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의 평화, 무력갈등과 폭력없는 평화의 세상을 기원하며

■ 글/ 김정수(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정책 기획의원, 아시아 기독교 여성문화연구원 상임연구원)

여성들의 평화 그 내용은 무엇일까?

북한에서 – 오늘 점심은 무엇을 먹어야 할까, 어떻게 먹을 것을 구

할까 헤매지 않고 아기에게도 제대로 우유를 먹여서 정상아로 키우는 것

매향리에서 – 미군의 폭격연습의 소음의 공포 없이 아기를 잘 키우며 생존의 터전에서 살아가는 것

미아리 기지촌에서 – 미군에 의한 폭력에 불안해 하지 않고 존엄성을 지키고, 또 다른 여성들처럼 떳떳하게 노동하면서 살아가는 것

할렘에서 –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주의가 제도적, 법적 측면에서 제거되고 불안해 하지 않으며 거리에서 자유로이 걸어다닐 수 있는 것

인도에서 – 카스트에 의한 여성차별이 없어지고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누리고 인간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것

워싱턴에서 – 자녀들이 총기를 소지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률이 제정되어 총기 없는 세상에서 불안에 떨지 않고 사는 것

시에라 레온에서 – 혁명군이나 정부군에 의해서 (집단)강간당하지 않고, 남편의 손목도 잘리지 않는 것

이슬람세계에서 – ‘정조’를 잃었다고 해서 친오빠나 친지에 의해서 명예살인 당하지 않아도 되는 것

세계의 도처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이 바라는 구체적 일상의 평화의 내용을 적어보려고 했다. 여기에 미처 다 적지 못한 것들은 이 글을 읽는 이들에 의해서 채워지리라 본다.

세계여성의 평화와 관련해서 가장 자주 언급되는 것이 지난 1995년 베이징 세계여성회의의 결과물로 나온 행동강령(Platform for Action) 부분의 “여성과 무력갈등”(Women and Armed Conflict) 부분이다. 이 강령은 냉전이후 지구적 차원에서 여성들이 무력갈등 상황에서의 희생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해서 상세히 적혀 있다. 1990년대 여성인권운동, 여성평화운동의 성과 가운데 하나는 인권운동, 평화운동에서 성 문제를 논의의 중심주제로 부상시킨 데 있다.(mainstreaming of gender in human rights movement and peacebuilding) 이렇게 된 데는 냉전 이후의 무력갈등에서의 여성의 인권침해와 희생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여성과 평화, 그리고 여성의 인권과 관련해서 자주 언급되는 말들이 바로 “무력갈등상황에서 여성의 희생”(victimization of women in armed conflict) 혹은 “빈곤의 여성화”(feminization of women) 등의 용어이다. 이는 냉전 이후 발생되고 있는 종교분쟁, 종족분쟁에서 여성이 가장 큰 희생자가 되고 있는 것을 반영한다. 냉전 이후의 무력분쟁에서 공격의 대상은 더 이상 정규군이 아니고 시민 그 자체이다.

종교적 혹은 종족적 무력분쟁은 그 뿌리를 캘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게 얽혀있고, 종교 혹은 종족적 이해 내면에 깊이 자리잡은 경제적 이해관계뿐만 아니라 복잡한 심리적 요소까지 내포되어 있다. 여성은 여기서 가장 큰 희생자가 되고 있다고 했는데, 즉 성을 매개로 한 폭력의 희생이 그것이다. 흔히 인종청소라는 테러행위의 전술로 채택되는 것이 적(상대편)여성들에 대한 살인, 조직적 강간, 성노예, 강제임신 등이다. 이는 분쟁지역의 모든 나이의 여성에 해당되고 평생에 걸쳐서 치유되지 않는 깊은 사회적, 경제적, 심리학적 상처를 남긴다. 그리하여 1993년 세계인권회의에서 채택된 비엔나선언 및 행동프로그램에서는 “무력분쟁상황에서 여성의 인권침해는 국제인권 및 인도주의적 법의 기본원칙에 대한 침해이다”라고 규정되었다. 특히 무력갈등 상황 하에서 강간은 전쟁범죄(war crime) 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인도에 반한 범죄(crime against humanity)이며 모든 책임자는 처벌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제에 의한 위안부문제(정식명칭으로는 전시성노예제) 역시 이 규정에 의해 전쟁범죄로 규정되었고, 일본정부에 의한 공식적 범죄사실 인정, 책임자 처벌과 보상 등이 이 문제의 초점이 되어 있다.

