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으로 유포되는 음란물 문제는 어제 오늘의 것이 아니다. 아마 많

은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컴퓨터를 사주면서 그런 걱정을 할 것이다. 혹시

우리 아이가 음란물을 보지 않을까? 그도 그럴 것이 인터넷을 통해서는

간단히 음란물을 접할 수 있으며 누구든 쉽게 음란물을 만들어 낼 수 있

기 때문이다.

인터넷이 대중화한 이래 가장 치열했던 싸움이 포르노에 관한 문제일

것이다. 미국 정부는 포르노를 규제할 강력한 법인 ‘통신품위법’을 만

들었다. 그러나 이 법률은 표현의 자유라는 문제와 충돌했다. 규제할 내

용이 무엇이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면 인류 문명 중 가장 자유로운 인

터넷이 그야말로 규제의 공간이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 당시 대법원의 위

헌판결 이유였다.

더 심각한 문제는 설령 규제법률이 만들어졌더라도 사실상 규제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규제를 위해서는 전세계의 모든 서버를 다 뒤져 음란물

을 찾아내야 하지만 그걸 찾기란 그야말로 한강에서 바늘찾기다. 그렇다

고 모든 이용자의 컴퓨터를 차단하기란 인터넷을 하지 말라는 얘기와 똑

같다. 차단 프로그램이 있긴 하지만 기껏해야 몇몇 서버에서 오는 음란물

정도를 차단하는 것뿐. 포르노와 국가의 전쟁은 사실상 국가의 패배로

끝이 났다.

어느 사회든 포르노는 있다. 문제는 그것을 통제할 수 있느냐 없느냐이

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자취방에서, 책상 밑에서, 화장실에서 포르노

를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인터넷이 가져 온 가장 큰 변화는 음지에 있

던 포르노를 양지로 끌어올리고, 광범위하게 사회적으로 확산시켰다는데

있다.

문제는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포르노를 하나의 문화로 받아들여야 한

다는 점이다. 포르노는 우리의 영역 속에 들어와 있으며, 우리의 생활세

계로 침투해 들어왔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음지 식물로 바라보고 영

원히 음지에서 나오지 않길 바란다. 그러나 독버섯은바로 거기서 자란다

. 우리가 얘기하지 않는 틈에 우리는 세계 5위의 포르노 소비국가가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포르노에 대해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음지에서 끌어내

포르노에 대해 말할 수 있고 토론할 수 있어야 한다. 언제까지 막기만

한다고 막아질 수 없는 게 포르노다. 포르노물은 이미 사회로 나왔는데

그것에 대해 얘기하지 않는 현실, 포르노는 전사회를 감싸고 도는데 여전

히 감추려는 현실이 문제다. 집에 컴퓨터를 갖다 놓고 자녀가 포르노를

볼 지 모른다고두려워하기 보단 그들과 먼저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같이

얘기하고 들춰볼 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숨겼을 때 더 크게 발생한다.

당당히 말하고 볼 수 있을 때 포르노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모든 사물이 그렇듯 포르노도 하나의 성장과정을거친다. 전세계 인터

넷 사이트 중 포르노가 차지하는 비율은 1.3%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해서

포르노물이 적다는 얘긴 아니다. 본격적인 성장을 구가하기 시작한 인터

넷은 포르노와 같은 외설적인 상업적 표현물에서 점차 전자상거래와 금융

, 소비와 시장과 같은 전문화된 상거래의 장터로 나아가고 있다. 그것은

자연스러운 성장 단계다.

인터넷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미완의 바다이자 수많은 사이트

들이 범람하는 다양성의 바다다. 그 바다에서 무엇을 찾을 것인가는 전적

으로 이용자의 몫이다. 포르노물을 찾아 헤매기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사이트를 찾아내고 즐길 줄 아는 항해술을 익혀야 한다. 그 항해술을 익

히기 위해 서로 얘기하고 말할 수 있을 때 인터넷은 살아난다.

미꾸라지 한마리를 잡기 위해 댐을 비울 순 없다. 보다 더 많은 물고기

들이 살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미꾸라지 한마리가 강물을 어지럽히지 못

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규제일변도의 전략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놓고 얘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것, 음

지가 아닌 양지로 나올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바

로 우리의 과제이자 다음 세대에게 남겨 줄 인터넷의 문화다.

성 동 규 (중앙대 교수·신문방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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