따라잡기’는 널
렸어도, 왜 윈도우 2000을 설치해야 하는가를 반문하는 책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현대사회의 기술과 과학, 그 현란한 속도에 어지러움을 느끼는 이들에게 이 두 권의 책은 몇 가지 길을 제시해주고 있다.
먼저『정보사회이론』은 정보사회라는 화두를 둘러 싼 쟁점을 분석하고 소개하고 있는 정보사회론의 개론서적이다.
‘정보’ 중심사회가 가져오는 다양한 부문의 변화를 여러 학자들의 논의를 중심으로 정리해 놓고 있다. 그리고『사이버사회의 문화와 정치』역시 정보화의 영향과 결과를 다룬 책이다. 저자인 홍성태는 정보화의 주요영역인 사이버공간, 사이버문화, 사이버사회에 대해 개념적 소개와 기술, 문화 분석을 다루고 있다.
정보사회든 사이버사회든 길을 환히 제시해두고 있는 지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미 거쳐 온 사회의 흔적들은 남아있다. 이 흔적을 통해, 자신의 위치는 드러나며, 갈길 곧 입장은 정해진다.
새로운 사회의 먼 길을 여행하는 이들에게『정보사회이론』과『사이버사회의 문화와 정치』는 여러 개의 길을 보여준다. 그 길이 인터넷 메일감시와 개인정보누출의 악몽적 길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정보교류와 공유, 이를 통한 사회변화의 장이 될 수도 있다.
“그 길이 어떠한 길이든 간에 길을 통해 만들어 진 것이
지도이고, 이를 만드는 것은 바로 당신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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