한편, 여성과 어린이는 전세계 난민(refugee), 피난민(displaced people)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은 부상병을 보호하고 무력갈등의 결과로 해체된 가정을 홀로 돌보고 자녀와 늙은 부모, 친쳑의 유일한 보호자가 되어야 한다. 게다가 가난한

지역, 특히 농촌지역의 여성들은 무기사용에 의해 무차별적으로 희생되고 있는데, 100만개 이상의 대인지뢰가 64개 국가에 퍼져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모든 심각한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드는 것은 여성이 이상의 폭력적 무력분쟁의 희생자, 피해자일 뿐 갈등해소, 평화유지, 방위와 외교분야, 평화창조 등의 정책결정 분야의 의사결정분야에서 완전히 소외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현실이 여성인권·평화운동의 중심아젠다로 mainstreaming of gender in peacebuilding 혹은 feminization of human rights movement.(인권운동의 여성화)등을 제기하게 된 것이다.

이상에서 열거한 문제들, 특히 평화문제에 관한 의사결정구조에 여성의 참여 문제는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바라보는 남한의 여성평화운동 진영의 가장 큰 관심사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평양에 방문할 남한의 공식수행원 가운데 여성이 몇 퍼센트를 차지할 것인가의

문제도 중요하지만, 각 부문에 여성대표가 참석해야 하며, 한편 그 여성들은 남성들에 의한 끼워넣기 식으로 ‘선택된’ 것이 아니라 전체 여성의 대표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것이 여성계의 일관된 목소리라 할 수 있다.

베이징 여성회의의 행동강령에서 ‘여성과 무력갈등’의 전략목표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갈등상황에서 의사결정수준에 여성의 참여를 증대시킨다. 무력등의 갈등, 외국점령 하에 사는 여성들을 보호한다; 과도한 군비를 감축하고 무기사용가능성을 통제한다. 군사산업을 평화산업으로 전환, 군축으로 얻어진 재원을 사회경제적 발전, 특히 여성의 발전에 사용한다; 비폭력적 형태의 갈등해소 방법을 발전시키고 갈등상황에서 인권유린을 줄인다; 평화의 문화를 양성하기 위해 여성의 기여를 증대시킨다; 국제적으로 보호가 요청되는 난민여성, 피난민여성, 국내적 피난민여성에 대한 보호, 원조, 훈련을 실

시한다; 식민지와 비자치지역 여성들에 대한 원조를 제공한다.

이상의 목표들을 중심으로 하여 21세기의 여성평화운동은 인권운동과의 그 운동의 영역을 상호교차하면서 전개될 것이라 보인다. 평화군축운동은 현재 우리에게 시급하게 요청되는 영역 가운데 하나인데, 여성평화운동은 지난 90년대 초반 방위비삭감운동 이후 다시 본격적으로 전개시키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평화운동단체들이 연대로 펼친 ‘군축의정감시단’활동, ASEM평화분과 활동 등을 통해 활성화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한편 평화교육은 각 평화운동의 상황에 따라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평화를 만드는 지혜들이 한데 모여서 서로에게 공유되고 각 단체의 사정에 맞게 그 방법론을 구체적으로 발전시킴으로써 21세기의 비폭의 평화의 문화가 펼쳐지기를 기대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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