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 본 세상
매향리 문제를 바라보며…
이수진 / 대안 미디어·문화 운동모임 R.exe
최근 매향리 오폭사고를 계기로 주한미군 문제 및 불평등한 SOFA개정에 관한 관심이 매우 고조되고 있다.
1951년부터 미군 폭격장으로 사용된 이래 매향리의 심각한 피해상황은 끊임이 없었고 이에 88년 주민대책위원회를 건설, 현지 피해주민들의 자력에 의한 힘든 싸움을 해왔던 사실에 비추어 볼 때 최근 언론의 집중보도와 “불평등한 SOFA개정 국민행동”등 각 사회단체들의 관심 고조는 많은 기대효과를 낳고 있다.
이미 본 단체에서는 올초 매향리 현장체험과 더불어 여러차례 현지 피해상황의 심각함과 대책마련을 위한 배경적 문제의식 등에 관해 논고한바 있었으나 현 시기에 맞춰 매향리 문제에 관한 이모저모를 간략히 서술하도록 한다.(기존의 본지에 실렸던 내용과 중복되는 부분이 많음을 밝힌다.)
매향리 피해 실정
1951년 첫 조성된 매향리 쿠니 사격장은 모두 728만평 규모로 A-10 등 미공군 폭격기들이 일본 오키나와는 물론 타이, 괌, 필리핀 등지에서 날아와 연간 250일에 걸쳐 포탄을 퍼붓는 곳이다. 사격장 경계를 나타내는 철조망 바로 옆에는 민간인 마을이 줄지어 있다. 주민들은 대대로 경작해오던 농지를 강제 징발당한 뒤 ‘소작농’으로 전락했고, 그나마도 폭격연습이 없는 토·일요일에만 농사를 지을 수 있다. 그 사이 12명의 주민이 오폭, 불발탄 폭발로 목숨을 잃었다.
미군은 주민들의 줄기찬 기지이전 요구에 “표적 주위에 민간인이 있어야 실전같은 훈련을 할 수 있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곳의 폭격연습이 얼마나 심하게 진행되는지는 해상표적으로 지적된 구비섬과 농섬만 봐도 알 수 있다. 현재 구비섬은 계속된 폭격으로 거의 뭉개져 없어져 버린 상태이다. 즉 구비섬은 지도에 이름만 나타나믐 유령섬이 돼버렸다. 농섬도 반이 잘려나간 상태다.
농섬으로부터 불과 1.6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매향리 해변. 이곳에는 미군 사격장이 설치되기 훨씬 이전부터 이곳에 살고 있었으며, 앞으로도 계속 이곳에서 살아갈 이 지역 주민들이 살고 있다. 이곳 주민들은 훈련이 없는 시간에만 제한적으로 사격장내 농지에서 농사를 짓거나 바다에 나가 조개를 채취한다. 하지만 생명의 위험에는 거의 무방비 상태이다. 99년까지 오폭으로 인하여 직접 사망한 주민이 3명, 불발탄 폭발로 인하여 사망한 주민이 9명에 이르고, 오폭으로 상해를 입은 주민은 15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1967년 당시 33세이던 이영자씨는 만삭의 몸으로 폭격장 인근 해안에서 굴을 따던중에 투하된 포탄에 명중되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히 죽었다. 하지만 미군 책임자는 남편인 한창수씨를 폭격장내 종업원으로 채용하여 이를 무마했을 뿐이다.
최근 아주대 연구팀이 지난 98년 8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매향리 일대 7개 지역의 소음도를 측정,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일일평균 소음도가 72.2dB로 일반 주거지역의기준치 50dB을 크게 초과했다.
특히 소음도 최고 1시간 평균값(하루중 시간단위로 측정한 소음도중 가장 높은값)은 모든 지역에서 85dB을 넘었으며, 매향 1리와 3리 등 일부 지역에서는 100dB을초과한 것으로 측정됐다. 소음도 70dB 이상은 청력손실을 유발하는 수준이다. 매향리 일대 소음도는 비행기 편대수와 기관총 사격여부, 기관총 사격 목표물,기관총 사격 참여 편대 수에 따라 큰 편차를 보였는데, 하루 훈련 비행기 편대수가10편대 이상일 경우 이 일대 주민들은 하루 5시간 이상 비행기 소음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조사 보고서에서 이번 현지조사가 상대적으로 훈련이 적게 이뤄진 상황에서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러한 기타 요인들을 감안할때 이 지역의 평균소음도는 68-78dB, 소음이 특히 심한 매향 1,2,3리의 경우 최고 95-98dB에 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지었다.
이번 조사를 통해 하루 훈련에 참여하는 비행기 편대수가 11.3편대인 것 등 미군의 개괄적인 훈련 상황 등도 파악됐다. 주민 대책위 관계자는 “아주대 연구팀이 소음도 조사를 할때 미군이 일부러 훈련을 적게 했기 때문에 실제 소음도는 훨씬 높을 것”이라면서 “이는 일반 농촌지역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게다가 이 지역 주한미군의 열화우라늄탄 사용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17일 열화우라늄탄 사용의혹을 밝혀내기 위한 현장조사 계획에 관한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간 열화우라늄탄은 미군이 코소보 전쟁때 사용해 방사능오염 문제등에 관한 심각한 피해상황에 관해 알려진 바가 있다.
