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ACE MAKER

평·화·칼·럼

“우리에게 정말로 무기가 필요한가”

김상철 / 평화인권연대 회원

‘사실’은 ‘사실적’으로 보이게끔 존재한다. 이 말은 모든 것들이 상대적으로만 존재한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다만, 사실이라는 것은 복잡하게 얽힌 현실의 몇몇 요소들의 나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진리는 존재할 수 없지만, 진리’적’인 것은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진리는 ‘있는 그대로’를 뜻한다기보다는, 사실들의 내적 연관에 얼마나 가깝게 ‘해석’하느냐에 달려있다. 그런데 위험한 것은 많은 사실들이 존재한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사실이 진리인양 비춰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요즘, 한 로비스트의 행적이 장안을 시끄럽게 하고 있다. ‘부적절한’이라는 말이 상징하듯 로비 사건을 사적인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을 보면서 위와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와 같은 ‘사실의 횡포’를 기본적으로 언론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 미국 내에서 노근리 사건의 진실성을 두고 몇몇 언론간에 갈등이 있었다. 미국 내 ‘보수적인’ 입장을 대변하는 <성조기> 등의 신문이

가 취재한 당사자의 인터뷰가 거짓이었다고 보도한 것에 대해,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가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이로 인해 잠시 들었던 생각은 ‘그나마’ 후자의 두 신문이 진보적이다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얼마 후 그런 생각이 얼마나 단순한 것인가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뉴스위크>는 코소보 사태 당시 나토 측이 발표한 ‘공습성과’가 많은 부분 허위로 부풀려졌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하지만 그러한 사실이 ‘그나마’ 진보적이라 생각했던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에는 아예 다루어지지 않거나, 오히려 나토 측의 반박 기사회견만을 다루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사실을 전한 <한겨레>는 이러한 현상을 ‘취재가치’보다는 ‘국익’을 우선 시하는 미국 내 언론의 경향으로 지적하였다. 이와 같은 진단은 일정정도 타당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국익이 미국 내 ‘군산복합체’의 이익이라는 구체적 이익에 바탕하고 있다는 진단은 하나의 사실을 바라보는데 중요한 점을 시사한다고 생각한다.
앞서도 지적했듯이, 하나의 사건에는 수많은 ‘사실’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러한 것 중 가장 ‘진리’에 가까운 것이 있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위의 사례들에서 단순히 그 해당 언론들이 ‘왜곡보도’를 했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마치 ‘단 하나’로써 존재하는 사실로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사실의 횡포’에 대한 적절한 대안을 모색해야할 필요성이 바로 이 점에서 제기된다. 과거 한국 사회에서 많은 ‘대안언론’ 운동이 존재했던 것도 바로 그와 같은 맥락에서 유의미성을 갖는다. 하지만 그 역시 ‘옳은 것’이라는 단수성을 추구하는 한계를 보여왔던 것이 사실이다. 내가 보기에 알려지지 않은 다른 사실을 보여주는 것에는 언제나 단수성의 위험이 있다고 생각된다. 오히려 보여지고 있는 사실의 맥락을 해체시켜 나름의 논리를 지니는 ‘사실’로 재구성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다시 백두사업 로비사건으로 돌아가서, ‘평화’의 시각에서 그것을 재구성해보자. 다양한 사실들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모두 공통적으로 ‘무기’ 보유에 대한 긍정을 바탕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게 제기된다. 당연히 이번 사건은 사적인 관계에 초점이 맞추어지기보다는 불법 로비라는 공적인 관계의 맥락에서 얘기되어야 한다. 하지만 “정말 우리에게 신형으로 바꾸어서 배치해야 할만큼 무기가 필수적인가?”라는 문제제기가 더욱 심층적인 어떤 ‘구조’에 대한 물음을 담고 있기 때문에 진리에 가까운 질문일 수 있다. 더군다나 위에서 미국의 군산복합체에 대한 문제제기를 했던 <한겨레>조차도 백두사업 사건을 ‘무기’의 문제와 연관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앞서 ‘사실의 횡포’는 기본적으로 언론의 문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것을 깨는 것은 ‘다른’ 사실들이 아니다. 오히려 심층적인 내적 연관과 구조에 대한 폭로가 그것을 막을 수 있다.


자, 질문하자. “우리는 정말로 무기가 필요한가?”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댓글 남기기