열화우라늄탄이 폭발한 이후에 미세한 가루로 변해 3백 ㎞에 걸쳐 우라늄 중금속 오염을 일으키며 이에 따른 토양오염과 지하수 등 수질오염이 극심해진다.
주한 미군은 지난 98년 7월경 열화 우라늄탄을 보유하고 있으나 훈련중 사용하지는 않는다고 밝힌 바 있지만 그간에 매향리 쿠니 사격장 지역에서 현지 주민들을 오히려 효과적인 실전시 연습용 대상으로 취급했던 행태들을 볼 때 우라늄탄 폭발 의혹은 더욱 짙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매향리 문제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한반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러한 반평화적 상처 뒤에는 ‘군사력 중심의 안보패러다임’이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이런 안보패러다임에 따라 ‘안전보장’이라는 문제는 외부의 위협에 대처한 영토수호 혹은 체제 유지의 차원에서 사고되며 강한 군사력을 보유하는 것이 ‘안전보장’을 위한 최선의 길로 인식되게 된다. 국제사회의 제거노력에도 유독 한국에서만 대인지뢰가 그대로 온존되는 이유도 ‘북한의 위협에 대처한다’는 바로 이런 논리에 근거하고 있다.
서해교전으로 남북의 청년들이 죽거나 다치고 있을 때, 정부와 국방부가 보여준 시선도 ‘강한 군사력 만이 안보를 책임질 수 있다’는 구래의 논리에 다름 아니었다. 국방비 증액문제, 불평등한 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문제, 미군기지문제 해결 등에 대해 정부가 보이고 있는 불성실 또한 이런 안보에 대한 군사적 정의에 근거하고 있는 것들이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는 군사중심의 안보가 “과연 누구를 위한 안보인가?” “군사적 안보는 진정한 평화를 보장하는가?”와 같은 질문을 본격적으로 제기할 필요가 있다. … 이와 관련해 전 UN 사무총장이었던 부르토스 갈리는 군사중심의 안보체제에 물음을 제기하면서, 평화를 위한 대안적 안보패러다임으로서 ‘인간안보론’을 제기한 바 있다. 다시 말해 안보에 대한 군사적 정의를 넘어서 사회적 복지프로그램, 생태-환경보호, 교육에 대한 권리, 시민의 인권 등을 포함하는 포괄적이고 인간주의적인 안보관을 제기한 것이다. 이러한 정의에 따르자면, 인간의 기본적인 필요들을 방어하지 못한 채 군사력 증강으로 영토를 지킨다는 것은 적절한 안보정책이 될 수 없는 것이다.”
– 분쟁지역 체험단 기조 中 –
매향리 현지 주민의 피해상황은 수십년간 지속되어 온 것이며 이는 육체적, 정신적 피해에만 그치지 않았다. 전쟁 아닌 전쟁터에서 삶을 일궈온 현지 주민들의 생존권과 결부된 생태-환경권을 비롯해 교육에 관한 권리 등 모든 사회적 권리들은 박탈되어 왔다. 이러한 모든 인간의 기본권 박탈이 한미행정협정이라는 허울아래 어떠한 대책 마련을 위한 모든 노력의 좌절들은 또 한번 피해주민들에게 폭격을 가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매향리 주민들은 사회단체 활동가들이 현지조사든 뭐든 잠시라도 매향리 지역에 머무르길 원한다고 한다. 그래야 그 며칠동안이라도 미군의 훈련이 멈춰 농사를 짓는 등의 생계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88년 주민대책위가 건설된 이래 끊임없는 외로운 싸움과 피해상황을 극복해 나가기 위한 분투의 과정속에서 생계위협을 포함한 아이들의 육아 및 교육문제 등이 심각하다고 한다.
매향리 지역의 문제가 언론매체들의 집중포화를 받으며 국민들의 이목을 집중하는 이 시기에 ‘불평등한 SOFA개정 국민행동'(상임대표 문정현)을 비롯한 사회단체들은 “매향리의 문제는 불평등한 한미행정협정에서 발생된 문제로서 미군기지에 대한 무상영구임대를 전면 개정해 임대계약체결 및 임대료 지급을 요구하고, 시설파괴 시 원상회복 의무조항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지난 15일 집회에서 다음의 사항을 요구하였다.
△ 소파대상 범위 축소
△ 사법권 확보
△ 미군범죄자 신병 확보
△ 기지임대 협정서 체결
△ 환경오염에 대한 손 해배상
△ 미군 보유무기 공개
△ 방위비특별협정 폐지
△ 미군범죄자에 대한 한국정부 재정지출 중단
△ 미군부대내 노동권인정
△ 미군에 대한 면세특권 제한 등 총 10대 개혁안의 시행을 촉구하고 있다.
매향리 문제를 통한 소파개정요구의 촉발과 더불어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던 미군기지 및 군사적 논리에 따른 군사정책 등에 관한 재고찰과 환경문제, 인권유린 등의 문제 등이 함께 공론화되어야 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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